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보는 20대의 시대정신은…"침몰하는 배에서 구명조끼 경쟁 중"
20대 정치 성향 분석 글로 화제 모은 고은강 씨
"이념보다 '생존 본능'이 우선"
"무한 경쟁 피할 수 없으니 공정 매달리는 것"
"극단적 주장 속에서 절충점 찾아야"

그때 소셜미디어(SNS)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스물넷 대학생이 보는 20대의 정치 성향'이라는 제목의 글은 20대의 시대정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망해 가는 대한민국에서 나의 인생 지키기!" 이념이 아닌 '생존 본능'이 20대를 이해하는 키워드란 주장이었다. 이 글은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불러왔고, 일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동행미디어 시대'는 이 글을 쓴 한국외대 LD(Language & Diplomacy) 학부 4학년 고은강 씨를 만나 '20대가 생각하는 20대'에 관해 물었다. 그가 20대 전체를 대변해서가 아니라 여느 20대와 다름 없이 기존 시스템에 문제를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씨는 "온라인을 달구는 양극단의 주장이 아니라 중간 지대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하는 것이 세대 간 오해를 푸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사회적 갈등의 대척점에 선 주장들을 분석하고 그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가는 글을 블로그에 꾸준히 올리고 있다.
━
"주변 친구들과 대화해 보면 20대 시대정신은 기성세대와 다르다. 검찰개혁, 헌법개정, 심지어 내란 청산까지 사실 20대에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출생률 하락으로 시작된 국민연금 고갈, 가파르게 증가하는 복지 예산, 막대한 세금 부담이 모두 우리 몫이다. 정치권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이대로 가면 결국 끝이구나, 생각한다. 그러니 나 하나라도 지켜야 하는 것 아니겠나. 다만 그 글을 쓰고 나서 많은 반응이 있었고, 좀 더 부드럽고 직관적으로 20대의 시대정신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침몰하는 대한민국호(號)에서 내 구명조끼 챙기기'가 더 낫지 않나 싶다."
▷20대들은 '내 구명조끼'에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가.
"배 밑바닥에 구멍이 났고, 계속 물이 차오르고 있다. 몇 십년동안 지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20대는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일자리 시장의 이중 구조 속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20대 초반부터 '정병(정신병을 줄여 부르는 20대들의 은어)'에 걸릴 지경으로 경쟁에 몰두한다. SNS에는 '취준(취업준비) 정병일기'라는 주제로 몇십 번의 지원서를 쓰고 탈락하는 자신의 모습을 공유하는 청년들이 많다. 대기업, 공기업, 전문직으로 구성된 세 가지 카테고리 속에서 청년들이 '내 구명조끼'를 챙기기 위해 무한 경쟁을 하는 것이다."
▷20대가 무한 경쟁에 내몰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나의 기본권, 기회를 빼앗겼다는 것에 분노가 컸다고 본다. 20대는 이념에 종속되지 않는 첫 세대다. 이념이 행동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내 구명조끼를 챙겨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투표를 하는데, 그 기회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니 분노하는 것 아니겠나. 특히 대학생들은 '기말고사 기간이라 (시위에) 못 갔다'는 댓글을 많이 올렸다. '현생'을 사느라 바쁜 사람들이 실제 시위에는 나가지 못하더라도 소셜미디어에서 관련 콘텐츠를 공유하고 '좋아요'를 눌렀다. 참정권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공감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청년들이 극우화돼 참정권 시위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는데….
"SNS나 커뮤니티 등에 우파, 내지 극우가 득세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곧바로 청년들이 극우화됐다고 연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온라인에선 극단적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양쪽 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평범한 2030은 극단적 5060을 보며 손사래 치고, 평범한 5060은 극단적 2030을 보면서 혀를 찬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깊어지고 있다. 다만 구명조끼 수(좋은 일자리)가 한정돼 있다 보니 구명조끼를 잡아당기고 싸우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한 공격성이 더 강해질 수는 있다. 그런 모습이 청년 극우화 현상으로 비칠 수 있다고 본다."
▷청년들의 우파 성향은 86세대를 포함해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 측면이 있다. 배가 침몰하는데, 배 위 회의실(국회)에서 싸움만 하고 있다. 청년들은 "구멍을 막을 생각은 않고 왜 너희들끼리 싸우기만 하느냐"며 답답해하는 것이다. 제발 강성 지지층에 기대는 정치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면서 세력화에만 치중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해 청년들의 반감이 크다. "
▷페이스북 글에서 "20대는 확장재정 정책(정확히는 '국가의 빚')에 대한 반감이 크다. 이에 반기를 들면 '쟤는 멍청해서 확장재정 정책을 지지한다'고 바로 낙인이 찍힌다"고 썼다. 청년들은 국가의 빚을 우리가 갚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한 건가.

