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낸다는 것 ②

하영란 기자 2026. 6. 2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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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란 문화부 기자

내게는 참 소중한 지인들이 많다. 고운 마음과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참 좋다. 알고 있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아는 것을 실천하고, 마음을 내고는 마음을 낸 그 자체를 크게 광고하거나 자랑하지 않는다. 그냥 별것 아닌 것을 했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그런 지인을 소개하고 싶다. '영'이라고 하는 글벗이다. 지인의 허락을 받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라서 이름 자 한 자만 말한다. '영'에게는 몸이 아파 치료를 받는 지인이 있다. 지인은 일주일에 한 번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KTX를 타고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무래도 요양병원에 머물면서 서울까지 가서 치료를 받으려면 돈이 많이 든다.

지인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니 그 지인은 '영'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환자에게는 돌봄과 위로도 필요하다. 그리고 돈도 필요하다. '영'은 서울까지 가는 KTX 차비라도 보태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처지도 아니어서 마음만 가득했다.

차비라도 주고 싶은 마음에 그 힘들다는 쿠팡 물류센터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며칠 동안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몸살이 나서 번 돈보다 치료비와 차비가 더 많이 들어갔다. 며칠 뒤 아르바이트비를 받았다. 영은 병원을 찾아가 아르바이트비 받은 돈에 자신의 돈을 조금 더 보태서 봉투에 넣어 지인에게 전달했다.

"돈이 조금 더 있으면 더 주고 싶었지만 정말 차비라도 보태주고 싶었다"고 '영'은 말했다.

"대단하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그 마음이 참 좋다."

"대단하긴요. 돈이 있으면 더 주고 싶은데, 더 못 줘서 참 아쉬워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주고받은 말이다. 전화 통화하기 며칠 전에 육체노동을 좀 하고 싶어서 쿠팡 아르바이트를 갔다고 했다. 육체적인 일을 안 하다가 해서 몸살이 나서 병원에 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인의 병원비를 보태주고 싶어 그 일을 했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전에 나간 e-시각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는 것에 대해' 기사를 보고 그 기사 속의 동창 이야기가 나왔다. 한참 이야기 끝에, 사실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한 것은 자신의 지인에게 차비라도 주고 싶어서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참 이럴 때 돈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한 대구에서 대학을 다닌 학생 이야기를 했다. "그 학생은 학교를 다니면서 자기가 다니던 학과가 없어졌다. 하루아침에 과가 없어졌고 다시 시작을 해야 한다. 돈을 모아서 공부도 다시 해야 하고 일자리가 필요한데 그 학생이 길게 일할 곳이 없을까요?"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날 그 학생이 일을 하다가 몸살이 났고, 자신도 안 좋았다고 했다. 일을 마치고 새벽이라서 학생이 사는 장유까지 태워주고 부산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 학생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수 있는데 자기 문제처럼 고민하고 도와줄 수 있는 데까지 도와주는 '영'의 마음이, 이 세상이 돌아가는 수레바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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