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I가 뉴스를 요약하는 시대, 저널리즘은 무엇으로 살아남나

황정호 기자 2026. 6. 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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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매일경제신문 기자 “제로클릭 시대, 뉴스룸은 AI와 브랜드를 동시에 준비해야”
강정수·이나연·박아란 “AI는 유통·생산·이미지 신뢰를 동시에 흔드는 변수”
이은주 서울대 교수 “AI 시대 저널리즘의 역할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17일 진행된 ‘AI와 언론(AI & Journalism)’ 세션에서는 뉴스룸과 저널리즘이 AI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는지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먼저 이상덕 매일경제신문 기자가 ‘AI 에이전트 시대 뉴스룸의 생존법: 초압축 시대와 브랜드 어피니티’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사진=테크42)

인공지능(AI)이 질문에 답하는 도구를 넘어 스스로 계획하고 판단하며 과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agentic AI) 단계로 진입하면서, 기술 발전과 제도 설계 사이의 간극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인공지능정책 이니셔티브(SNU AI Policy Initiative, SAPI)가 서울대학교 인공지능신뢰성 연구센터(Center for Trustworthy AI, CTAI), 서울대학교 법과경제연구센터(Center for Law & Economics, CLE),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기술·혁신·경쟁센터(Center for Technology, Innovation and Competition, CTIC)와 함께 개최한 서울 AI 정책 컨퍼런스(SAIPCON 2026)는 이 간극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SAIPCON 2026은 교육, 금융, 노동, 국가전략, 거버넌스 모델, 아동 보호, 경쟁과 산업정책, 저널리즘, 헬스케어, 에너지, 데이터 보안, 인권, 국가안보 등 AI가 사회 각 영역에 던지는 정책적 쟁점을 다뤘다.

이 가운데 17일 진행된 ‘AI와 언론(AI & Journalism)’ 세션에서는 뉴스룸과 저널리즘이 AI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는지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먼저 이상덕 매일경제신문 기자가 ‘AI 에이전트 시대 뉴스룸의 생존법: 초압축 시대와 브랜드 어피니티’를 주제로 발제했고, 이어 이은주 서울대학교 교수 겸 CTAI 센터장이 좌장을 맡아 강정수 블루닷에이아이 연구센터장, 이나연 연세대학교 교수, 박아란 고려대학교 교수와 함께 ‘뉴스룸의 전환: AI 시대와 저널리즘의 미래’를 주제로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논의는 뉴스 생산 자동화를 넘어 AI 시대에 저널리즘이 어떤 기준으로 신뢰를 확보할 것인가로 확장됐다. 검색과 포털을 거쳐 AI 답변 엔진으로 이동하는 뉴스 유통 구조, 생성형 AI가 뉴스 품질과 투명성에 미치는 영향, AI 이미지와 AI 앵커가 흔드는 사실성의 기준, 그리고 인간 기자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저널리즘의 역할이 함께 다뤄졌다.

이상덕 기자 “뉴스룸은 이미 전쟁 한복판에 있다”
이 기자는 정치부와 경제부를 거친 21년 차 저널리스트이자 실리콘밸리 특파원, 스타트업 투자·미디어 실험 경험을 가진 기자로서 AI가 뉴스룸에 들어온 과정을 설명했다. (사진=테크42)

이상덕 매일경제신문 기자의 발표를는 현업 경험에서 출발했다. 이 기자는 2022년 11월 30일 챗GPT 등장 이후 뉴스룸이 느낀 충격을 과거 카메라 등장 당시 초상화가들이 맞닥뜨린 자동화의 순간에 비유했다. 카메라가 “버튼만 누르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해준다”는 식의 광고 문구로 기존 창작 노동의 질서를 흔들었듯, 생성형 AI 역시 뉴스 생산과 유통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기자는 정치부와 경제부를 거친 21년 차 저널리스트이자 실리콘밸리 특파원, 스타트업 투자·미디어 실험 경험을 가진 기자로서 AI가 뉴스룸에 들어온 과정을 설명했다.

