"대실 안 해요" 서울 모텔 돌변한 이유가…'돈벼락' 맞았다
오피스·모텔도 호텔로 개조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면서 서울 호텔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오피스와 상업시설을 숙박시설로 개조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중소형 모텔 중에도 외국인 손님을 받기 위해 시설 개조에 나선 곳이 적지 않다.
26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호텔(1~5성급·관광호텔)은 317곳이다. 316곳이던 2024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객실과 부대시설을 갖춘 호텔을 지을 곳이 마땅찮은 데다 공사비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공급은 빠듯한데 수요가 늘면서 호텔 숙박 요금이 껑충 뛰었다. 2021년 평균 12만원이던 4~5성급 호텔 1박 요금이 지난해 33만8000원으로 올랐다.

이 자리를 오피스와 호스텔, 모텔 등이 비집고 들어왔다. 이지스자산운용이 펀드를 통해 운영하는 서울 명동 눈스퀘어는 소매시설이 있던 7층을 일본식 캡슐호텔 ‘퍼스트 캐빈’으로 개조했다. 객실과 부대시설 등을 공유하는 호스텔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에서 영업 중인 호스텔은 2024년 139곳에서 지난해 224곳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늘자…모텔·오피스도 호텔로 리모델링
들썩이는 서울 숙박 시장
서울 강서구의 한 모텔은 최근 일부 층의 대실 영업을 없애고 외국인 숙박객을 받기 시작했다. 부킹닷컴, 아고다 등 글로벌 예약 채널에 객실을 올리고 영문 안내와 비대면 체크인 시스템도 갖췄다. 이후 평균 객실 판매단가가 종전의 두 배 수준으로 뛰었고 글로벌 예약 채널 매출은 70% 늘었다. 내국인 대실 중심이던 모텔을 외국인 관광객용 숙소로 탈바꿈한 사례다.
◇ 외국인 붐비는 서울 호텔
고급 호텔 시장의 훈풍이 호스텔 등 중소형 숙박업소로 번지고 있다. 26일 중소형 숙박시설 객실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온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 회사를 통한 서울 숙박시설 예약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약 40% 늘었다. 일부 모텔이 대실을 중단한 층을 외국인용 숙박 공간으로 바꿔 객실 단가를 높인 영향이다. 중소형 숙박업소의 호텔 전환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단순히 객실을 시간제로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넘어 리브랜딩으로 객실료를 높이고, 정부 지원 혜택도 일부 받을 수 있어서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은 지속해서 늘고 있다. 올해 1~5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872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다다. 중국·일본·대만인 관광객이 고르게 늘어난 데다 원화 약세로 한국 여행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K팝과 드라마 등 K콘텐츠를 선호하는 개별 관광객이 증가한 영향도 크다.
수요가 급증했지만 서울의 숙박시설 공급은 제자리걸음이다. 호텔(1~5성급·관광호텔)로 분류되는 숙박시설은 지난해 기준 317곳이다. 2020년과 비교하면 업체는 331곳에서 317곳으로, 객실은 5만4190실에서 5만3503실로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폐업한 업체가 늘었다. 새로 호텔을 지을 곳이 부족한 데다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공급이 확대되는 속도가 더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신축 대신 기존 건물을 숙박시설로 바꾸는 ‘컨버전’이 대세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비티자산운용은 2022년 폐업한 뒤 오피스 개발을 추진해온 중구 명동 티마크그랜드호텔을 2280억원에 인수해 2024년 하반기 4성급 호텔인 보코 서울 명동 호텔로 재개관했다.
◇ 최고급 브랜드도 서울행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고급 호텔 가격부터 끌어올렸다. 상업용 부동산 정보기업 JLL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럭셔리 호텔의 평균 객실료는 2019년보다 약 78% 올랐다. 중소형 호텔 시장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최근 신논현역 인근 캡슐호텔의 1박 가격은 35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 수익이 개선되면서 호텔의 부동산 가치도 뛰었다. 최근 서울 도심권 4성급 호텔은 객실당 4억5000만~6억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서울 명동은 지난해 11월 약 2463억원에 거래돼 객실당 가격이 6억6000만원에 달했다.
글로벌 최고급 호텔 브랜드도 서울행을 준비하고 있다. 만다린 오리엔탈은 2029년 서울역 북부역세권에, 아만은 2030년 청담동 옛 프리마호텔 부지에 문을 열 예정이다. 리츠칼튼은 2031년 옛 남산 힐튼호텔 부지에 건설되는 이오타 서울을 통해 15년 만에 복귀한다. 로즈우드도 서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매물 출회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서울 명동 롯데시티호텔 매각에 착수해 다음주 매각자문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호텔 업황이 개선되고 매각 가격이 높아져 운용사들이 투자금 회수에 나서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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