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공간 열었더니…외국인들 몰린 ‘K-공연장’ 투어 가보니

권효정 여행플러스 기자(kwon.hyojeong@mktour.kr) 2026. 6. 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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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 숨은 공간까지…서울 예술관광 새 콘텐츠
공연장 백스테이지부터 광화문 역사까지 한 번에
외국인 겨냥한 서울 도심 문화·예술 투어 본격화
세종문화회관 비공개 공간 개방…예술관광 확대
광화문 새 명소 ‘감사의 정원’까지 함께 둘러봐

전 세계로 퍼진 K-콘텐츠 바람을 타고 서울 도심의 예술 현장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K-드라마를 보다가 한국에 반했고 그렇게 서울행 비행기를 탄 외국인들이 이제는 공연장 뒤편까지 찾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이 새로운 예술관광상품을 내놨다. 광화문 한복판 세종문화회관 백스테이지 투어 얘기다. 무대 위 화려함이 아니라 그 무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걷는 프로그램이다. 여행플러스도 팸투어에 참가해 광화문 일대를 직접 돌아봤다.

KBS 간판 아나운서 출신인 유정아 해설사가 진행하는 백스테이지 투어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투어는 지난달부터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열렸고 그동안 외국인만 60명 넘게 참여했다. 해설은 KBS 간판 아나운서 출신인 유정아 해설사가 영어로 진행했다. 유 해설사는 “뉴스와 클래식 방송 그리고 음악회 진행을 많이 했는데 백스테이지에서 훌륭한 음악가들이 지나다닌 무대를 직접 밟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며 “공연장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풀어내겠다”고 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했던 투어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프로그램의 핵심은 공연 준비가 한창인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공연을 준비하는 긴장감 넘치는 현장을 눈앞에서 직접 마주하는 것이 이번 투어의 핵심 묘미다.

서울관광재단은 작년 서울 예술관광 얼라이언스(SATA)를 발족하고 예술과 관광을 연결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호주와 미국 등 해외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예술관광 상품을 개발한다.

조은영 서울관광재단 홍보팀장은 “작년 말 사업을 시작했고 기존 상품과 다른 점은 외국인 대상으로 일반 관객은 다닐 수 없는 비공개 공간을 걷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고유의 화강암으로 만든 기둥들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첫 발걸음은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유정아 해설사 안내에 따라 세종문화회관 건물 앞에 서니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건물 앞쪽을 떠받치는 6개의 기둥이 있는데 한국 고유의 화강암으로 만든 것이었다.
내부에 새겨진 박쥐 문양들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내부에 새겨진 박쥐 문양을 유심히 살펴봤다. 서양에서는 불길함의 상징이지만, 동아시아 전통에서는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의 앞날이 모두 잘되기를 바라는 따뜻한 염원이 숨어 있다는 해설이 귀에 감겼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작가의 작품으로 서양의 첼로 모양을 하고 있다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이어 1층 로비 양옆으로 들어서자 웅장한 비디오 아트 설치작품 2점이 눈길을 끌었다. 20세기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작가의 작품 ‘호랑이는 살아있다(타이거 이즈 얼라이브)’다. 백남준 작가는 세종문화회관과 불과 걸어서 몇 분 거리인 종로 서린동 출신이다. 1999년 말 임진각에서 열린 예술 축제 행사를 위해 제작됐던 역사적인 작품이 지금은 이곳 로비를 지키고 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작가의 작품으로 동아시아의 전통 현악기인 월금 형상을 하고 있다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정면을 기준으로 오른쪽 작품은 서양의 첼로, 왼쪽 작품은 동아시아의 전통 현악기인 월금 형상을 띠고 있다. 대극장 로비라는 공간 특성에 맞게 안쪽은 현악기를 바깥쪽은 관악기를 기리는 구조로 동서양의 악기가 조화를 이룬다는 해설이 이어졌다. 미리 알고 보지 않았다면 무심코 지나쳤을 이야기였다.
평소엔 못 가는 공연장 뒷공간
대극장 무대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본격적인 세종문화회관 백스테이지 투어가 시작됐다. 늘 객석에 앉아 무대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작품을 올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무대 뒷 공간을 직접 걸어보고 거대한 건축물로서의 공연장을 역동적으로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나 프랑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처럼 세계적인 공연장들이 선보이던 프로그램을 이제 세종문화회관에서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본격 운영하기 시작했다.

백스테이지 투어는 세 갈래로 나뉜다. 공연장의 역사와 상징을 소개하는 스토리(Story)와 건물 그리고 주변 경관의 의미를 살펴보는 심볼(Symbol) 그리고 무대와 예술단의 제작 현장을 체험하는 쇼케이스(Showcase)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가 대표적인 해외 사례인데 세종문화회관도 최근 외국인 대상 백스테이지 투어를 시작했다.

백스테이지로 이동을 하는 모습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귀에 꽂은 무선 수신기를 통해 흐르는 해설을 들으며 대극장을 비롯해 체임버홀, M씨어터, S씨어터까지 바쁘게 발을 옮겼다. 평소라면 굳게 닫혀 있었을 무대 위, 객석 구석구석, 백스테이지, 그리고 예술단원들이 땀 흘리는 연습실까지 이동하며 하나의 공연이 완성되는 과정을 코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무선 수신기 덕분에 이동하는 중에도 해설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어 편리했다.

