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저격] 법원 “이화영의 술 파티 증언은 허위”… 사법 절차를 정치판으로 변질시켜

송원형 기자 2026. 6. 2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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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 이화영
검찰선 “경기지사에 보고” 자백
가족·민주당 개입에 진술 번복 후
‘연어 술 파티’로 檢 수사 조작 주장
결국 검사 징계 사유엔 ‘술’ 빠져
작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이화영(왼쪽)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답변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면서,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와 마주치고 있다. /뉴스1

“국회에서 자기 입장을 마음껏 말하고, 법정에서 검사를 몰아세울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최근 3년여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입법·행정·사법 3부를 뒤흔든 인물이다. 쌍방울 그룹을 통해 북한에 800만달러를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건 발생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관여됐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아내가 법정에서 “정신 차려라”라고 소리친 뒤로 진술을 뒤집었다. 현 여권 인사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때부터 이씨가 들고나온 게 ‘연어 술 파티’ 의혹이다. 검찰이 이 대통령 관련 진술을 받아내려고 연어 술 파티를 열어 이씨 등 피의자들을 회유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바람에 현 정부 출범 후 법무부는 진상 조사를 진행했고,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국정조사를 열었다. 검찰이 이 대통령을 엮으려고 이씨를 회유해 진술을 조작했는지 규명하겠다는 취지였다. 최근엔 그의 ‘연어 술 파티’ 주장의 진위를 규명하기 위해 국민 참여 재판도 열렸다. 하지만 이씨의 이런 주장은 지난 20일 새벽 나온 국민 참여 재판 1심 판결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화영은 결국 사법 절차를 정치판으로 변질시키는 셈”이라고 했다. 실체가 불분명한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정치 쟁점화해 대중들을 미궁으로 끌고 갔다는 것이다.

◇대통령 멘토 이해찬의 측근 이화영

이씨는 2004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씨는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측근으로 꼽힌다. 이 전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씨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북측 인사들과 교류가 많았다. 2006년 북한 대남 공작원 리호남을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18년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에 출마한 이 대통령의 후보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취임 후 이씨를 평화부지사로 임명했다. 경기도의 대북 정책을 맡긴 것이다.

대북 송금 사건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19년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명목으로 500만달러,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명목으로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북한 측에 대납한 사건이다. 김 전 회장이 이화영씨 요청을 받고 이런 범행을 벌였다는 게 검찰 공소 사실 핵심이다. 이는 법원에서도 사실로 확정됐다. 이씨는 2011년 쌍방울 고문 등을 맡으면서 김 전 회장과 연을 맺었다.

민주당은 이 사건이 윤석열 정부가 정치 보복 차원에서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이 제1 야당 대표이자 윤 전 대통령과 대선에서 경쟁했던 이재명 대통령을 엮어넣기 위해 사건을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쌍방울이 이 대통령의 과거 사건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다가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단서를 발견해 수사에 나섰다고 설명한다. 검찰은 2022년 10월 이씨를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고, 이듬해 3월 불법 대북 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추가 기소했다.

◇“정신 차려라” 아내 호통 후 진술 번복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씨가 2019년 당시 경기지사로 있었던 이 대통령에게 송금 관련 내용을 보고했는지다. 이씨는 이미 대북 송금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형이 확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이씨에게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면 그와 공범 관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씨가 검찰에 “쌍방울이 경기도의 대북 송금을 대납했고, 이재명 지사에게도 보고했다”는 진술을 구체적으로 한 것은 2023년 6월이다. 이씨의 이런 진술이 법정과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씨 가족과 민주당 인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씨 아내는 그해 7월 남편을 변론하던 서민석 변호사에 대한 해임 신고서를 법원에 남편 몰래 제출했다. 이씨가 법정에서 “변호인 해임 신고는 내 의사가 아니다”라고 하자, 아내는 “정신 차려라”고 소리쳤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수원지검을 찾아가 “조작 수사를 중단하라”고 시위를 벌였고 수사 검사 실명도 공개했다.

9월 들어 민주당 출신 변호사가 이씨의 변호인으로 새로 선임됐다. 이후 이씨가 검찰 압박으로 이 대통령과 관련해 허위 진술을 했다는 옥중 편지가 공개됐다. 이 대통령에게 대북 송금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는 검찰 진술이 허위란 주장이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씨가 민주당 진영에서 배신자로 몰린 후 변호인 도움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고립되자 결국 검찰에서 한 진술을 번복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수사했다가 조리돌림당한 검사

이씨는 2024년 4월 법정 등에서 ‘연어 술 파티’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하지만 이씨의 이런 주장에도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그해 6월 뇌물 수수와 불법 대북 송금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이 판결 닷새 후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로 이 대통령도 기소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이씨를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은 2024년 7월 연어 술 파티 회유 의혹에 이른바 ‘대변 추태’ 의혹을 더해 박 검사 탄핵소추안도 발의했다. 이씨도 보조를 맞췄다. 그는 같은 해 10월 박 검사 탄핵소추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연어 술 파티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맞서 검찰은 이씨의 이 발언이 위증이라며 작년 2월 그를 추가 기소했다. 이 재판은 이씨의 신청으로 국민 참여 재판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최근 이씨 주장이 위증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도 “이씨의 (연어 술 파티 관련) 진술은 음주 장소·양 등이 일관되지 않는다”며 지난 20일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의 박상용 검사 징계는 계속 추진되고 있다. 법무부는 작년 7~9월 ‘연어 술 파티’ 의혹을 조사한 후 검찰에 감찰을 지시했다. 이에 대검은 지난달 12일 박 검사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했다. 하지만 정작 박 검사의 징계 사유에 ‘연어 술 파티’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직도 특검·검찰·국정원 등 ‘공소 취소’ 명분 찾는다

법무부가 검찰의 인권 침해와 권한 남용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발족한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미래위) 진상조사단이 지난 24일 서울동부지검에 사무실을 두고 업무를 시작했다. 15명 안팎의 검사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우선 조사 대상은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활동한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조사했던 7개 사건이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등 3건이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됐다가 대통령 취임 후 1심 재판이 중지된 사건이다. 위원회 결정으로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나 권한 남용 의혹이 제기됐거나 국민이 제안한 사건도 조사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 기소 특검법’처럼 이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를 위한 움직임은 전방위적이다. 민주당은 대북 송금 등 7개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상 검찰의 조작·회유 정황이 드러난 게 없는데도 ‘조작 기소 특검법’을 발의했다. 검찰은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에 대해 부당하게 변호인을 통해 자백을 요구했다는 이유 등으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청구했고, 대장동 사건 수사 검사 9명에 대한 감찰도 진행 중이다.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검찰의 ‘쌍방울 대북 송금’ 수사에 개입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국가정보원은 북한 공작원 리호남 필리핀 부재설을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70만달러를 건넸다고 기소한 내용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하지만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은 지난 4월 국회에 출석해 검찰 기소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회와 정부 기관이 이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 같다”며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으면 중지된 재판을 재개하자고 해서 무죄를 받으면 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검찰미래위 진상 조사도 ‘공소 취소’를 위한 빌드업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조사 결과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법무장관에게 해당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를 권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 위원 7명 중 상당수가 진보 성향 인사다. 이 중에는 최근 유튜브에서 법무장관이 이 대통령 사건을 공소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조사에서 별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내용이 나올 때까지 계속 조사하려는 것”이라며 “결국 ‘공소 취소’의 명분을 찾으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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