“2023년 하반기에는 뉴스룸에서 AI가 신기한 현상 정도였어요. 그런데 202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생존 경쟁에 들어갑니다. 회사에서 ‘실리콘밸리 갔다 왔으니까 뭔가 해봐라’ 하는 오더가 내려온 거죠. 그래서 AI 전문 버티컬 미디어도 만들고, CMS에 기사 작성 도구도 붙이고, 가상 기자 챗봇을 활용한 검색 서비스도 해봤습니다. 지금 보면 굉장히 과도기적인 시도였지만, 그때 제가 느낀 건 미디어 자체가 이미 전쟁 한복판에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기자가 말한 전쟁의 핵심은 ‘초압축 시대’다. 검색 결과나 AI 답변에서 요약된 정보만 소비하고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지 않는 ‘제로클릭(zero-click)’ 흐름이 강해지면서, 뉴스룸의 기존 트래픽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뉴스도 똑같습니다. 이용자는 파이낸셜타임스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뉴스에는 돈을 내고 구독하지만, 일반적인 뉴스는 검색해서 압축된 정보만 가져갑니다. 지금은 검색을 해도 언론사 홈페이지로 트래픽이 떨어지는 경우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제로클릭의 보편화라고 봅니다. 앞으로 트래픽이 더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이러다 뉴스룸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 의식도 큽니다. 그래서 미디어들은 소송을 걸거나, 라이선스 협상을 하거나, 자체 AI 도구를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 기자는 뉴욕타임스와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간 저작권 소송, AI 검색 서비스와 언론사 간 수익 배분 논의, 탐사보도 지원용 AI 도구, 뉴스 생산 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대응 흐름을 언급했다. 다만 아직 AI 시대에 맞는 안정적인 언론 비즈니스 모델은 자리 잡지 못했다고 봤다. 동시에 기자 개인의 생산 방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그래프 하나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팀에 요청해야 했지만, 지금은 AI 도구를 활용해 몇 초 만에 시각 자료를 만들 수 있다. 기업 실적 전망, 국가별 성장률 비교 같은 작업도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수행된다.
이 기자가 제시한 또 하나의 해법은 ‘브랜드 어피니티(brand affinity·브랜드 친화)’다. 누구나 뉴스를 만들 수 있고 AI가 대부분의 텍스트를 요약해 가져가는 시대에는, 언론사와 기자가 독자와 어떤 정서적·지적 관계를 맺느냐가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사진=테크42)

이 기자가 제시한 또 하나의 해법은 ‘브랜드 어피니티(brand affinity·브랜드 친화)’다. 누구나 뉴스를 만들 수 있고 AI가 대부분의 텍스트를 요약해 가져가는 시대에는, 언론사와 기자가 독자와 어떤 정서적·지적 관계를 맺느냐가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기자는 미라클 레터를 운영하며 구독자를 축적하고 팬덤 기반 저널리즘을 실험해 온 경험을 소개했다. 언론사는 한쪽으로는 AI에 대응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브랜드를 강화하는 ‘바벨 전략’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쪽에서는 뉴스룸이 AI로 AI에 대응하는 전략을 씁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브랜드를 강화하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지금은 뉴스 생성 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지고, 누구나 뉴스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기사를 아무리 오래, 잘 쓴다고 해도 AI가 그것을 불릿 포인트로 요약해 가져가면 브랜드 자체가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로클릭 위험이 커질수록 브랜드 어피니티가 중요해집니다.”

이 기자는 저널리즘의 미래를 설명하며 다다이즘·초현실주의 계열의 시각예술가 만 레이(Man Ray)의 ’그릴 수 없는 것을 찍고, 찍을 수 없는 것을 그린다’는 말을 인용했다. 이 말과 같이 앞으로 기자는 AI가 쓸 수 없는 것을 쓰고, 인간이 처리하기 어려운 것은 AI와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AI 시대의 뉴스룸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조직이 아니라, 무엇을 인간 기자의 역할로 남길 것인지 다시 설계해야 하는 조직이 되고 있는 듯했다.

