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날 버렸어”…정작 홍명보가 버린 한국 축구 [2026 월드컵]
선수, 세대 교체됐지만 경기 운영과 대응력 논란은 제자리…계속되는 물음표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12년 만에 또 나온 말…홍명보, 무엇이 달라졌나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실패 후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사석에서 남긴 말로, 안정환이 과거 한 방송에서 전한 일화다. 그리고 그 한마디가 12년이 흐른 지금 다시 소환되고 있다.
당시 홍 감독은 1무2패라는 성적표를 남긴 채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놨다. 시간이 흘러 그는 다시 한국 축구의 운명을 책임지는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이 끝난 뒤 축구 팬들이 느낀 감정은 기대보다 허탈감에 가까웠다.
한국은 2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남아공에 0대1로 패했다. 승점 1만 보태면 자력으로 32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고, 결국 조별리그 통과 여부를 다른 경기 결과에 기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한국이 우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정작 경기장 안에서는 남아공이 더 준비된 팀처럼 보였다. 상대는 한국의 공격 전개를 효과적으로 차단했고, 한국은 의미 없는 점유율 속에서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했다.
무엇보다 팬들의 아쉬움을 키운 것은 경기 흐름이 넘어간 뒤에도 뚜렷한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홍 감독은 주장 손흥민을 벤치에 앉히는 등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줬다. 그러나 경기 운영 방식까지 달라지지는 않았다. 상대가 한국의 패턴을 읽고 대응하는 모습이 분명했음에도 이를 뒤집을 만한 전술적 수정은 눈에 띄지 않았다. 실점 이후에도 과감한 승부수보다는 기존 틀을 유지하는 선택이 이어졌다.
이 대목에서 많은 축구 팬들은 자연스럽게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떠올렸다. 당시에도 홍명보호를 향한 가장 큰 비판은 경기 중 대응력 부족이었다. 준비한 축구는 있었지만 상대 변화에 맞춘 수정 능력이 떨어졌고, 교체 카드 역시 흐름을 바꾸기보다 선수만 바꾸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12년이 지난 지금, 남아공전에서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는 사실은 팬들에게 더욱 큰 허탈감을 안겼다.

물론 이번 결과를 홍명보 감독 한 사람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대표팀의 방향을 설정하고 경기 안에서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최종 책임자가 감독이라는 사실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번 대표팀은 2014년과 비교해 선수 구성 면에서 오히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손흥민과 김민재, 이강인, 황인범 등 유럽 최고 수준의 무대를 경험한 선수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상대 압박에 고전했고 공격은 단조로웠다. 경기 흐름이 기울어진 이후에도 이를 뒤집을 변화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결국 팬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 역시 패배 자체보다 ‘왜 또 같은 모습인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홍 감독은 경기 후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은 기자회견장이 아니라 경기장에서 평가받는다. 책임을 인정하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준비 과정과 경기 내용,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보여주는 대응 능력이다.
과거 홍 감독은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지금 팬들이 묻는 것은 동정도 변명도 아니다. 1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과연 한국 축구는 무엇이 달라졌고 홍명보 감독은 무엇을 바꿨는가.
정작 버려진 것은 홍명보 감독이 아니라 팬들이 기대했던 한국 축구의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임창만 기자 lc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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