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저평가"…SK하이닉스, 나스닥서 '45조 승부수' 띄운 이유

심우일 2026. 6. 2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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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증권신고서 보니]
美 기관투자가와 직접 접촉 가능
마이크론 대비 저평가 극복 여지
45.5조 조달분 전부 시설투자에
'AI를 넘어서는 성공투자'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전문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실린 기사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저희 같은 국내 상장기업의 주가 저평가는 한국과 미국 시장 간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4일 금융감독원에 낸 증권신고서에서 밝힌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 사유다. ADR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면 해외 자금을 더욱 유치할 수 있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기업가치)도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목표대로 ADR 상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금감원에 밝힌 ADR 상장 사유는 크게 ①글로벌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②주가 저평가 극복 ③해외 인지도 제고 및 미국 인공지능(AI) 시장과의 접점 확대 ④막대한 시설자금 조달로 나뉜다.

여의도 증권가. 문경덕 기자

 ①글로벌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우선 SK하이닉스는 “이번 ADR 상장을 통해 미국 기관투자자와의 접근성이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연기금이나 뮤추얼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는 대체로 뉴욕증시에 상장한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자본시장에 머물러 있으면 글로벌 자금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도 SK하이닉스가 ADR을 상장하면 나스닥 지수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자금을 유치하기 더욱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ADR 상장 이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 내년 9월 정기변경 때 편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②주가 저평가 극복

실적 대비 몸값을 더욱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ADR 상장을 글로벌 동종업계 사업자와 동일한 미국 자본시장 평가 환경에 직접 노출된다”며 “이는 글로벌 자본시장 접근성의 제약 해소에 따른 평가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을 비롯한 다른 해외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미국 기관투자가에 의해 평가받는 반면 SK하이닉스는 그러지 못하다는 의미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를 보면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이익비율(PER)은 6.97배다. 마이크론(9.46배)과 샌디스크(10.47배)에 비해 크게 낮다. 같은 순이익을 벌어들인다고 해도 상장 시장이 달라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다는 뜻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평가가 우호적인 곳에서 주가를 재평가받고 이를 코스피 본주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 상승이 기대된다”고 했다.

 ③해외 인지도 제고 및 미국 AI 생태계와의 접점 확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DR 형태로 미국 자본시장에 상장된 종목은 일반적으로 현지 주요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의 분석 보고서 발간 대상에 포함된다”며 “이는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투자 의사결정 정보 흐름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미국 현지 AI 기업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포석도 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ADR 공모를 통해 미국 반도체 생태계 내 주요 고객사 및 투자자와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④막대한 시설자금 조달

이번 ADR 발행을 통해 SK하이닉스는 약 45조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이 자금을 전부 시설 투자에 활용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청주 패키징 공장 및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에 이 자금을 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2026~2030년 사이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패키징 공장에 총 45조5000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EUV 노광장비에도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11조9000억원을 쓴다. 대략 60조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가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ADR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이 투자분을 일부 충당하는 데 들일 방침이다.

이번 ADR 자금 조달로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이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ADR 상장으로 시설투자에 투입될 계획이었던 내부 현금이 절약되는 효과가 생겼다”며 “투자나 인수합병(M&A) 기회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배당 확대 여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신주 발행으로 인한 장점이 크다”고 짚었다.

심우일 기자 goodwi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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