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카보베르데가 증명한 ‘희망’의 가치

‘2026 북중미 월드컵’이 한창인 지금, 대서양의 인구 50만 소국 카보베르데가 전 세계 축구팬의 심장을 세차게 흔들고 있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운 좋은 이방인’쯤으로 여겨졌던 그들은 아프리카 예선에서 카메룬을 밀어낸 저력이 우연이 아님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푸른 상어군단’(카보베르데 국가대표팀의 별칭)의 본선 무대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로 현재도 진행 중이다. 1차전에서 세계 최강 ‘무적함대’ 스페인의 27차례 슈팅을 육탄방어로 막아내며 0-0 무승부를 기록하더니 2차전에서는 남미의 맹주 우루과이를 상대로 역사적인 월드컵 본선 첫 골을 터뜨리며 2-2 무승부를 거뒀다. 선수들의 몸값 총액의 격차를 비웃듯 그들은 완벽한 조직력과 투지로 세계적인 스타들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그 중심에는 마흔 살의 베테랑 골키퍼 보지냐가 있다. 스페인전이 끝난 후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 그의 모습은 이번 대회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SNS 팔로워가 단숨에 1천500만명을 넘어서며 세계적인 스타가 된 그는 오직 조국과 국민만을 위해 뛰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선방 하나하나는 비자 문제와 가난이라는 현실적 장벽을 넘어선 희망의 날갯짓이었다.
카보베르데의 돌풍이 주는 감동은 단순한 ‘언더독의 반란’ 그 이상이다. 거대한 자본과 세련된 인프라가 지배하는 현대 축구에서 여전히 공 하나에 영혼을 싣고 달리는 순수한 열정이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세계 무대에 당당히 선 카보베르데. 그들이 뿜어내는 푸른 에너지는 삶의 거친 파도와 맞서 싸우는 세상 모든 작고 평범한 이들에게 가장 위대한 ‘희망’의 이정표가 돼 주고 있다.
카보베르데의 희망을 향한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들이 가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 도전에 찬사를 보낸다.
김규태 기자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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