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반도체]경실련 "경북 구미 강점, 광주전남 클러스터 반대 명분 될 수 없다"
29일 정부 발표 곳곳서 논란과 분석 가열
"대구경북 의원들, 정치 논리 비판하며
정작 지역 이해관계를 앞세우고 있다
수도권 집중 대신 비수도권 분산이 핵심
전남광주 비판하려면 용인도 동일 잣대로"

정부가 29일 반도체 등 첨단산업 1000조 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전남광주권 제2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둘러싼 정치권과 지역 간 갈등이 발표를 사흘 앞두고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 대구·경북(TK) 의원들이 클러스터 추진을 "정치 논리"로 규정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자,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26일 정면으로 반박하는 성명을 내면서 갈등 구도가 한층 선명해졌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광주경실련)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국민의힘 TK 의원들이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정치 논리라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대구·경북 지역구의 이해관계를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입지를 정치가 아닌 경쟁력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먼저 지역 표 계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경실련은 이번 논쟁의 본질을 단순한 지역 대결로 규정하지 않았다. 반도체 산업을 수도권에 계속 집중시킬지, 아니면 전력·용수·탄소 규범·송전망·지역소멸 등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 비수도권으로 분산할지에 관한 국가 전략의 문제라는 게 단체의 주장이다.
광주경실련이 가장 날을 세운 대목은 '산업 논리' 자체에 대한 재해석이다. TK 의원들은 반도체 입지가 인력, 전력, 용수, 연구개발, 공급망, 물류, 기업 생태계 등 산업적 요인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광주경실련은 이 원칙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그렇다면 용인·평택 중심의 수도권 집중 전략 역시 동일한 기준으로 검증받아야 한다고 맞받았다.
광주경실련은 '경기도 용인 집중론'이 성립하려면 대규모 전력과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하고,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 갈등과 막대한 비용 문제도 함께 해결돼야 한다고 짚었다.
송전선로 건설은 주민 수용성 문제를 동반하고, 용수 확보와 지중화 비용 역시 상당한 사회적·재정적 부담을 요구하는데, 수도권 집중론은 생태계 내부 효율만 강조하면서 이런 외부 병목 요인은 가볍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비수도권 분산론에 대해서는 단순한 균형발전 구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부지, 전력, 용수, 인허가, 금융, 정주여건을 패키지로 제공해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인다면 투자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다. 후공정, 첨단 패키징, 테스트·검증, 차량용·전력반도체, AI반도체 설계·실증,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중심으로 단계적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에너지 인프라를 둘러싼 문제 제기다. 광주경실련은 호남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 반도체 공장으로 보내기 위해 대규모 송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면, 그 전력을 활용하는 산업의 일부를 호남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력은 호남에서 공급받고 산업과 일자리는 수도권에만 집중시키겠다는 발상은 산업 논리가 아니라 비수도권을 에너지 공급지로만 취급하는 낡은 국토 운영 방식이라는 게 단체의 시각이다.
다만 광주경실련은 구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반과 대구·경북의 첨단 제조 역량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자산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구미의 강점이 광주·전남 클러스터 반대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단체는 구미 소부장, 수도권 생산거점, 광주 AI·첨단 패키징·검증, 전남 재생에너지·전력 인프라를 연결하는 다극형 산업망으로 반도체 전략이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광주경실련은 정부를 향해서도 메시지를 던졌다. 전남광주 클러스터 추진이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어떤 반도체 가치사슬을 맡을지, 전력과 용수를 어떻게 확보할지, 인재 양성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지, 기존 수도권·구미 생태계와 어떻게 연계할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광주경실련은 전남광주 클러스터를 무조건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밝혔다. 밀실 추진이나 부실한 장밋빛 계획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수도권 집중 전략의 불확실성은 외면한 채 전남광주 진입만 정치 논리라고 공격하는 선택적 태도에는 더 강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갈등은 정부의 첨단산업 투자 계획 발표가 임박하면서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클러스터 입지와 관련 인프라 투자의 구체적 방향이 발표 내용에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TK 지역 정치권은 수도권 집중 전략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전남광주 클러스터에 대한 견제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광주·전남 지역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비수도권 분산이 국가 균형발전과 산업 안정성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여기에 더해 TK 지역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을 최근 불거진 '반도체 클러스터 TK 패싱' 논란과 연결지어, 전력·용수 등 인프라 우위를 앞세운 대구·경북 입지론을 재차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발표가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지역 표심과 직결된 민감한 정치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둘러싼 논쟁이 전력망 구축 비용, 탄소중립 대응, 지역소멸 위기 등 여러 변수가 얽혀 있어 단순한 지역 갈등으로 환원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29일 발표에서 어떤 형태로든 입지 분산 또는 집중 전략의 윤곽을 제시할 경우, 후속 정치적 파장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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