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가 업비트 밟으라 했다" 말 바꾼 보좌관...알고 보니 빗썸 고문
무소속 김병기 의원의 전직 보좌관 A씨가 김 의원 차남의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빗썸에 고문으로 영입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A씨는 지난해 뉴스타파에 김 의원으로부터 "업비트를 밟아 죽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 의원의 차남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핵심적인 진술이다. 그러나 A씨는 이후 뉴스타파에 보도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고, 빗썸에 영입된 현재는 경찰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김병기 의원의 차남 특혜 채용과 관련해 빗썸이 자사에 불리한 진술을 할 수도 있는 핵심 참고인을 사실상 관리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김 의원을 뇌물 수수 등 혐의로, 빗썸 대표 등을 뇌물 공여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A씨 "가상자산 시장 독과점 관련 지시 받았다"
지난해 9월, 뉴스타파는 김 의원 차남의 빗썸 특혜 채용 관련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관련 기사 : '김병기-빗썸' 회동 직후 수상한 채용 공고). 김 의원이 빗썸 소관 국회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 재직하면서 빗썸 대표 등 임원진과 2024년 11월쯤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만났고, 이 만남 직후 빗썸에 김 의원 차남의 학력, 경력과 일치하는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는 내용이었다. 이 공고 이후인 지난해 1월, 김 의원 차남은 빗썸에 입사했으나 현재는 퇴사한 상태다.
이 의혹을 취재하던 지난해 7월 뉴스타파는 김 의원실 전직 보좌관 A씨를 처음 만났다. A씨와는 이후 같은해 10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만났다. 첫 만남 당시 A씨는 2024년 12월쯤 김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근무를 시작해, 약 7개월 만인 지난해 6월쯤 의원실을 퇴직한 상태였다. 보좌관으로서는 근무 기간이 약 7개월에 불과해 비교적 짧은 편이었다.
A씨는 당시 뉴스타파 취재진을 만나 자신이 김 의원으로부터 가상자산 업계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가상자산 업계는 빗썸과 여타 코인 거래소 코인원, 코빗 등의 점유율을 합쳐도 1위 업체인 두나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점유율 1위 업체인 두나무를 견제하라는 말과도 같았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빗썸과 업비트는 1,2위를 다퉜어요. 저도 그거 (업무) 하면서 다 알게 된 거예요. 업비트 두나무가 50% 이상의 독과점을 하고 있고, 그러면 문제가 있다.○기자 :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라?●처음엔 그렇게 (지시했어요). 근데 너무 정의롭잖아요. 100 kg 넘는 사람하고 30kg 밖에 안 되는 사람하고 싸우라고 하면 어떻게 이겨. 저는 그 말이 설득력이 있다고 본 거죠.
- A씨(김 의원 전 보좌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한 진술(2025년 7월)
실제 김 의원은 가상자산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나라 가상자산거래소의 가장 큰 문제가 저는 뭐니 뭐니 해도 특정 거래소의 독과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의원은 사실상 두나무를 언급하며 이 같이 말했다.
실질적으로 이 업체가, 말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마는 과거 사례를 보면 루나 사태 때도 폭락 직전까지 정상거래를 가장 마지막까지 허용한 업체지요. 그리고 이 업체의 신뢰를 믿은 많은 투자자들이 이 업체에서 하니까 계속 투자해도 되겠다고 들어갔다가 사실 대규모 손해가 발생을 했습니다.
- 김병기 의원, 지난해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김 의원은 업비트의 독과점 문제에 대한 선제적인 규제를 주문하기도 했다. '금융위에서 선제적으로 규제하지 않으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금융위원회에서 선제적으로 이런 것에 대한 규제와 이런 것을 강화해 놓지 않으면 아마 재앙이 닥칠 거라는 것은 위원장님도 잘 아실 거예요. 독과점 관련된 사항은 저희에게 계속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이게 일회성으로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저희가 계속 점검해 보겠습니다.
- 김병기 의원, 지난해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김 의원이 국회 정무위에서 이 같은 질의를 한 건 차남 김 씨가 빗썸에 채용되고 약 한 달 뒤였다.
"업비트 밟아서 죽여야 된다고 했다"
A씨는 이 무렵, 김 의원이 "업비트를 밟아서 죽여야한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증언했다.
●저한테 이제 표현은 이거였죠. 밟아서 죽여야 된다는 거.
○기자: 밟아서 죽여라?
●응. 업비트를.
- A씨(김 의원 전 보좌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한 진술(2025년 9월)
해당 지시에 따라 본인은 업비트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들을 찾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당시 A씨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한 말이었다.
그 미션을 준 거에 맞게끔 합리적인 법적인 걸로 테두리 안에서 찾았어요. (업비트를) 협박을 할 수는 없으니까, 예를 들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두나무에서는 이만큼 수익을 내고 있어요. (그러면) 사회 공헌 사업도 해야죠, 돈을 내야 되고. 그러니까 이러한 게 좀 불합리하다, 그러니까 계속 압박을 가하는 거죠. 문제를 자꾸 삼는 거죠.
- A씨(김 의원 전 보좌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한 진술(2025년 9월)
같은 맥락에서, 금융위원회 혹은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김병기 의원실이 모종의 조치를 요구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니네(두나무)가 힘 있다고 지금 후발 업체들 다 죽이는 거야? 거기에 관련된 거는 금융위원회, 금감원도 연결돼요. 그렇죠. 그러면은 저희 상임위니까 '금융위는 이거 알고 있으세요?' '금감원은 알고 계세요?'
- A씨(김 의원 전 보좌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한 진술(2025년 9월)
하지만 김 의원은 2위 업체이자 자신의 차남이 재직 중이던 빗썸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아 본인도 특별히 문제를 삼진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 : 어쨌든 이런 모든 조치를 빗썸에 대해서는 일절 한 적이 없고 두나무만 그렇게 했다는 거잖아요?