AI는 뉴스 생산 도구를 넘어 유통과 신뢰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은주 서울대학교 교수 겸 CTAI 센터장이 좌장을 맡아 강정수 블루닷에이아이 연구센터장, 이나연 연세대학교 교수, 박아란 고려대학교 교수와 함께 ‘뉴스룸의 전환: AI 시대와 저널리즘의 미래’를 주제로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이은주 교수, 강정수 연구센터장. 이나연 교수, 이상덕 기자, 박아란 교수. (사진=테크42)

이어진 패널토론은 각 패널들의 발제로 시작됐다. 강정수 블루닷에이아이 연구센터장은 인터넷의 작동 방식과 콘텐츠 유통 구조가 바뀌고 있다고 봤고, 이나연 연세대학교 교수는 생성형 AI가 뉴스 품질과 검증·투명성 원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박아란 고려대학교 교수는 AI 이미지 활용이 뉴스 신뢰를 훼손할 위험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기했다. 세 사람의 관점은 달랐지만 공통된 문제의식은 ‘AI는 기자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보조 도구에 그치지 않고, 뉴스의 생산·유통·신뢰 체계 전체를 다시 짜고 있다’는 점이었다.

먼저 강정수 연구센터장은 2026년 AI의 국면을 ‘에이전트 AI’의 질적 변화로 설명했다. 강 센터장은 AI 모델 자체의 성능 향상뿐 아니라 모델이 작동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봤다. 과거 AI가 짧은 시간 동안만 일관성을 유지하며 작업했다면, 이제는 상태 추적(state tracking), 검증(verification), 복수 에이전트 시스템(multiple agent system)이 결합되면서 더 긴 시간 동안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연구센터장은 특히 인터넷이 인간 이용자를 위한 공간에서 인간과 기계가 함께 소비하는 공간으로 갈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제로클릭은 위험 신호 하나가 아니라, 인터넷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합니다. 인터넷은 코휴먼(co-human), 그러니까 인간을 위한 인터넷과 코머신(co-machine), 기계가 읽고 소비하는 인터넷으로 구별되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에이전트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답변 엔진이 즉각적인 답을 만들고, 자동화된 시스템이 정보를 취합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소비가 바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머신을 위해 어떤 저널리즘과 콘텐츠를 제공할 것인지, 인간을 위해서는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 것인지 구분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이 구분 없이 접근하면 종이신문 내용을 그대로 디지털에 옮겼던 과거의 오류를 다시 반복할 수 있습니다.”
강 센터장은 AI 모델 자체의 성능 향상뿐 아니라 모델이 작동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봤다. 과거 AI가 짧은 시간 동안만 일관성을 유지하며 작업했다면, 이제는 상태 추적(state tracking), 검증(verification), 복수 에이전트 시스템(multiple agent system)이 결합되면서 더 긴 시간 동안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테크42)

강 연구센터장은 이를 ‘트래픽 비즈니스’에서 ‘머신 리더블(machine-readable·기계가 읽을 수 있는) 가치 비즈니스’로의 전환으로 봤다. 과거 언론사는 사람의 클릭을 모으는 데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AI 에이전트와 답변 엔진이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 읽을 수 있는 구조화된 정보, 검증 가능한 권위, 기계가 해석 가능한 콘텐츠 형식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출판 주체가 폭증했던 인터넷 시대와 달리 AI 시대에는 어떤 주체가 신뢰 가능한 퍼블리셔로 남을 수 있는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어 이나연 교수는 생성형 AI가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을 뉴스 품질, 기자의 제작 원칙, 산업 구조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했다. 이 교수는 생성형 AI가 업무 효율을 높이고 탐사보도에 활용될 가능성은 인정했다. 실제로 방대한 이미지와 문서를 분석하거나, 사람이 일일이 처리하기 어려운 자료를 탐색하는 데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 언론 현실에서 AI 활용이 실제로 고품질 저널리즘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나연 교수는 생성형 AI가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을 뉴스 품질, 기자의 제작 원칙, 산업 구조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했다. (사진=테크42)

