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안 줄이고 주 4일 근무했더니 여성이 ‘독박 육아’

김학태 기자 2026. 6. 2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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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압축형 주 4일 실험 결과 … 스위스는 노동시간 단축하고 임금 보전
▲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실노동시간 단축 없이 주 5일 근무를 주 4일 근무로 바꾸면 남녀 간 돌봄노동 불평등이 심화했다는 외국 사례가 나왔다. 평일 주중에 하루 노동시간이 늘어나면서 남성은 육아에 소극적이게 되고, 그 부담이 여성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만족도 좋지만, 남편 하루 노동시간 늘어 '육아 소극적'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는 25일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의 주 4일제 실험 결과와 의미를 담은 이슈페이퍼 '압축과 단축, 무엇이 노동자의 삶을 바꾸나'를 발표했다. 인접해 있는 두 국가는 서유럽 내에서도 장시간 노동 국가로 분류된다.

오스트리아는 법정 표준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이지만 전일제 실노동시간은 약 41.8시간으로 유럽연합(EU)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길다. 스위스는 법정 표준시간 없이 단체협약이나 고용협약으로 노동시간을 정하는데 대체적으로 주 40~42시간이다. 두 나라 모두 유럽 평균(39.1시간)보다 길다.

오스트리아는 현행 노동시간을 유지하면서 주 5일을 주 4일(금요일 휴무)로 바꿔 '압축형' 실험을 한 반면, 스위스는 노동시간은 줄이면서도 임금을 보전하는 주 4일제를 실험했다. 오스트리아 상공회의소·빈시·프로젝트펀드 노동4.0은 수년간 주 4일제 실험을 한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니더외스터라이히주와 빈시에 있는 금속가공·건설·풍력발전·자동차정비·목공 등 20여개 사업장의 현장직 500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그 결과 대다수 노동자들은 주 4일제에 매우 만족하거나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시간 증가로 직장생활보다 사생활에서 주4일제의 이점을 체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들은 피로와 업무에 따른 시간압박이 뚜렷하게 감소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런 평가는 11개 사업장을 1년간 추적조사를 실시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돌봄·성평등의 그늘'도 확인됐다. 주당 노동시간은 그대로 두면서 주 4일제를 실시한 결과 하루 노동시간은 늘어났고, 부모들에게 일·가정 양립 부담을 안겼다. 아버지는 하루 노동시간이 늘어 육아시간이 줄어들면서도, 주말이 길어진 덕분에 스스로 '육아에 적극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 오스트리아 연구진 분석이다. 반면 어머니는 아버지가 소홀히 한 육아부담을 그대로 짊어졌다고 한다. 육아는 특히 한부모에게 더 큰 부담이 됐다.

연구진은 "가족 내 성평등은 압축이 아닌 실질적인 주당 노동시간 단축으로 가장 잘 달성될 수 있고, 몇 시간의 단축만으로도 차이가 난다"고 결론 내렸다.

성평등 이루려면 '노동시간 단축' 주 4일제

스위스는 베른응용과학대(BFH) 뉴워크연구소가 주도해 다양한 업종에서 10~50개 기업의 참여를 목표로 지난해 1월부터 주 4일제 실험을 시작했고 같은해 4월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임금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주 4일제를 명확히 정의했고, 주당 최소 4시간 이상 단축을 조건으로 했다. 기존 노동시간의 80%만으로 기존과 같은 생산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중간조사 결과에서는 생산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노동자들 만족도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에 돌봄시간 확대가 기대되는데, 결과는 종합보고서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주 4일제 시행 과정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압축의 개념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며 "두 모델은 종종 혼용되는데 오스트리아 실험 결과는 압축형도 노동자 만족 효과는 있으나 돌봄·성평등 효과는 없고 오히려 역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이어 "주 4일제 시행에 있어 현장직 적용 가능성은 우리나라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이라며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실험 모두 건설·금속·제조 등 현장직 사업장을 포함했고, 주 4일제가 사무직 전유물이라는 통념을 반박하는 근거로 제조·건설업 비중이 큰 한국 산업에서 어렵다는 주장도 객관적·경험적 자료가 부재한 일부 자의적 주장들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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