세종문화회관은 과거 서울시민회관에서 출발해 지금의 이름으로 개관한 공간이다. 처음 향한 곳은 대극장 객석이었다. 1978년 문을 열었을 당시 3800석 규모였다. 세계적으로 봐도 손꼽히는 대형 홀이었다. 2004년 리노베이션을 거쳐 지금은 3022석 규모로 운영 중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뮤지컬 ‘베토벤’ 공연을 위한 막바지 준비작업이 한창이었다. 스태프들이 바쁘게 오가는 모습을 객석 뒤편에서 바라봤다.

무대 규모가 남달랐다. 가로 22m에 높이 15m다. 무대 한가운데에는 지름 17m짜리 회전 무대가 들어서 있다. 유 해설사는 “회전 무대는 90도 도는 데 27초 180도 도는 데 55초가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객석 자리마다 LED 모니터가 달려 있어 공연 중에도 실시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무대 한쪽에 자리한 대형 파이프 오르간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무대 한쪽을 보니 파이프 오르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독일 칼 슈케 사에 주문 제작한 것인데 겉면은 거문고를 형상화하고 튀어나온 부분은 한국 기와와 처마를 본뜬 형태였다. 한국 불교 범종의 소리를 음향에 녹여 한국적인 울림을 낼 수 있도록 악기 하나에도 공을 들였다.

무대 위를 올려다보니 43개의 현수봉이 줄지어 달려 있었다. 막의 전환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장치다. 백스테이지란 메인 스테이지를 둘러싼 여러 스테이지들을 통칭하는 말인데 세종문화회관은 메인 스테이지에 버금가는 넓은 백스테이지를 갖추고 있어 빠른 무대 전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량무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리허설룸으로 이동하니 한량무 연습이 한창이었다. 부채를 들고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동작이 불과 몇 걸음 앞에서 펼쳐졌다. 완성된 무대 위의 공연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한량무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체임버홀과 M시어터 그리고 S시어터까지 공간들을 볼 수 있었다. 해설은 무선 수신기를 통해 제공돼 이동 중에도 끊기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공연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이 오가는지 두 발로 직접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S시어터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세종문화회관 옥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투어의 마지막은 오는 10월 개방 예정인 세종문화회관 옥상 전망대였다. 올라서는 순간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 그리고 서울 도심 전체가 한눈에 펼쳐졌다. 탁 트인 서울을 배경으로 셔터를 누르는 손이 절로 바빠졌다.
세종문화회관 옥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투어는 약 70분간 진행되며 회차당 최대 25명 규모로 운영한다. 요금은 3만5000원이고 7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다.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으로 내국인은 외국인 인솔자 또는 동반인이 있는 경우에 한해 참여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에 정기 운영하며 세종문화회관 누리집에서 신청 가능하다.
투어에 함께한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투어에 함께한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예술관광을 서울 관광의 고부가가치 콘텐츠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광화문에 새긴 감사의 기억
감사의 정원 지상에 자리한 ‘감사의 빛 23’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광화문 광장에서 또 하나의 공간을 만났다. 지난 5월 12일 문을 연 ‘감사의 정원’이다. 6.25전쟁 참전국에 대한 감사를 담아 조성한 공간이다. 광화문은 조선시대 한양 육조거리부터 일제강점기와 근현대를 거쳐온 대한민국 역사의 중심지다. 분단 민족의 아픈 기억을 담고 참전국에 대한 예우를 지키는 공간이 광화문 광장 안에 들어섰다.
감사의 정원 입구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미국 워싱턴 D.C.의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관과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관, 영국 스태포드셔의 국립추모수목원이 그렇다. 기념비 하나를 세우는 방식보다 인상적인 조형물을 공공 공간에 설치해 자국 시민은 물론 관광객도 일상 속에서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도록 했다.
감사의 정원을 구경하는 시민들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감사의 정원 지상에는 높이 6.25m 조형물 23개로 구성된 ‘감사의 빛 23’이 자리했다. 6.25전쟁 당시 한국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나라들 순이었다. 지하에는 전쟁의 기억과 희생 그리고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을 담은 몰입형 미디어 전시공간 ‘프리덤홀’이 들어서 있다.

저녁이 되자 지상 공간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매일 오후 8시부터 오전 12시까지 하늘을 향해 빛을 쏘는 레이저쇼가 펼쳐진다. 낮에 봤던 조형물이 전혀 다른 얼굴로 바뀌어 광장을 채운다.

감사의 정원을 구경하는 아이들의 모습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지하 전시공간 ‘프리덤홀’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오후 11시까지 문을 연다. 방문객을 위한 무료 전시 해설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 중이다.

해설은 미디어월 4개소와 총 13개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루 12회 진행된다. 회당 20명 규모로 약 40분간 운영하며 사전 예약과 현장 접수 모두 가능하다. 10인 이상 단체 관람은 단체 관람 신청서를 작성해 관람일 5일 전까지 이메일로 신청해야 하며 개인 관람객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에서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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