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과 폭력의 경계...교사 출신 변호사가 짚어주는 ‘학폭 초기대응’

학령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학교폭력'에 대한 불안감을 마주하게 된다. 내 아이가 혹여나 피해를 입지 않을까, 반대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하는 복잡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교사 출신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가 제주 학부모들과 만났다.
제주도교육청과 [제주의소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2026 학부모아카데미'가 26일 오전 10시 30분 제주시 연삼로에 위치한 제주경제통상진흥원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은 양지현 법무법인 이든 대표 변호사가 나서 '학교폭력 A TO Z'를 주제로 진행됐다. 양 변호사는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풍납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거쳐 현재 대한변협 인증 형사전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교사로서의 현장 경험과 구리남양주교육청 학폭위 위원 등을 두루 거쳤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장난과 폭력의 경계'를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매일 귀를 잡아당기며 "장난이야"라고 말한 중학생의 사례나, 장난감 카드를 받고 가짜 장난감 지폐를 건넨 초등 3학년의 사례 모두 명백한 '학교폭력'으로 인정됐다.
양 변호사는 "일방적인 행위로 힘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피해자가 고통을 느꼈다면, 가해자가 아무리 장난이라 주장해도 학폭을 면제받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모둠에서 단순히 "목소리가 커서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한 행위는, 지속성과 모의 정황이 없어 불인정된 사례로 소개하며 꼼꼼한 사실관계 파악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친목의 표시로 SNS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공유했다가, 무단 접속을 통해 험담을 캡처하고 유포하는 행위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학폭 신고의 주된 트리거가 된다는 설명이다.
학폭 신고 접수부터 최종 조치 결정까지 1~2개월이 소요되는 복잡한 절차 속에서 양 변호사는 초기 대응, 특히 '최초 학생 확인서'가 심의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피해·가해 부모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지침을 소개했다. 양 변호사는 피해 학생 부모를 향해 "가해 측에 직접 연락하거나 억울함을 SNS에 게시하는 것은 증거 인멸의 빌미를 주거나 명예훼손 역고소를 유발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가해 학생 부모에게는 "내 아이가 그럴 리 없다고 다그치거나 감싸는 순간 아이는 입을 닫고 사건은 꼬이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난이었다', '쌍방이다'라는 섣불린 주장이나 억지 사과 강요는 오히려 화를 돋우고 처분 수위만 높일 뿐"이라며 부모가 먼저 메타인지를 갖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양 변호사는 학교폭력 사건이 자칫 '부모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되는 씁쓸한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아이들은 이미 화해하고 잘 지내는데, 정작 부모들이 '가만두지 않겠다'며 강제전학을 요구하고 끝없는 법적 분쟁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꽤 많다"며 "내 자식의 일이라 속상하겠지만,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갈 아이의 건강하고 올바른 미래를 위해 과연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 어른으로서 깊이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