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백년기업’ 유한양행의 사회환원…시민 품 안긴 윌로우하우스

김동주 기자 2026. 6.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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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구사옥, 시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휴식·체험·역사 잇는 공간…지역사회와 함께할 다음 100년은
유한양행 윌로우하우스의 마련된 미디어아트. /김동주 기자

| 서울=한스경제 김동주 기자 | "잠시 멈춰 서서 그동안 몰랐던 나의 모습과 조용히 마주해 보세요"

서울 동작구 대방동 유한양행 옛 본사 건물 1층에 마련된 마음진단 체험전시관에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단순한 제약회사의 역사관을 떠올렸던 기자의 예상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방문객들은 태블릿을 통해 자신의 성향과 감정 상태를 진단하고 미디어아트 공간을 지나며 스스로의 감정을 돌아본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성향에 맞는 차(Tea) 한 잔을 추천받는다.

유한양행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문을 연 '윌로우하우스(Willow House)'는 기업 홍보관이라기보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에 가깝다.

1962년부터 약 35년간 사용된 유한양행 구사옥은 오랜 리모델링을 거쳐 시민들에게 개방된 문화·체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과거 의약품 생산과 경영 전략이 논의되던 건물이 이제는 지역 주민들이 쉬어가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윌로우하우스 전경. /유한양행 제공

▲ 버드나무에 담긴 창업정신…100년 역사 품은 공간

윌로우하우스의 이름은 유한양행의 상징인 버드나무(Willow)에서 따왔다. 버드나무는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1926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던 유 박사에게 독립운동가이자 개화사상가인 서재필 박사가 버드나무가 새겨진 목각화를 선물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깊게 뿌리내리고 어떤 비바람에도 쉽게 꺾이지 않는 버드나무처럼 살아가라는 의미였다. 유 박사는 이를 평생 간직했고, 훗날 유한양행의 상징으로 삼았다. 

윌로우하우스 곳곳에는 이러한 창업정신이 녹아 있다. 단순히 기업의 역사를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추구해 온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층 체험전시관에 마련된 '마음의 그루터기'. /유한양행 제공

▲ 마음을 돌보고 지역과 연결하다…시민 위한 복합문화공간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1층 체험전시관이다. 방문객들은 '웰컴스테이션'에서 성향 진단을 진행한 뒤 미디어아트 공간을 통과하며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본다. 이어 '마음의 그루터기'에서는 성격 유형에 따른 내면의 뿌리를 탐색하고 '마음의 연못'에서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다. '마음의 수풀'에서는 대인관계 성향을 분석하고, 마지막 '새들의 지저귐' 공간에서는 종합적인 마음 진단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체험이 끝나면 '티 라운지'가 기다린다. 이곳에서는 진단 결과에 따라 맞춤형 블렌딩 티가 제공된다.

전시물을 일방적으로 관람하는 기존 기업 홍보관과 달리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는 형태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유일한 박사의 자필 유언장. /김동주 기자

2층 메모리얼홀은 유한양행의 지난 100년을 기록한 공간이다. 유일한 박사의 독립운동 활동과 기업가 정신, 사회 환원 철학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자필 유언장 등 의미 있는 자료들도 전시돼 있다. 특히 "기업의 소유는 사회에 있다"는 유 박사의 철학은 오늘날 ESG 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에도 여전히 큰 울림을 준다.

3층 비전홀에서는 현재의 유한양행과 미래 성장 전략을 만날 수 있다. 국산 항암신약 '렉라자'를 비롯한 주요 의약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회사가 걸어온 혁신의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4층 옥상정원은 도심 속 쉼터 역할을 한다. 방문객들은 정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대방동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윌로우하우스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개방성'이다. 기업의 역사적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지역사회와 공유하겠다는 유한양행의 의지가 담겨 있다. 단순히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관이 아니라 앞으로의 100년 동안 지역사회와 소통하겠다는 상징적 공간인 셈이다.
유한양행의 기업철학. /김동주 기자

유한양행은 창립 이후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는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이번 윌로우하우스 개관 역시 기업의 성과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에게 휴식과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공헌 활동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국민 건강을 넘어 전 세계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글로벌 혁신 제약사로 성장하기 위한 'Great Yuhan, Global Yuhan'의 여정이 다시 시작됐다"며 "신뢰로 쌓아온 100년을 바탕으로 새로운 약속의 100년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100년 기업의 역사를 품은 건물은 이제 과거를 기록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쉼터이자 소통의 공간으로 새 출발 하고 있다. 윌로우하우스는 유한양행이 말하는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의 의미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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