“기자 10명 중 5명 이상이 생성형 AI를 뉴스 생산에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21개의 뉴스 생산 단계를 세분화해서 어디에 쓰느냐고 물어보면, 주로 쓰는 영역은 굉장히 단순한 업무였습니다. 사용 이유도 더 좋은 품질을 위해서라기보다 더 빠르게 쓸 수 있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 것 같으냐고 물었을 때도 저질 기사가 늘고, 발로 뛰는 기사가 줄어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결국 생성형 AI가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데만 쓰이고, 좋은 품질로는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교수는 특히 검증과 투명성 원칙을 강조했다. 기자들이 AI를 사용하고 있지만 기사에는 그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어느 단계부터 AI 사용을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AI가 커뮤니티 사례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외부 데이터와 연결해 기사 초안을 만드는 방식의 사례를 들며, 기자가 AI가 선택한 사례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지, 기자가 직접 찾은 사례와 AI가 뽑은 사례가 다를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AI 활용의 허용 범위와 금지 범위를 정하려면 저널리즘의 핵심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아란 교수는 AI 이미지 활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박 교수는 AI를 잘 활용한 저널리즘 사례도 있지만 부정적 측면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테크42)

박아란 교수는 AI 이미지 활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박 교수는 AI를 잘 활용한 저널리즘 사례도 있지만 부정적 측면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뉴스에서 실제 촬영이 어려운 장면을 AI로 만들어 제시하는 관행이 이용자에게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게 할 수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전쟁 보도, 시위 현장, 사건 사고 기사에서 AI 생성 이미지가 사용된 사례를 들며, 라벨이 붙어 있더라도 이용자가 실제 사진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문제는 AI 이미지가 단순한 보조 자료가 아니라 현장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찍을 수 없다고 해서 AI로 생성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그것이 정말 뉴스 가치가 있는지, 이용자의 정보 획득에 도움이 되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런 이미지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이용자들은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전쟁이나 사건 현장이 뉴스가 아니라 게임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AI 이미지 사용의 판단 기준은 얼마나 보기 좋은가, 얼마나 그럴듯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실제 사실을 잘 보여주는가여야 합니다.”

박 교수는 AI 앵커와 AI 리포터 확산도 언급했다. 한국은 AI 앵커, AI 기자, AI 리포터 활용이 빠른 편이며 특히 지역 언론에서 비용 절감 차원으로 AI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AI 리포터가 아이템을 선별하고, 프롬프트(prompt·명령어)를 작성하고, 배경과 영상 이미지까지 만들어내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뉴스룸에서 인간 대체가 가속화되는 현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외 언론사가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지만, 현장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추상적 원칙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즉 AI라고 표시만 하면 된다는 접근은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사진이 있다면 실제 사진을 우선 사용하고 AI 이미지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반영하는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I 시대, 소스·인간 기자·저널리즘의 기준은 어떻게 달라지나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모더레이터를 맡은 이은주 교수는 논의를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끌고 갔다. 첫 번째 질문은 이상덕 기자가 강조한 브랜드 어피니티에 관한 것이었다. (사진=테크42)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모더레이터를 맡은 이은주 교수는 논의를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끌고 갔다. 첫 번째 질문은 이상덕 기자가 강조한 브랜드 어피니티에 관한 것이었다. AI가 뉴스의 게이트키퍼(gatekeeper·정보 선별자)가 되고, 이용자가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니라 AI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환경에서 과연 이용자는 소스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가. 뉴스 포털, 언론사, 기자라는 기존의 다층적 출처 구조에 AI라는 레이어가 하나 더 붙는다면, 브랜드가 여전히 뉴스 선택과 평가에 영향을 주는가? 이상덕 기자는 이에 대해 한국 이용자의 뉴스 소비 구조를 들어 답했다.

