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계란은 왜 날이 갈수록 비싸지는가

김정훈 기자 2026. 6. 25. 23: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란계 사육면적 넓히는 정책
계란 생산비 밀어올릴 수밖에
공급자를 악마로 몰지 말고
생산 늘릴 방법부터 찾아내야
2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백색란이 판매되고 있다. 계란 값이 고공행진하자 정부는 계란 수입을 늘리고 있다. /뉴시스

마트 계란 매대에 ‘1인 2판 한정’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다. 작년에 7000원 정도였던 30알 한 판이 올해 500원 더 올랐다. 통계가 그렇다는 것이지, 1만원 넘는 곳이 흔하다. 단체 급식 업체는 계란 반찬을 두부로 바꿨고 김밥집과 빵집은 가격 인상 타이밍을 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계란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데 올해가 좀 유난하다”고 했다.

대통령 말대로 작년 이맘때도 계란이 비싸서 난리였다. 작년엔 정책발 공급 부족이 컸다. 마리당 사육 면적을 0.05㎡에서 0.075㎡로 넓히는 규제 도입이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전까지는 A4 용지 80% 정도 되는 공간에서 닭 한 마리를 키워도 됐는데, 이제부터 최소 A4 용지 120% 정도 되는 좀 더 넓은 공간에서 키워야 한다는 규제다.

동물 복지와 질병 예방이라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닭장 냄새 민원 때문에 축사 면적 자체를 넓히기 힘들고, 그렇다고 닭장을 층층이 더 높게 쌓아 해결하자니 냉난방비가 많이 든다. 결국 돈이 더 드는 정책이다. 전체 계란의 80% 정도가 0.05㎡ 좁은 닭장에 사는 닭에서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계란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 실책이 더해졌다. 2025년 9월 이전에 닭을 닭장에 들여오면, 그 닭은 강화된 사육 면적 규제에서 빼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합리적인 산란계 사육업자들은 데드라인이 다가오기 전에 늙은 닭을 처분하고 서둘러 그 자리에 병아리를 채워 넣었다. 그래야 기존의 좁은 닭장에서 닭을 계속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병아리가 성장해 알을 낳기 시작하려면 5개월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계란 낳는 닭의 숫자가 급감했다.

이유가 뭐든 계란 값 상승은 1년 전 갓 출범한 정부에 악재였다. 당장 계란 공급량을 늘릴 수 없었던 공무원들은 계란 공급자에게 화살을 돌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산란계를 키우는 축산 단체를 직접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조사 끝에 지난달 해당 단체에 6억원 정도 과징금을 부과했다. 매주 지역별 계란 기준 가격을 회원들에게 통지하는 관행이 계란 값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2019년에 같은 관행을 조사한 뒤에는 무혐의라더니, 이번엔 왜 법 위반이냐”며 억울해한다. 공방은 법정으로 가겠지만, 이미 이 단체는 인터넷에서 ‘공공의 적’으로 조리돌림당하고 있다.

문제는 기준 가격 통지를 멈춘 올해도 계란 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겨울부터 이어진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 여파와 이른 더위가 겹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과 태국에서 비행기로 계란을 들여오던 정부는 최근 브라질로 수입선을 확대했다. 그래 봤자 올해 총 수입량이 3000만개 정도여서, 전 국민 하루 소비량(5000만개)에도 못 미친다.

내년 이맘때도 계란 값이 평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보인다. 계란 값이 잡히지 않자 농식품부가 2025년 9월부터이던 0.075㎡ 규제를 아예 2027년 9월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미뤄졌던 사육 면적 규제가 일정대로 내년에 시행되면 가격은 우상향할 게 뻔하다.

공급자를 악마로 모는 방법은 약발이 오래가지 않는다. 환율이 치솟을 때 달러를 공급하는 외환시장 참가자를 탓하고, 집값이 오를 때 전월세를 공급하는 다주택자를 비난하면 속은 시원할 수 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게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동물 복지라는 가치를 지키려거든 앞으로 계란 품질이 개선되는 만큼 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 원리에 눈감으면, 결국 공공의 적은 정부였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