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에 혹했던 서학개미, 다시 반도체로 턴

[파이낸셜뉴스] 우주로 향하던 서학개미의 발길이 다시 반도체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12일 스페이스X 상장이라는 '메가 이벤트'에 자금이 쏠렸던 분위기가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를 전후로 급반전하는 모습이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외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최근 한 주(6월19~25일) 동안 순매수를 가장 많이 한 섹터는 반도체였다. 마이크론(2447억원)과 인텔(1795억원)이 각각 순매수 1위와 3위로 올라서며 반도체주가 투자 1순위 자리를 되찾았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약 40% 담고 있는 라운드힐 메모리 상장지수펀드(ETF)는 순매수 2166억원을 기록해 순매수 2위에 올랐고, 한국 주식시장 성과를 3배로 추종하는 코루(KORU) ETF도 545억원 순매수했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ETF를 통해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역(逆)구매'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스페이스X가 나스닥에 입성한 직후 국내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 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지난주(6월 12~18일) 국내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에 18억1292만달러(약 2조8009억원)를 순매수했다. 반도체 주식을 내다 팔아 우주 기업으로 자금을 옮기는 '반도체 팔고 우주로' 행렬이 이어졌고, 같은 기간 마이크론 역시 1억달러 넘게 순매도되며 외면받았다. 상장 첫날부터 135달러 공모가를 훌쩍 넘기며 200달러까지 치솟은 스페이스X의 폭발적 흐름에 서학개미의 시선이 온통 쏠려 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1주일(6월19~25일) 동안 스페이스X의 순매수는 924억원으로 순매수 6위로 떨어졌다. 스페이스X 2배 레버리지 ETF(1281억원)도 4위를 기록했다. 상장 직후의 과열이 진정되고, 마이크론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도체 회귀'를 촉발한 것은 마이크론의 실적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24일(현지시간) 2026 회계연도 3·4분기(3~5월) 실적을 발표하며 사상 최고 성적표를 내놓았다. 이날 공개된 16건의 전략적 고객협약(SCA)에 따른 수주잔량(RPO)은 약 1000억달러(약 155조원)에 달한다.
시장은 즉각 화답했다. 25일(현지시간) 마이크론 주가는 전일 대비 15.74% 급등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1213.56달러로 마감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함께 담고 있는 라운드힐 메모리 ETF도 같은 날 9.95% 동반 상승했다. 출시 36일 만에 65억달러를 끌어모으며 '역대 가장 빠르게 성장한 ETF'로 꼽혔던 이 ETF는, 마이크론발 훈풍에 한국 메모리 3사로 향하는 서학개미 자금의 통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국의 독립 투자은행(IB) 니덤은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기존 1550달러에서 1650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마이크론은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며, 단기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에는 과열 경고가 남아 있다. 미국 반도체주 지수를 추적하는 한 지표는 최근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60% 이상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0년은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의 과열 국면과 겹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고객들에게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단기적으로 투자 규모 전망이 더 높아질 수 있다"라면서도 "다만 이미 시장 가격에 많은 기대가 반영된 만큼, 낙관론에 도전하는 뉴스에는 더 취약해졌다"라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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