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울국제도서전 맞선 ‘서울제대로도서전’ 뜻밖 흥행 [.txt]

엄지원 기자 2026. 6. 2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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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까지 서울 노들섬에서 열려
26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 노들라운지에서 열린 ‘서울제대로도서전’을 찾은 독자들이 출판사 부스에서 책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외치며 열린 서울제대로도서전은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초여름 하늘이 쨍하게 파란 26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이 모처럼 인파로 북적였다. 사실상 유휴 공간으로 방치돼 있던 노들섬 내 노들라운지에 수백명의 애서가들이 모여든 것이다. 지난 2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28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서울제대로도서전’(제대로도서전)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주최 쪽의 예상을 넘어섰다. 첫날인 25일 오후 4시에 공식 개장을 했는데, 개장 전부터 방문객이 몰려들어 출판사 관계자들도 ‘어리둥절, 혼비백산’했다고 한다. 25일 하루 도서전 방문객은 800명을 넘어섰다.

행사 이틀째를 맞은 이날도 노들라운지는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초대형 행사인 서울국제도서전(서국도)과 달리 사전 예약도 없고 입장료도 없기 때문에 당일 방문해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인원이 줄을 서서 입장했는데, 30여명이 키오스크에 연락처를 입력하고 대기 중이었다. 행사장 안쪽에선 이미 200~250여명에 이르는 방문객이 출판사 관계자들과 책을 두고 분주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독립책방과 중소 출판사 50여곳이 참여한 이번 도서전은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촉구하는 출판인 모임’이 “서국도 공공성 회복의 마중물이 되겠다”며 대항 도서전 성격으로 연 일회성 도서전이다. 24~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국도’에 맞불을 놓는, 일종의 캠페인인 셈이다. 이들은 정부 지원 중단의 대안으로 추진된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화’가 “공공재인 도서전을 사유 재산으로 변질시킨 잘못된 해법”이라고 주장하며 “주식 회사의 고객이 되어버린 출판인과 독서인을 책문화의 주인으로 되돌려 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6일 ‘서울제대로도서전’이 열린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 노들라운지. 화창한 노들섬의 자연과 도서전이 잘 어우러진다.

특히 이번 제대로도서전에는 서국도 참가 신청이 좌절된 소형 출판사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양질의 그림책을 출판하는 곳들이 주를 이뤄, 제대로도서전이 사실상 ‘그림책 도서전’ 성격을 띠게 됐다. 이들은 이렇다 할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서국도에서 배제됐다. 지난해까지 서국도에 참여했으나, 올해 탈락한 시금치 출판사도 그중 하나다. 송영민 시금치 대표는 “저는 탈락 뒤 ‘올해는 좀 쉬어가자’ 싶었지만, 몇몇 출판사들은 큰 아쉬움을 갖고 있는데도 선정과 탈락 배경에 대해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문제 제기 뒤에 ‘우리가 도서전을 해 보자’ 하고 주경야독의 심정으로 준비했는데 너무 많은 독자가 찾아 주셔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국도 참가 신청 자격을 얻고도 이같은 대의에 동의해 제대로도서전으로 발길을 돌린 출판인들도 있다. 이번 도서전을 기획한 출판인들 중 한명인 김향수 향출판사 대표도 서국도를 ‘보이콧’했다. 김 대표는 “도서전이 독자를 중심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도서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대로도서전에서는 독서 모임을 비롯해 독자들이 바라는 프로그램을 공모받아 ‘독자가 중심이 되는 독서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출판사나 후원사 중심의 이벤트, 명사 중심의 강연이 주를 이룬 서국도와 달리, 제대로도서전에서는 독자들이 책을 낭독하거나 바느질로 ‘필사’를 경험하는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 독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서울제대로도서전 한편에 마련된 공간에서 방문객들이 손바느질로 책 속 문구를 옮기고 있다.
최미리(38)씨는 도서전 방문을 위해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의 학교에 ‘현장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전북 전주에서 올라왔다.

제대로도서전에 방문한 독자들에게도 도서전은 두가지 의미를 모두 갖고 있었다. ‘서국도의 상업화에 반대해 이곳을 찾았다’는 독자들도 있었지만, 일부는 그저 책이 좋아 양쪽 모두 방문한 이들이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림책 등을 소개하는 최미리(38)씨는 도서전 방문을 위해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의 학교에 ‘현장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전북 전주에서 올라왔다. 그는 “저도 아이도 책을 워낙 좋아해서 2024년부터 서국도에 늘 가고 있다. 이번엔 그림책 출판사가 많은 제대로도서전도 꼭 와봐야지, 싶어서 서국도에 가기 전 먼저 들렀다”고 말했다.

반면 서국도의 지지자였지만, 지금은 아쉬움을 갖고 있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동작구 대방어린이도서관 그림책 동아리 ‘채움’ 회원들과 함께 제대로도서전을 찾은 정규진(48)씨는 “원래 서국도를 매해 방문했지만, 갈수록 메인 무대와 서점 부스의 괴리가 커지고 있어 아쉬웠다. 무대에 서는 명사들보다는, 도서전을 찾는 사람들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도서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민채(23)씨 역시 “서국도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만 몇년 전부터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더는 찾지 않는다. 잡음이 나오면서 실망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렇게 작은 서점과 출판사들로부터 책을 소개받을 수 있어 제대로도서전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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