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N] 2026 선거범죄 리포트: ‘선거일 이후’에도 매수죄는 적용된다
이 기사는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연대 협업하는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 회원사인 ‘코트워치’(https://c-watch.org/)가 취재했습니다. <편집자주>
당선된 사람이 선거가 끝난 뒤 선거운동을 도와준 사람에게 밥을 사거나, 추가 수당을 지급하면 어떻게 될까.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매수 및 이해유도죄’는 선거와 관련해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특정인에게 금품을 제공했을 때 성립한다. 어떤 이익을 얻으려 했는지 명확히 입증되지 않더라도, 금품 제공이 선거운동과 관련돼 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선거일 이전뿐 아니라 선거가 끝난 이후의 행위에도 적용된다.
코트워치가 분석한 금품 관련 선거범죄 125건 중 40건은 매수 및 이해유도죄 사건이었다. 이 중 27건이 선거운동과 관련해 현금 혹은 식사를 제공한 경우였고, 10건은 선거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특정인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공직을 약속한 경우였다. 나머지 3건 중 2건은 선거 당일 유권자에게 투표소까지 교통 편의를 제공한 혐의, 1건은 선거운동 기간에 선거구민 등에게 나눠 줄 목적으로 차량에 금품을 운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와 관련된 금품 제공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한다. 매수 및 이해유도죄를 적용한 사건 40건 중 21건에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당선무효를 면한 17건1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되거나, 제공한 금품 중 일부가 선거와 무관하다고 인정돼 형량이 줄어든 경우 등이다. 법원은 당선자가 특정인에게 공직이나 경제적 이익을 실제로 ‘약속’했다고 볼 수 있는지, 금품 제공 행위가 선거운동과 얼마나 연관돼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약속’이 인정되는 기준
당선자가 선거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공직을 제안한 경우, 법원은 그 제안이 ‘쉽게 철회하기 어려운 약속’에 해당하는지 판단했다.
홍남표 전 창원시장은 고등학교 후배 A에게 선거캠프 합류를 대가로 공직을 약속해 재판에 넘겨졌다. 홍 전 시장은 2022년 3~4월 당시 국민의힘 당내 창원시장 후보경선에 출마하려고 했던 A를 만나 자신의 선거캠프에 들어오면 경제특보 자리를 주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재판에서는 홍 전 시장이 이러한 매수 행위에 직접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지, 실제로 공직을 ‘약속’한 것이 맞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공직 제공에 따른 매수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이익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 소정의 금전 물품 차마 향응 그 밖에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의 제공을 약속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표시를 승낙하는 행위는 구두에 의하여 할 수도 있고 그 방식에 제한은 없지만, 그 약속 또는 승낙이 사회통념상 쉽게 이를 철회하기 어려울 정도로 당사자의 진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서 외부적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정도에 이르러야만 비로소 이에 해당하고,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의 제공과 관련하여 어떤 대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단지 의례적이거나 사교적인 인사치레 표현에 불과하다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창원지방법원 2024. 2. 8. 선고 2022고합334 판결)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공통적으로 ‘약속’이 맞다고 봤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 전 시장은 당내 경선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추가 지지기반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2. 홍 전 시장과 A는 공직에 대한 약속을 확인하기 위한 만남을 가졌다.
3. 만남을 전후로 홍 전 시장 측과 A 사이에 공직 약속에 관한 연락이 여러 번 오갔다. 그 내용을 보면 ‘최소한으로 보장해 줄 자리’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 보인다.
홍 전 시장은 위 협의 과정에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선거캠프 관계자가 홍 전 시장에게 A와의 협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공유한 점, 공직에 대한 약속은 후보자 본인 승낙 없이 성립되기가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약속’이 성립됐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도 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사무원 B에게 선거운동을 돕는 대가로 보좌관 자리를 약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핵심 증인인 B의 배우자 진술이 여러 번 바뀌었다는 점, B가 가진 경력이 보좌관직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점, B와 B의 배우자의 ‘공직 약속 요구’에 맞장구를 치거나 무마하기 위한 답변을 했을 뿐 명확한 대가를 약속한 적은 없었다는 점2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금품 중 일부가 ‘노무 대가’로 인정된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 및 예비 후보자는 선거사무원 또는 활동보조인 등을 선임할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에 즉시 신고해야 하며, 법에서 정하는 수당 기준을 지켜야 한다. 선거운동을 도와준 사람에게 적법하지 않은 방식으로 수당을 지급해 매수죄가 적용된 당선자도 있다. 다만 제공한 금품 중 일부가 실제로 수행한 노무의 대가로 인정된 경우 형량이 감경됐다.
이순우 서울 영등포구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사무원으로 신고하지 않은 C에게 수당 300만 원을 지급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 구의원 측은 선거운동 기간에 C가 머리 미용을 해준 대가로 돈을 지급한 것이지, 선거운동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C가 이 구의원과 동행하며 수행원 역할을 하는 등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점을 고려해 이 구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제135조 제3항의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는 ‘선거운동에 즈음하여, 선거운동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여’라는 의미로서, ‘선거운동을 위하여’보다 광범위하며, 선거운동의 목적 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 자체가 선거의 자유·공정을 침해할 우려가 높은 행위를 규제할 필요성에서 설정된 것이므로, 반드시 금품 제공이 선거운동의 대가일 필요는 없고, 선거운동 관련 정보제공의 대가, 선거사무관계자 스카우트 비용 등과 같이 선거운동과 관련된 것이면 무엇이든 이에 포함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7. 6. 선고 2022고합488 판결)
다만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매수죄가 적용되는 금액의 범위를 다르게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머리 미용의 대가’와 ‘선거운동의 대가’를 구분할 수 없으므로 300만 원 전액을 유죄로 인정한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머리 미용을 해준 데 대한 대가는 선거운동과 무관하다고 보아 일부 무죄 판결을 했다. 1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이 구의원은 항소심에서 감형돼 당선무효를 면했다.
홍석준 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이유로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었다. 홍 전 의원은 2020년 총선 당시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선거사무원에게 322만 원을 수당으로 지급해 재판을 받았다.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금액 중 일부가 ‘노무의 대가’로 인정돼 벌금 90만 원으로 감형됐고, 당선무효형을 면했다.

“(피고인이) 지급한 322만 원 전부가 당내 경선,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지급된 금원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322만 원 중 이 사건 선거사무소에서 정리노무에 관하여 근로한 것에 대한 대가로 지급한 액수 미상의 금원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대구고등법원 2021. 7. 22. 선고 2020노588 판결)
선거일 이후의 금품 제공 행위로 당선무효가 된 사례도 있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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