●(가상자산)시장 경제의 최고봉은 업비트였습니다. 나머지는...
- A씨(김 의원 전 보좌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한 진술(2025년 7월)
추후 여러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지만, 김 의원은 빗썸과 함께 두나무에도 차남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두나무는 당시 해당 청탁을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두나무를 공격하라는 지시는, 차남의 채용을 거절한 회사에 대한 보복 및 빗썸에 대한 보상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A씨 "차남 빗썸 다니고 있는 것 몰라..충격 받았다"
당시 김 의원은 차남이 업비트(두나무)의 경쟁사인 빗썸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A씨에게는 알리지 않은 상태였다. 해당 사실을 모른 채 가상자산 시장 독과점 문제에 집중하고 있던 A씨는, 이후 차남의 빗썸 재직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해당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독과점 문제 관련한 업무를 본인이 해왔던 대로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도 말했다. 자신이 7개월 만에 의원실을 퇴직한 사유도 이와 연관이 있다고 했다.
○어떻게 아신 거예요?
●언론사에서 막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보좌관님, 이거 아셨습니까'. 깜짝 놀랐죠, 처음에. 놀랐죠. (중략) 저도 (차남 채용을) 알았으면 (일을) 그렇게 안 했어요. (중략) 결정적으로 근무를 안 해야 되겠다. 이분하고 그만해야겠다(생각한 게) 그 사건도...
- A씨(김 의원 전 보좌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한 진술(2025년 7월~8월)
빗썸, A씨 고문 영입
지난해 9월, 뉴스타파는 김병기 전 의원의 빗썸 차남 특혜 채용 의혹을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 A씨의 진술은 포함되지 않았다. 빗썸에는 이에 앞선 지난해 7월 차남의 채용 관련해 사실관계를 묻는 서면 질의서를 보낸 상태였다.
그런데 뉴스타파 보도가 시작되던 지난해 9월, 뜻밖의 일이 진행됐다. 빗썸이 의원실 퇴직 상태였던 A씨를 고문으로 영입한 것이었다. A씨가 맡은 업무는 빗썸의 해외 신사업 분야 네트워킹 관련 업무다. 이 사실은 국민일보 보도 등으로 최근에서야 드러났다. 이 일은 2026년 6월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빗썸은 김 의원 차남 특혜 채용 의혹의 당사자다. 김 의원이 A씨에게 내렸다는 "업비트를 밟아 죽이라"는 지시 등은, 사실이라면 김 의원과 빗썸 모두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차남 채용과 관련해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진술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빗썸이 잠재적으로 이같은 진술을 할 수 있는 A씨와 업무 관계를 맺었다.
당시 A씨와 빗썸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뉴스타파는 A씨를 다시 만났다. A씨는 자신의 진술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반대했다. 대신 수사 기관에서 추후에 자신을 부르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수사 기관에서 부르면 성실히 보탬과 거짓 없이 말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이어진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만약에 공수처에서 부르게 되면 그때는 제가 들었던 대로 그냥 있는 대로 얘기를 하겠죠. 이러이러한 게 있었고 이러이런 지시가 있었고...
- A씨(김 의원 전 보좌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한 진술(2025년 10월)
경찰 조사 협조 안한 A씨… 진술도 바꿨다
지난 2월 김 의원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던 경찰은 A씨에게 참고인 조사에 응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A씨는 응하지 않았다. 건강이 좋지 않고, 김 의원과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A씨는 단지 경찰 조사에 나가지 않은 것 뿐 아니라, 그간 취재진에 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 경찰에 자신은 지난해 2월 김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했던 가상자산 시장 독과점 관련 질의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이다.
그는 최근 취재진을 만나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자신은 당시 시점상 탄핵이나 대선에 신경을 쓰느라 정무위원회 업무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빗썸과의 관계가 A씨의 수사 협조 여부 및 진술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저는 최전선에서 역할을 수행을 했죠. (2025년 8월)
●(가상자산 시장) 독과점 얘기는 제가 맡은 거는 아니예요. 그때는 이제 탄핵이나 대선이나 이런 거 신경 쓸 때지. (2026년 6월)
- A씨(김 의원 전 보좌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한 진술
빗썸, 불리한 진술할 수 있는 참고인 관리했나
빗썸과 A씨는 현재도 업무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빗썸은 A씨와 정식 근로 계약이나 고문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정기적인 급여도 제공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는 빗썸으로부터 업무에 수반되는 비용을 실비 형식으로 지급받고 있다. 추후 빗썸과 A씨 간 정식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빗썸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핵심 참고인을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도록 사실상 관리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빗썸은 A씨의 고문 활동은 김 의원 관련 의혹과는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철저한 수사 필요
여기까지가 김 의원 전직 보좌관 A씨와 빗썸을 둘러싼 이야기의 전말이다. 물론 A씨의 진술이 실체의 전부는 아닐 수 있다. A씨가 아직 털어놓지 않은 내용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김 의원이 당시 보좌진들에게 어떤 지시를 했는지, 그러한 지시가 차남을 채용한 빗썸에 대한 대가는 아니었는지를 규명하는 일이다. A씨의 진술은 그 퍼즐의 한 조각이 될 수 있다.
A씨가 당시 김 의원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빗썸은 왜 A씨를 고문으로 영입했고, 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지금까지도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지 제대로 된 수사가 필요하다. A씨는 뉴스타파의 반론 요청에 "김 의원의 독과점 관련 상임위 질의에 관여하지 않았고, 빗썸을 유리하게 하는 행동은 결코 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에도 협조했다"며 기존의 번복된 입장을 재확인했다.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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