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부채 비율 떨어졌으니 괜찮다? 위험한 착시 [추적+]

김정덕 기자 2026. 6. 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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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뇌관 중 하나는 가계부채다.

■ 분석② OECD에서도 위험한 수준 = 더 큰 문제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위험도가 더 심각해 보인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OECD 38개국의 가계부채 비율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네덜란드(216.0%)ㆍ호주(209.5%)ㆍ덴마크(203.5%)ㆍ캐나다(181.1%)ㆍ스웨덴(179.2%)ㆍ룩셈부르크(178.3%)에 이어 7번째(2023년과 동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들의 경우엔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도 장기간 채무상환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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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한국경제 뇌관 가계부채 분석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하락
잔액은 더 늘고 대출 질 악화
장기 채무상환 조건도 나빠 
美ㆍ英 같은 디레버리징 필요
부동산 시장 안정이 최우선

한국경제의 뇌관 중 하나는 가계부채다. 특히 지금처럼 '금리 인상기'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통제하지 못하면 큰일이 터질 수 있다. 표면적으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가처분소득 대비)은 4년째 하락세를 타고 있다. 그렇다면 괜찮다는 걸까. 아니다. 여기엔 위험한 착시 현상이 깔려 있다.

가계부채 비율은 줄었지만, 잔액은 꾸준히 더 늘었다.[사진|뉴시스]
171.14%. 나라살림연구소가 한국은행의 '2025년 국민계정(잠정)'과 '2025년 자금순환(잠정)'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2025년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이하 가계부채 비율)다. 전년도인 2024년(172.56%)과 비교하면 1.42%포인트, 가계부채 비율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193.38%)과 비교하면 22.24%포인트 하락했다.

참고로 가계부채 비율 산출식은 '(자금순환표의 가계 금융부채 잔액÷국민계정의 가계 순처분가능소득)×100'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별 가계부채를 비교할 때도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자, 그렇다면 이 통계를 토대로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히는 가계부채가 줄어들고,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는 이른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에 진입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 분석① 잔액 더 늘고, 대출 질은 악화 = 우선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3년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단 한 해도 예외 없이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앞질렀다.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얘기다. 다만, 2022년부터는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가계부채 증가율을 앞질렀다.

문제는 가처분소득이 늘어난 만큼 가계부채 잔액이 줄어든 건 아니라는 점이다. 전년보다 가계부채 잔액이 감소한 해는 2023년(-0.81%)이 유일했다. 그러다 보니 가계부채 비율이 줄었어도 가계부채 잔액은 오히려 늘었다.[※참고: 물론 소득이 늘어서 가계부채 비율이 개선된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소득증가율은 낮아지고(전년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올랐다.]

쉽게 말해 지난해의 가계부채 비율 하락은 '가계의 능동적인 부채 상환'이 아닌 '가계 소득 증가로 인한 산술적 결과'일 뿐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디레버리징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건 그래서다.

심지어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한 기간(2022~2025년) 가계부채 구조는 더 나빠졌다. 주택 관련 대출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주택 관련 대출은 2021년 말보다 185조원 증가했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88조원 감소했다. 주택 관련 대출이 전체 가계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1%로 2021년(52.9%)보다 6.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2025년 6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규제를 시행하자, 신협ㆍ상호금융ㆍ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이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이들 기관의 주택 관련 대출은 주담대 한도 제한 이후 4분기 만에 26조원가량 급증했다.

[사진|뉴시스]
■ 분석② OECD에서도 위험한 수준 = 더 큰 문제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위험도가 더 심각해 보인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OECD 38개국의 가계부채 비율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네덜란드(216.0%)ㆍ호주(209.5%)ㆍ덴마크(203.5%)ㆍ캐나다(181.1%)ㆍ스웨덴(179.2%)ㆍ룩셈부르크(178.3%)에 이어 7번째(2023년과 동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들의 경우엔 우리와는 좀 다른 사정도 있다. 첫째, 이들 국가는 대부분 소득세율이 높다. 우리보다 가계부채율이 높은 6개국의 2025년 실질 소득세율(평균임금 노동자ㆍ1인 가구ㆍ무자녀ㆍOECD 기준)은 최저 24% 수준에서 최고 38%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19~2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분모 축소) 효과가 있다. 실제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더 높아 보이는 착시가 섞여 있다는 거다.

둘째, 은퇴 후 소득은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 일례로 덴마크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70% 이상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OECD 최하위권(총소득대체율 20% 미만)이고, 노인빈곤율은 OECD 1위다. 따라서 우리나라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들의 경우엔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도 장기간 채무상환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높은 복지 수준 덕분에 생계 등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훨씬 낮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들의 가계부채 위험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위험도는 그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위험도가 더 심각해 보이는 이유다.

■ 분석③ 미국과 영국도 디레버리징 중 = 눈여겨볼 점은 또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았던 미국과 영국은 우리와 달리 디레버리징 상황을 맞고 있다는 거다. 2008년 미국과 영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각각 137.6%와 171.9%였다. 그런데 2024년 기준 가계부채 증가율은 미국이 98.8%, 영국이 130.8%로 각각 38.8%포인트, 40.1%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가계부채 잔액을 비교해봐도 우리나라(179.7%)는 대폭 증가했지만, 미국(43.0%)과 영국(43.0%)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참고: 여기서는 과거와 현재의 증감을 살펴보기 위해 '가계 금융부채 잔액(분모)' 데이터를 OECD 자료가 아닌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를 활용했다.]

우리나라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덴마크와 네덜란드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가계부채 비율은 각각 110.0%포인트, 57.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주요국들에는 가계부채 감소의 계기가 됐다는 의미다.

■분석④ 가계부채 줄이려면… = 사실 디레버리징이 가져올 효과는 다양하다. 우선 민간소비를 늘려 내수를 부양한다는 측면에서 한국 경제에 긍정적이다. 금융시장의 위험도도 낮출 수 있다. 특히 주담대 중심의 부채 팽창은 자원이 생산적 투자가 아닌 자산 매입으로 흘러가게 만든다는 점에서 '생산적 금융'의 정반대편에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가 가계부채를 디레버리징하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가계부채의 60%가량이 주택 관련 대출이고, 금융기관들도 담보가 명확한 주택담보대출을 선호한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유지되면 디레버리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주거 안정뿐만 아니라 금융 안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더구나 세계 각국은 지금 '금리 인상'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가계부채를 통제하지 못하면 '위험한 뇌관'이 될 수 있다. 금융권의 대출 감독 강화는 물론,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은행권의 대출을 감독해야 하는 이유다. 이 역시 정부의 몫이다.

김진욱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osogrande7@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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