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서라도 가르친다”···드라마 ‘참교육’, 현실의 해답일까?[설명할경향]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공개 첫 주 만에 글로벌 시청 순위 1위에 오르며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작품 속 국가기관인 ‘교권보호국’이 문제 학생과 학부모를 직접 응징하는 장면은 “통쾌하다”는 반응과 함께 교권보호국을 실제로 도입하자는 주장으로도 이어졌습니다. 그만큼 교권 침해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드라마 속 ‘참교육’은 현실에서도 교권을 지키는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1990년 등장한 ‘교실 붕괴’
교권 침해는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문제는 아닙니다. 1970년대에도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거나 폭언하는 사건이 사회적 논란이 되곤 했어요. 다만 당시엔 일부 특권층의 일탈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교실 붕괴’라는 표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입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침해 현황에 따르면 1970년대 연평균 10건 수준이던 교권 침해는 1990년대 50여 건, 2000년대 160여 건, 2010년대에는 430여 건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학부모는 ‘교육 소비자’가 됐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는 1990년대 교육개혁이 거론됩니다. 1995년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은 국가 중심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경쟁과 자율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의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교육 서비스의 ‘수요자’ 또는 ‘소비자’로 인식되기 시작했는데요. 학교가 마치 ‘서비스 제공 기관’처럼 여겨지면서 교사 역시 교육 전문가인 동시에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으로 점차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사라진 ‘전인교육’, 남은 것은 ‘입시’
문제는 교육의 목적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현행 교육기본법은 학교 교육이 학생의 지식뿐 아니라 창의성과 인성을 키우는 ‘전인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학교는 어떨까요? 2024년 초·중·고교 사교육비가 30조 원에 육박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여전히 ‘대입’이 교육의 성과이자 목적으로 여겨집니다.
입시 경쟁이 심화할수록 학교는 사람을 키우는 공간보다 성적을 만드는 공간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교사가 학생의 생활과 인성, 공동체 의식을 지도하는 시간은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로 취급되기도 하죠. 교육의 목적이 좁아질수록 교사의 교육적 권위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제로섬 게임’?
교권 침해 문제는 2023년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당시 정치권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원인”이라고 주장했고 실제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드라마 ‘참교육’ 역시 학생과 학부모를 응징의 대상으로 그리면서 체벌이나 강한 훈육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학생 인권과 교권이 서로 반비례한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에도 교권 침해가 감소한 지역이 있는 등 두 권리가 ‘제로섬’이라는 주장과 맞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죠. 교권 침해의 원인을 학생 인권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존경받는 교사, 존중하는 학생
오히려 학생 인권이 제대로 보장될수록 교권도 함께 보호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광주지역 초·중·고 학생 1500여 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인권교육을 많이 받고 학교에서 자신의 권리가 존중된다고 느끼는 학생일수록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고 교육 활동을 존중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권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는 학생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내 권리 침해”로 오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결국 학생 인권과 교권은 서로 경쟁하는 권리가 아니라 함께 지켜져야 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참교육’은 응징이 아닌 이해에서
드라마 속 응징은 단순하고 통쾌합니다. 몇몇 ‘괴물’만 처벌하면 정의가 실현될 수 있죠.
현실의 학교는 다릅니다. 학교는 괴물이 아닌 미숙한 인간들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입니다. 이들이 겪는 갈등과 오해, 충돌은 법과 처벌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서로의 권리와 책임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교사의 교육 활동을 보호하는 제도는 더욱 촘촘해져야 합니다. 다만 그 논의가 다른 권리를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진정한 ‘참교육’은 누군가를 응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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