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인건비 따기’ 과제경쟁 줄인다…정부, PBS 폐지 이행방안 고도화
신규 정부수탁 원칙 제한…전략연구사업 체계 정비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이 인건비 확보를 위해 과제 수주 경쟁에 내몰리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과제중심제도(PBS) 폐지 후속 조치를 구체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10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서면으로 열고 ‘PBS 폐지 추진현황 점검 및 향후 이행 고도화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PBS는 출연연 연구자 인건비 일부를 연구과제 수주를 통해 확보하도록 한 제도다.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하기 어렵고 단기 과제 수주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과학기술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과학기술분야 출연연 정책방향’을 통해 PBS 폐지를 본격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기존 수탁사업 종료 재원을 출연금으로 전환하고, 정부와 기업 수요를 바탕으로 출연연이 주도해 기획·수행하는 전략연구사업을 신설하는 방식이다.
이번 방안은 PBS 폐지 이후 제도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과도기 이행방안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상 기관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23개 출연연과 연구중심 직할연구기관 10곳이다. 정부는 우선 연구자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관출연금과 계속과제로 인건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출연연은 정규직 인건비의 상당 부분을 외부 수탁과제로 충당해 왔다. 2025년 기준 23개 출연연 전체의 정규직 인건비 수입구조는 기관출연금 54%, 외부수탁 46%였으며, 이 가운데 정부수탁이 40%를 차지했다. 현재 기관출연금 안에서 기관운영비와 전략연구사업으로 나뉘어 있는 인건비 계상구조는 2027년부터 기관운영비로 일원화한다.
신규 정부수탁은 2027년부터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다만 특정 출연연의 연구 인프라나 역할이 사업 목적 달성에 필수적인 경우, 출연연 연구성과의 사업화·실증을 지원하는 경우, 국가 간 협정에 따라 출연연 참여가 필요한 국제협력 사업 등은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과기정통부는 예외 허용 기준을 담은 지침을 올해 하반기 마련해 배포할 계획이다.
예외적으로 허용된 정부수탁과제와 민간수탁과제에도 원칙적으로 인건비는 계상하지 않기로 했다. 연구수당과 연구개발능률성과급 등 인건비·수탁과제 규모와 연동된 현행 인센티브 체계도 성과 중심으로 개편한다. 우수 연구인력 유치와 안정적 연구 지원을 위해 출연연 전반의 처우 개선도 검토한다.
정부는 출연연 연구체계도 국가 임무 중심으로 재편한다. 국가전략기술 육성 기본계획 등 국가전략 이행을 위해 출연연별 고유 임무와 국가 임무를 반영한 5년 단위 연구개발(R&D) 포트폴리오를 수립하고, 기본연구·전략연구·수탁사업 재구조화와 연계할 방침이다.
전략연구사업은 임무와 수요에 기반해 기획 절차를 고도화한다. 출연연별 임무 설정, 부처 컨설팅, 연구방향 확정, 기관별 상세기획, 기관 간 역할 조정 등을 거쳐 차년도 과제를 정하는 전주기 관리체계도 마련한다.
제도적 기반도 정비한다. 정부는 포스트-PBS 체계 정착과 출연연 자율성 확대를 위해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을 추진한다. 연구회 혁신, 윤리경영 확립, 공통 행정기능 전문화 등을 통해 출연연 책임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은 “PBS 폐지는 출연연이 국가대표 연구기관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출연연이 국가적 미션을 중심으로 혁신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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