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평생 한번 갖기 어려운 물품 거리낌 없이 받아”···중형 선고하며 꾸짖은 재판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인사·이권 청탁을 받고 각종 고가 귀금속 등을 수수한 ‘매관매직 의혹’에 대해 1심 법원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청탁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3억원어치 금품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순표)는 26일 김 여사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또 김 여사가 수수한 이우환 화백 그림 1점과 바쉐론콘스탄틴 시계 빈 박스 1개, 금거북이와 보관함 1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1개, 티파니 브로치 1개, 디올 가방 1개를 몰수하고 6480만원을 추징한다고 했다.
이 사건은 김 여사가 각종 인사 및 공천 청탁을 받고 귀금속 등을 수수한 혐의에 대한 것이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최재영 목사에 대해서는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또다른 공여자인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은 수사가 시작되자 운전기사에게 증거를 인멸하도록 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법원은 김 여사가 2022년 3~5월 이봉관 회장에게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티파니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 등 총 1억380만원 상당 귀금속을 받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2022년 4월 이배용 전 위원장에게 265만원 상당 금거북이, 같은해 9월 서성빈씨로부터 3900만원 상당 바쉐론콘스탄틴 손목시계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봤다.
2022년 6~9월에는 네차례에 걸쳐 최재영 목사에게 540만원 상당 디올 가방을 받은 혐의와 2023년 2월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 1억4000만원 상당 이우환 화백 그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전후 김 여사에게 인사나 사업 지원, 선거 공천 등을 청탁하며 금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김건희 “무죄” 주장했으나 법원 “금품 교부 당시 청탁 있어”

김 여사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금품을 받지 않았다거나 구체적 청탁이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각 금품이 건네질 당시 묵시적·명시적 청탁이 있었고 김 여사 역시 이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건희는 일반 국민이 평생에 한 번도 쉽게 취득하기 어려운 고가 물품들을 별다른 거리낌 없이 수수해왔다”며 “사회 각 분야 인사들이 저마다 청탁을 품고 피고인에게 접근해 금품을 제공한 사실은 피고인을 둘러싼 비공식적인 청탁 구조가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형성됐음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마땅히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할 공적 의사 결정 과정이 금품과 결부돼 피고인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거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 폐해는 사회의 공정성과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했다. 이어 “김건희는 수사가 본격화하자 일부 금품에 대해 뒤늦게 ‘빌려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변명과 함께 반환하거나 ‘스스로 구매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했다”며 “행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이를 은폐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법원은 김 여사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금품 제공자들의 청탁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했다.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영부인이라는 지위가 요구하는 사회적 책무를 외면한 채 그 지위를 사적 이익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서성빈씨는 재판 과정에서 바쉐론콘스탄틴 시계가 김 여사의 구매 대행 부탁에 따른 것이라며 무죄라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가 물품 구매 대행은 통상 의뢰인에게 대금을 미리 지급받거나 구매 후 정산이 이뤄져야 하는데도 서성빈은 시계 대금 정산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성빈은 대금 일부로 5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도 없다”며 서씨가 김 여사와 친분을 유지하고 로봇개 사업과 관련해 현안을 청탁하기 위해 김 여사에게 금품을 공여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김건희는 서성빈과 일상적인 안부를 나누는 것 외에 이태원 참사 이후 장관 경질 여부, 김건희의 캄보디아 방문 당시 논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았다”며 “서성빈은 드론 사업 등에 대해 김건희에게 알리기도 했으므로 김건희 역시 사업 추진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가 손목시계에 대한 대가 관계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다.
이우환 그림 “진품” 재확인…“김상민 공천에 김건희 관여 정황 분명”

앞서 1심과 2심의 결론이 달랐던 김상민 전 검사의 이우환 화백 그림 공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유죄라고 재차 판단했다. 김 전 검사의 청탁금지법 등 혐의 재판에서 1심은 이 화백 그림이 가품이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으나, 이 판단은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이와 관련해 이날 법원은 “정치권 및 주변 관계자들인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김경율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등의 구체적 진술에 의하면 김상민이 김건희와의 특수한 관계를 전제로 향후 공천 등 정치적 진출 과정에서 지원 또는 영향력을 기대하고 있었고, 김건희가 김상민의 공천에 관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돌고 있던 사정은 분명해 보인다”고 짚었다.
또 김 전 검사의 공천이 무산된 뒤 국가정보원장 특별 보좌관으로 임명된 점, 해당 직위 신설 계획이 확인된 후 김상민에 대한 인사 검증 의뢰가 이뤄진 점, 그 과정에서 법적·정치적 위험성으로 인해 ‘부담’ 의견으로 분류되었음에도 임명이 강행된 점 등에 비춰 김 전 검사에 대한 김 여사 등의 인사상 배려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전 검사 1·2심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이 화백 그림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의 진품 판정 근거는 전문위원단의 엄격한 실물 감정과 계획적 분석 틀을 거쳐 도출된 것으로 충분히 신빙할 수 있다”며 진품으로 인정했다.
최재영 목사 측이 디올 가방에 대해 “법 위반 사실을 부인할 수 없으나 함정 취재라는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최아브라함(최재영)은 (잠입 취재 목적에 따라) 단순히 상대방 반응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금품 제공과 병행해 상대방에게 현안이나 관심사항을 언급하고 일정한 요청을 전달했다”며 “주변인에게 김건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여주며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081748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020600011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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