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롤보다 큰 스포츠는 축구뿐... e스포츠는 Z세대 정체성" [아세안 속으로]
‘베트남 롤계의 살아있는 역사’ 평가
"SEA 게임 종목 채택 후 대중 인식 바뀌어"
"국제 대회 공동 개최 등 교류 확대 기대"

“베트남은 e스포츠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준비가 된 열정적 팬덤이 있습니다. 앞으로 발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죠."
베트남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프로리그(VCS) 대표 캐스터인 호앙 루안(38)은 24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0년 넘게 롤 중계를 맡아온 그는 ‘베트남 롤계의 살아있는 역사’ 로 꼽힌다. 한국 롤 프로리그(LCK) 주요 경기의 베트남 현지 중계를 도맡고, 최근 한국관광공사(KTO)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등 양국 e스포츠 교류의 가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콘텐츠의 품질과 정성만 담보된다면 베트남 팬들은 전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뜨겁게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양국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베트남에서 e스포츠의 위상은.
“최근 5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2022년 동남아시안게임(SEA)에서 e스포츠가 공식 메달 종목으로 채택되고, e스포츠 선수들에게 최정상 스포츠 선수들에게 주는 국가공인 체육훈장(마스터 자격)을 부여하면서 프로게이머를 보는 대중의 시선이 크게 달라졌다. 현재 베트남에서 최상위 e스포츠보다 더 흡인력을 가진 스포츠는 축구가 유일하다.”
-한국팀들이 베트남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역시 국제대회 성적 덕분이다. 한국팀은 세계 무대에서 강력한 위상을 지켜왔다. 미드시즌(MSI)이나 롤드컵이 열릴 때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한국 경기가 화제가 되며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였다. 또 한국관광공사의 e스포츠 행사를 비롯해 한화생명e스포츠·젠지·T1 등 주요 팀들의 현지 이벤트가 이어지며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정 팀을 응원하는 것은 팬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됐을 뿐 아니라, 팬덤에 참여하며 강한 소속감을 느낀다.”

-여성 팬덤도 눈에 띈다.
“여성 팬의 압도적인 증가는 최근 5년 e스포츠 성장기의 특징이다. 롤 초창기 10년 동안 남녀 시청자 비율은 9대 1 정도였는데, 최근 유입되는 팬층은 여성 비중이 상당히 높다. 게임이 더 이상 남성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한국팀들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로 자신을 표현하며 다양한 팬층을 사로잡았다.”
-향후 5년 베트남 e스포츠 산업의 미래는.
“베트남 정부는 올해 초 게임 산업을 ‘6대 핵심 문화 산업’ 중 하나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베트남 e스포츠가 한 단계 도약할 기회다. 베트남은 팬들의 열정에 불을 지필 수 있도록 좋은 국제대회 성적을 내는 것이 절실하다. 선수들이 100%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매니지먼트·코칭스태프 시스템 구축, 대형 경기장 등 전문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한국과 협력 가능성은.
“베트남 팬들의 마음을 얻는 일은 어렵지 않다. 콘텐츠의 품질을 보장하고 문화를 이해하는 데 정성을 기울이면 베트남 커뮤니티는 매우 열정적으로 화답할 것이다. 한국팀이 베트남 팬들과 더 자주 만나고, 베트남에서 국제 e스포츠 대회를 공동 개최하는 등 공식 대회 차원의 교류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관광공사는 e스포츠를 매개로 양국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호안씨를 비롯한 베트남 e스포츠 유력 인플로언서 한국 초청, 베트남 내 한국 e스포츠팀 팬사인회 개최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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