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학계 "美 남중국해 우선순위 낮춘 틈에…中, 대만대응 시험"

한종구 2026. 6. 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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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공무선 앞세운 회색지대 전략…군사충돌 없이 관할권 강화 노려"
중국 해경선 [중국 인민망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와 대만 동부 해역에 해경선과 공무선을 잇달아 보내는 것은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의 우선순위를 상대적으로 낮춘 틈을 타 회색지대 전략을 강화하며 대만의 대응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라는 대만 학계 분석이 나왔다.

회색지대 전술은 실제 무력 충돌·전쟁으로 확대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도발로 안보 목표를 이루려는 군사 행동을 말한다.

26일 타이완국제방송(RTI)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대만 정치대 국제관계연구센터 등 여러 학술단체는 전날 '남중국해 중재판결 10년 이후: 국제법과 해양 질서의 재구성'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고 최근 중국의 움직임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학자들은 남중국해 갈등이 군함 간 대치에서 해경과 공무선을 활용한 회색지대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러한 방식을 대만 동부 해역과 대만이 실효 지배하는 섬 주변으로 확대해 군사적 충돌을 피하면서도 관할권 주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왕전위 타이베이대 법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미중 관계에서 남중국해 문제의 우선순위를 이전보다 낮게 두고 있다"며 "중국은 이런 전략적 환경을 활용해 대만의 남중국해 거점과 동부 해역에 대한 감시·대응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해경선 활동, 공무선 운항, 외교적 압박 등을 통해 미국과의 군사 충돌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상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한 해상 압박을 넘어 대만의 실질적 관할권을 약화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 국방부 부부장(차관)을 지낸 천융캉 국민당 입법위원(국회의원)도 남중국해 분쟁이 해경과 공무선을 앞세운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은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지 않으면서도 사실상의 통제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라며 "중국이 남중국해 중재 판결 이후에도 인공섬 건설과 군사 배치를 지속하는 것은 국제법만으로 남중국해 분쟁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왕관슝 대만사범대 교수는 대만이 해도·좌표·법률 논리·법 집행 기록 등을 체계적으로 축적해 남중국해에서의 법적 주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달 초 해경선을 대만 동부 해역에 보내 상시 법 집행 활동에 나서는가 하면 남중국해에서 대만이 실효 지배하는 섬 주변에도 공무선을 진입시키며 해상 압박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해저 측량과 해양환경 조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은 관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회색지대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정당한 관할권 행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관련 부처가 해당 해역에서 법 집행과 순찰 활동을 하는 것은 법에 따라 관할권 행사이자 역내 안정과 해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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