“우리나라에서 뉴스를 본다는 말은 네이버를 본다는 뜻으로 쓰일 때가 많습니다. 네이버 뉴스 안에서는 들어가는 단계부터 브랜드 어피니티가 잘 보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대다수 이용자가 뉴스를 스낵처럼 소비하면 출처 인식은 약해집니다. 반면 직접 구독하거나 언론사 사이트에 로그인해서 들어오는 독자는 브랜드 인식이 더 강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네이버, 신문, 언론사 닷컴, AI 생태계가 서로 다른 레이어이고, 각각 전혀 다른 성격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질문은 인간 기자의 역할에 관한 것이었다. 이 교수는 ‘AI가 못하는 것은 사람이 하고, 사람이 못하는 것은 AI가 한다’는 식의 분업이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AI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날수록 인간 기자의 몫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기자는 현장 기자가 AI 이미지 사용 논란을 바라보는 복잡한 맥락을 설명했다.

“AI 의존도는 갈수록 더 높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자막도 AI로 만들고, 발표 준비에도 AI가 쓰이고 있습니다. 일상생활 안에 AI가 들어오는 것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현업에서는 ‘이미지가 없는데요’라는 상황도 있고, 마감 압박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AI를 쓰는 상황에서도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 답은 앞으로도 계속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강정수 연구센터장에게는 ‘머신 리더블 가치 비즈니스’와 기존 트래픽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차이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인간 독자의 트래픽을 끌어오던 것에서 기계 독자의 트래픽을 끌어온다는 것은 결국 대상만 바뀐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인간 독자가 선호하는 콘텐츠와 AI가 선호하는 콘텐츠 사이에 실질적 차이가 있는지, 이를 뒷받침할 실증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이 더해졌다. 이에 강 연구센터장은 “AI 시스템의 구조화된 데이터와 출처 권위, 검증 로직을 다루는 방식이 기존 포털의 클릭 저널리즘과 다를 수 있다”며 의견을 밝혔다

“지금은 디스트리뷰션(distribution·유통) 측면에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소비했고, 그 과정에서 클릭 저널리즘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제 새로운 게이트웨이가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AI 서비스로 옮겨가는 겁니다. 이 시스템들은 구조화된 데이터를 좋아하고, 권위를 평가하는 기준과 나름의 팩트체크 로직을 갖습니다. 물론 이것도 비판적으로 봐야 합니다. 다만 이것이 지나가는 흐름이 아니라 대중이 정보를 소비하는 중요한 방식이 되고 있는 만큼, AI가 스키마(schema·구조화 형식)를 어떻게 보고, 권위를 어떻게 판단하고, 검증을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대한 실증적이고 투명한 요구를 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다시 저널리즘의 고전적 딜레마를 제기했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줄 것인가, 대중에게 필요한 것을 줄 것인가의 문제다. 클릭 저널리즘은 이용자가 원하는 것에 최적화됐지만, AI는 오히려 이용자의 정보 소비 이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이나 필요한 정보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강 연구센터장은 이에 대해 “AI에는 중재와 중개 기능이 들어갈 수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인터넷은 바이럴리티(virality·확산성)에 최적화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AI는 단순히 바이럴만 추구하는 구조는 아닐 수 있습니다. 이용자가 지금까지 소비한 정보의 이력과 상태를 추적하고, 그다음에 필요한 정보를 판단해 제공한다면 지적인 성장을 도울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특정 프런티어 모델 기업에 의해 독점되고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는 분명합니다. 그래서 AI가 만들어내는 저널리즘 환경이 무조건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책임 있는 정책을 요구해야 합니다.”

동시에 이 교수는 AI가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여러 모델이 비슷한 가치와 기준으로 뉴스를 선별할 경우 정보 환경이 균질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강 연구센터장은 AI가 저널리즘 환경을 자동으로 개선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딥마인드 등 주요 AI 기업이 책임 있는 정책을 마련하도록 사회적 요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음 질문은 이나연 교수에게 향했다. 이은주 교수는 기자들이 AI를 활용하면서도 저질 기사 양산을 우려하는 태도에 주목했다. 한국 언론 신뢰도가 낮은 현실에서, 그 우려가 언론 현장 내부의 책임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나연 교수는 누가 AI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로 말문을 열었다.  

