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 울 엄마 예쁘죠?" [초보기자의 거침없이 하이킹 남한산]
산에서 만난 인연은 특별하다. 그 우연한 만남을 놓치지 않고자 초보기자가 나섰다. '거침없이 하이킹'은 산에서 마주친 사람들과 함께 걷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코너다. 산이 맺어 준 우연한 만남과 등산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변정운(59)·백소미(35) 경기 광주·강원 원주
한참의 실랑이 끝에 딸이 이겼다. 엄마는 항암 치료 중이라 사진 촬영을 부끄러워했다. 많이 아파서 안색이 좋지 않다고 했지만, 다른 등산객들처럼 생기가 넘치는 얼굴이었다. 말해 주지 않았다면 암 투병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딸은 강원도 혁신도시에서 일한다. 엄마는 "평소 무심하던 딸이 요즘 주말마다 찾아오는 효녀가 됐다"며 웃는다. 옆에 있던 딸도 함께 웃는다.

나용찬(32)·권영진(31) 경기 광명·인천
고등학생 때 친구와 야경을 보러 남한산성 서문전망대에 온 뒤 십수 년 만에 다시 찾았다. 달라진 건 강산만이 아니다. 그땐 친구와 왔고, 지금은 연인과 왔다. 그땐 남한산성역에서 걸어 올라왔고, 지금은 차를 타고 산성리까지 편하게 왔다. 아쉽게도 미세먼지가 두 사람의 100일에 그리 협조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너무 좋다고 했다.

엄용태(86) 서울 송파구
직접 만들었다는 지팡이가 튼튼하고 멋져 보였다. 지팡이에서 연륜의 냄새가 났다. 요즘 나오는 어떤 등산 스틱보다 자신의 몸과 하나 돼 있었다. 1941년생으로 86세인 할아버지는 "할 일이 없으니까 하루를 보내는 것이 요즘의 일과"라고 말했다. 딸은 미국에 가 있고, 아내는 빨리 걷지 못해 홀로 남한산을 찾았다.

배광오(54)·서경오(54) 서울 송파구
아이가 대학생이 돼서 지방에 있다 보니 부부는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됐다. "집 근처 성내천을 걷다가 운동이 안 돼서 산을 찾았다"고 한다. 이번이 세 번째 산행인데, "한 달 전만 해도 푸르지 않던 산이 어느새 완연한 여름빛을 띠고 있다"며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부부는 공무원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성남 분당에 살다가 외국에 파견을 나갔고, 그때 찾았던 남한산의 기억이 남아 있다고 한다.

김순용(27)·오희망(27) 경기 성남·충북 청주
순용씨는 산을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남한산 데이트를 계획했다. 정작 순용씨는 등산 경험이 거의 없다. 희망씨는 대학생 때 지리산·모악산·마이산·변산 등 전북의 산을 두루 오를 정도로 산을 꽤 좋아한다. 산을 내려가서 뚝섬 한강공원에 갈 예정이라고 한다.

김정규(58)·박선정(52)·이진우(58)·김현혜(52) 서울 강동구
마천초등학교를 졸업한 남편은 "소풍도 남한산성, 졸업사진도 남한산성, 교가도 남한산성"이라고 말한다. 아내는 20대 초반부터 산을 많이 다녔는데, 국립공원 지도 부록 받으려고 월간 <산>을 사 봤던 추억을 꺼냈다. 집에 몇 권 있다는 남편의 말에 아내는 "그거 내가 친정에서 가져온 거잖아"라며 웃었다. 부부는 친구 내외와 함께 남한산을 찾았고, 내년에는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자고 약속했다.

박창릉·강은진·박도휘 경기 안양

김아람·임재희·김단우 경기 의왕
두 부부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낼 정도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다.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위해 주말 아침이면 뒷산으로 나들이를 온다. 아이들은 뒷산을 놀이터 삼아 쓰러진 나무기차를 타고, 개울에서 도롱뇽 알을 찾고 가재를 잡는다.

김진현(82) 서울 송파구
숲길이 좋은 남한산에는 바짓단을 걷어붙이고 맨발로 걷는 이들이 꽤 있다. 이유를 묻자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3~4년을 걸었더니 심장이 좋아지고 숨 차는 게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여든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지금도 빌딩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남한산성을 매일 한 시간씩 걷고, '산스장'에서 한 시간씩 운동하는 루틴을 이어가고 있다. 철봉에 매달려 스무 바퀴를 돈다.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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