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의존’ 튤립 구근…고환율에 농가 경영 직격탄

이인해 기자 2026. 6.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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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산 1년만에 값 50% ↑
전쟁 여파 운송기간 두배 늘어
품질 저하로 생육불량 등 발생
생산기반 전무…대책마련 시급
충북 진천에서 튤립을 재배하는 이정일씨가 저온 창고에서 보관 중인 튤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튤립 구근은 거의 외국산에 의존하다보니 환율 상승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어요. 중동 전쟁 여파로 운송 기간까지 두배로 늘어 고충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죠.”

충북 진천에서 1653㎡(500평) 규모로 14년째 튤립을 재배 중인 이정일씨(59·이월면). 이씨는 저온창고에 보관 중인 네덜란드산 튤립 구근을 살펴보며 이맛살을 찡그렸다.

이씨는 “외국산 튤립 구근을 상하반기 한차례씩 수입하는데 6월엔 뉴질랜드산, 11월엔 네덜란드산을 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 3억원가량을 주고 들여온 뉴질랜드산 튤립 구근 50만개가 20일 부산항에 도착했다”며 “같은 물량을 취급했던 1년 전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오른 것 같다”고 걱정했다.

원화 가치 하락이 계속됨에 따라 원·달러 환율에 이어 원·유로와 원·뉴질랜드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일부 화훼농가들의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24일 기준 원·뉴질랜드달러 환율은 890.76원이다. 지난해 6월 평균(840.11원)과 견줘 6.0% 뛰었다. 원·유로 환율 상승폭은 더 크다. 지난해 11월 원·유로 환율은 1723.07원으로 전년 동기(1513.14원)보다 13.9% 상승했다.

이씨는 “네덜란드산 구근값은 2년 반 전인 2024년 11월에도 한개당 300원선이었지만 지난해 11월엔 450원으로 50% 급등했다”고 말했다. 이어 “뉴질랜드산은 지난해 6월 450원에서 올해는 550∼600원으로 28% 치솟았다”면서 “현지 생산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환율 상승이 결정적”이라고 밝혔다.

운송 기간 연장에 따른 품질 저하 문제도 겹쳤다. 이씨는 “과거 네덜란드산 구근은 수에즈운하를 거치면 현지 출발 후 30일 내 국내로 들어왔지만, 중동 정세가 불안해진 후부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해역을 우회하면서 운송 기간이 75일로 두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송 기간이 길어지면 구근이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아 품질이 떨어지는데,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막상 재배하면 생육 불량이나 병해 등이 나타난다”고 토로했다.

튤립농가의 어려움은 국내 구근 생산기반이 전무한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가 차원의 튤립 구근 품종 연구개발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농진청 관계자는 “튤립은 품종 개발과 구근 증식에 적어도 20년 이상 걸리는 데다 국내 재배농가수 등을 고려해 튤립 대신 프리지어·칼라 육종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통계에 따르면 외국산 튤립 구근 수입량은 2024년 2594만3807개에서 2025년 2703만3149개로 4.2% 늘었다. 이씨는 “작약 등 다른 품목 재배를 늘리고 튤립농사는 상자재배나 물재배처럼 생산비가 덜 드는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국산 구근도 보급해나가야겠지만, 당장은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재배기술과 경영안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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