"20대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실력을 입증한 사람을 존중한다. 거꾸로 사회생활도 해보지 않고 정치 노선을 잘 타서 '청년 몫 비례대표'를 하는 정치인에 대해 비판적이다. 정당한 경쟁을 통해 얻어낸 게 맞느냐는 의문이다. 청년 비례대표들은 '네가 뭔데 우리를 대표하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다만 토론과 같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1등을 한 사람에게 청년 대변인 등 자리를 준다면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무한 경쟁 속에 '정병(정신병)'을 앓을 정도라면서 경쟁 통해 얻은 결과만을 인정하겠다는 건 모순 아닌가.
━
"앞서 얘기한 것처럼 대다수의 사람은 양극단이 아니라 중간 지대에 모여 있다. 다만 온라인에서 극단적 목소리가 크다 보니 오해가 깊어지는 거다. 그 오해를 풀려면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난해부터 양극단의 주장을 분석하고 그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글을 블로그에 꾸준히 쓰고 있다. 예를 들면 쿠팡 새벽배송 논란이 컸을 때 찬반 의견을 종합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로켓배송이 제시간에 안 와도 괜찮다는 버튼을 만드는 방안, 배송 기사에게 다양한 건강검진을 제공하는 방안 등을 제안하는 글을 썼다."
고은강 씨의 블로그에서 '쿠팡 새벽 배송 논의 파헤치기'라는 글을 찾아보니, '1. 인트로 2. 양측 동의 사항 3. 찬성 의견 & 반대 의견 4. 해결책 구상 5. 생각할 거리 6. 마치는 글'로 구분된, 거의 논문급 글이 실려 있었다. 이외에도 부정선거, 검찰개혁 등 현안에 대한 찬반 의견과 자신의 견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글들을 접할 수 있었다.
▷블로그에 '선동은 절대로 진실을 이길 수 없다. 그것이 얼마나 힘이 센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적었다. 어떤 의미인가.
"절충점, 합의점을 찾는 글을 쓰면서 솔직히 많은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깊이 사색하고, 많은 정보를 분석해 글을 올려도 많은 사람들은 SNS에 있는 단 두 줄짜리 선동형 카드뉴스에 쉽게 반응한다. 그럼에도 양쪽 의견을 정리해 합의점을 찾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제 신념을 지키기 위해 '선동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고 쓴 거다. 페이스북에 '20대 정치 성향' 분석 글을 올렸을 때 '내가 알지 못하는 자녀의 아픔을 알게 해줘 고맙다'는 댓글이 달렸다. 너무 감사했다. 내가 계속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생긴 거다."
조아현 기자 choah@sidae.com
Copyright © 동행미디어 시대 & sida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동대표 갑질에 관리실 직원 전원 사표…엘베에 '9가지 사직 이유' 공지 - 동행미디어 시대
- "귀신과 성관계 중독"…'결혼 5개월 차' 아내, 죽은 전남친과 임신 시도 - 동행미디어 시대
- "아내와 딸 있는 거 알지만"…미혼 여성 불륜 고백 글에 누리꾼 공분 - 동행미디어 시대
- 래퍼 비와이, 김민석 국무총리 저격?…"태극기 거꾸로 달지 마라" - 동행미디어 시대
- "임신 직전까지 담배 하루 두 갑 피웠다"…랄랄, '골초' 과거 충격 고백 - 동행미디어 시대
- "홍명보 끝까지 선수 탓, 남아공팀이냐"…충격패에 분노한 한정수 - 동행미디어 시대
- 남아공에 충격패 속…설영우 "인신공격 선처없이 강경 대응, 악플 고소 " - 동행미디어 시대
- '1세대 인플루언서' 이주희, 갑작스러운 사망…유족 "믿기지 않아" - 동행미디어 시대
- "면도날 끼고 악수하고 새총으로 못 쏴"… 하춘화, 극성팬 일화 '경악' - 동행미디어 시대
- "아내 임신 중 여교사와 불륜"…홍서범·조갑경 아들, 항소심 판결 나온다 - 동행미디어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