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입지로 나라 두 쪽 날 판 [이브닝 브리핑]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나라가 두 쪽 날 판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초대형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논의를 둘러싸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친 마찰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야권은 정치적 개입과 졸속 추진 가능성 우려를 쏟아내고 여당은 지역 갈등 조장이라며 반박합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TK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었습니다. "국가 전략산업을 선거 논리나 정치적 이해관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반도체 공장 입지 결정을 '명청 대전' 전대용 총알로 쓰면 안 된다"고 직격했습니다. 이에 대해 광주에 지역구를 둔 안도걸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국민의힘은 기업 미래를 위한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투자 결정마저 정쟁 소재로 삼는다"고 공박했습니다. 해묵은 지역 갈등의 망령이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불쏘시개로 다시 활활 타오르는 모양새입니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의 핵심 고려 요인
이런 요인들을 고려할 때 수도권은 사실상 포화상태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전력입니다. 수도권은 사실상 자체 발전 용량이 0에 가깝습니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장거리 송전망을 이용해 끌어와야 합니다. 하지만 장거리 송전으로 인한 전력 손실은 차치하고라도 어느 지역이든 자기 땅에 송전탑을 세우는데 극력 반발하는 만큼 송전망 구축은 '미션 임파서블'입니다. 용수 확보도 쉽지 않습니다. 수도권의 인구밀도가 워낙 높다 보니 생활 용수 확보조차 허덕이는 상황에서 대규모 공업 용수 확보는 난제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1, 2순위 요인부터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핵심 요인으로 본 호남의 적합도 분석

합리적 결정을 위한 우리 사회의 자세
실제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용인에 짓기로 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지 않고 지방으로 가는 차원은 절대 아니다", "수도권에 있는 시설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벨트를 (지방에) 새로 만드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태원 SK 그룹 회장에 이어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습니다. 어제 오후 5시쯤 청와대에서 이 회장을 만나 약 1시간 동안 신규 반도체 투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울러 오는 대통령 주재의 지방균형 국가 달성 논의를 위한 민관 합동회의를 가질 예정입니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 보고회'라는 이름의 이 회의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호남, 충청, 영남권 투자 계획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호남에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영남에 피지컬 AI 생산 단지, 충청에 GW 단위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1극 체제 극복을 위해 핵심 첨단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영남이나 충청, 강원, 제주, 호남 등으로 확대하는 획기적인 전략산업 다극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가 미래를 걸고 펼치는 사업인 만큼 더 충분히, 신중하게 의견을 모으고 논의해서 최대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겠습니다.
우상욱 논설위원 woos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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