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때만큼 빠졌다…코스닥 '날개 없는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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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거래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가운데 한 곳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1000만원씩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증권가에서는 코스닥시장이 부진한 이유로 업종 구조와 실적 모멘텀을 꼽는다.
이 때문에 코스닥시장을 이끌던 개미 투자자 자금도 유가증권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누적 128조원을 순매수한 반면, 코스닥시장에선 6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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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닥' 외친 정부도 난감
"반도체 장세 지나야 관심"

올해 첫 거래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가운데 한 곳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1000만원씩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유가증권시장을 선택했다면 투자금 1억원은 반년 새 1억9294만원(26일 기준)이 된다. 올해 각각 183.15%, 310.6% 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으로 4937만원을 벌어들였다.
코스닥시장을 선택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알테오젠(-23.58%), 에이비엘바이오(-55.65%) 등에서 대폭 손실을 봐 투자금 1억원이 8913만원으로 줄어든다. 최근 증시 활황에서 코스닥시장이 철저하게 소외된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올해 코스닥지수 고점 대비 하락폭(30.6%)은 코로나19 위기로 증시가 요동친 2020년 3월(약 38%)에 버금갈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 반도체 랠리에서 소외된 코스닥
코스닥시장의 부진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미국에선 중소형주 중심인 러셀2000지수의 올해 누적 상승률(19.92%)이 대형 우량주 중심의 S&P500지수(7.28%)를 뛰어넘었다. 중국에서도 대표 지수인 CSI300이 3.19% 오르는 동안 중소 기술주 비중이 높은 촹예반지수는 27.31% 뛰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시장이 부진한 이유로 업종 구조와 실적 모멘텀을 꼽는다. 최근 증시 랠리는 ‘인공지능(AI)·반도체 기반의 실적 장세’인데, 코스닥시장에선 여전히 알테오젠, 에코프로비엠 등 바이오·2차전지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도 낙수효과로 주가가 뛰긴 했지만 ‘삼전닉스’에 비해선 이익 모멘텀이 약하다. 에픽AI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362조원, 265조원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원익IPS(1862억원·152.3%), 주성엔지니어링(710억원·127.1%) 등도 실적 개선세가 가파르긴 하지만 시가총액과 수급 영향력 측면에서 코스닥시장 전체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코스닥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부실기업도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기준 관리종목 105개 가운데 86개(81.9%)가 코스닥시장에 집중돼 있다. 2021년 이후 상장 폐지된 기업 883개 중 491개(55.6%)도 코스닥시장 기업이다. 시장에서는 일부 부실기업과 불성실공시법인이 코스닥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훼손하며 우량 성장기업까지 낮은 평가를 받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금리 환경도 부담이다. 성장주는 금리가 오를수록 미래 이익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어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코스닥시장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이 때문에 코스닥시장을 이끌던 개미 투자자 자금도 유가증권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누적 128조원을 순매수한 반면, 코스닥시장에선 6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 성장기업 육성 위축되나
코스닥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자 연초 ‘3천닥(코스닥지수 3000) 달성’을 외친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지수 3000은커녕 2000 달성도 멀어지면서 각 부처 주재 회의에서 3천닥 얘기가 쏙 들어갔다”고 했다. 정부는 코스닥시장 승강제 도입과 동전주 퇴출 등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다. 코스닥시장 기업의 레벨을 나누면 1군에 속하지 않은 기업에 오히려 낙인이 찍혀 ‘제2의 코넥스’가 형성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주가 부진이 지속되면 코스닥시장의 본 역할인 성장기업 육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술특례상장은 8건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반도체 투톱 주도 장세’가 지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선아/고송희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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