“한국에는 인터넷 언론사가 굉장히 많고, 규모가 작은 언론사도 많습니다. 현장에서 보면 AI를 더 많이 쓰라고 요구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열악한 언론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저널리즘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려운 보도자료 활용 기사나 커뮤니티발 기사에 AI가 더 많이 쓰입니다. 그래서 기자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했거나 주변에서 본 상황을 바탕으로 저질 기사 양산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은주 교수는 박아란 교수에게 AI 이미지 문제가 사실 AI 때문에 새로 생긴 것이라기보다, 기존 한국 언론의 관행이 AI로 증폭된 것은 아닌지 물었다. 박 교수는 이에 동의하면서도 AI가 그 나쁜 관행을 더 쉽게, 더 넓게 확산시키고 있다고 봤다. (사진=테크42)

이어 이은주 교수는 박아란 교수에게 AI 이미지 문제가 사실 AI 때문에 새로 생긴 것이라기보다, 기존 한국 언론의 관행이 AI로 증폭된 것은 아닌지 물었다. 예전에도 기사와 무관한 사진에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이라는 설명을 붙여 사용하는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에 동의하면서도 AI가 그 나쁜 관행을 더 쉽게, 더 넓게 확산시키고 있다고 봤다.

“AI 이미지 활용 문제는 갑자기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포털 중심 뉴스 소비 환경에서 기사에 이미지가 없으면 클릭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생겼고,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를 붙이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습관이 AI 이미지 생성과 만나면서 더 나쁜 습관으로 발전했습니다. 예전에는 소규모 언론사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주로 썼다면, 지금은 메이저 종합일간지와 방송사도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뉴스에서 AI 이미지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칙으로 돌아가서 정말 써야 하는지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패널 전원에게 공통 질문을 던졌다. 우리 사회에서 저널리즘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립돼야 좋은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AI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아란 교수는 온라인 발췌 기사나 단순 정보 전달 기사는 AI가 더 잘 쓸 수도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인간 기자는 AI가 못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언론의 첫 번째 의미는 진실 확인과 사실에 있다”며 “허위정보가 난무하는 환경에서 검증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상덕 기자는 저널리즘을 재미를 주는 뉴스, 빠르게 사실을 업데이트하는 뉴스, 독자와 호흡하며 영감을 주는 뉴스로 나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는 AI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의 필요를 이해하고 다시 영감을 주는 상위의 뉴스라고 봤다.

이나연 교수는 언론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호받아 온 이유를 다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을 대리해 권력자를 감시하고 독립적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은 AI 시대에도 유효하며, AI는 그 역할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강정수 연구센터장은 AI를 저널리즘 생산과 소비 모두에서 ‘코디네이션 테크놀로지(coordination technology·조정 기술)’로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AI를 단순히 이미지를 만들거나 문장을 생성하는 도구로 볼 것이 아니라, 기자가 어디서부터 더 취재해야 하는지 판단하고 이용자가 편향된 정보 환경을 넘어설 수 있도록 돕는 조정 기술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이은주 교수는 뉴욕타임스의 미션 문구를 인용했다. “우리는 진실을 추구하고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문장이다. 이날 논의는 바로 그 문장을 AI 시대의 조건에서 다시 읽는 과정인 듯했다. (사진=테크42)

토론을 마무리하며 이은주 교수는 뉴욕타임스의 미션 문구를 인용했다. “우리는 진실을 추구하고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문장이다. 이날 논의는 바로 그 문장을 AI 시대의 조건에서 다시 읽는 과정인 듯했다.

AI는 뉴스를 더 빨리 만들고, 더 짧게 요약하며, 더 넓게 배포할 수 있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핵심은 여전히 속도나 자동화가 아니라 진실의 확인과 맥락의 제공, 그리고 시민이 세상을 이해하도록 돕는 일에 있다. AI 시대의 뉴스룸이 살아남는 길은 인간 기자와 언론사가 왜 필요한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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