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던 시골마을에 폴리스라인… “문 잠가도 무섭다”
이웃 비보에 충격과 공포 휩싸여
고령 주민들 “범인 언제 잡히나…”
밤잠 설치고 정신적 불안감 호소
25일, 60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통영의 한 작은 마을에는 무거운 적막이 감돌았다. 마을 끝자락에 위치한 한 주택 주변에는 빛바랜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둘러쳐져 있었다. 지난 10일 발생한 60대 여성 강도살인 사건 이후 보름이 넘도록 용의자를 검거하지 못하면서 주민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밤잠을 설치는 등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마을에서 마주친 주민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가깝게 지내던 이웃 A 씨가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주민 B 씨는 “당시 일을 나가느라 현장을 직접 보지는 못했고, 나중에 전화로 마을에 큰 사건이 생겨 A 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평소 교회를 다니며 주변에 봉사를 실천하던 참 좋은 분이었는데, 그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니 마을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고령의 주민들도 전례 없는 사건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주민 C 씨는 “80년 넘게 이 마을에 살았지만 조용하던 동네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난 건 처음”이라며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노인들인데, 다들 매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사건 발생 직후만 해도 경찰이 곧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수사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주민들은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B 씨는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서로 의심할 일이 뭐가 있겠나. 전에는 당연히 대문도 제대로 잠그지 않고 편하게 자곤 했다”며 “바로 지척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나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제는 낮이든 밤이든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다닌다. 두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C 씨 역시 “지금은 그나마 여름이라 해가 늦게 떨어져서 다행이지, 해가 짧은 가을이나 겨울이 올 때까지 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무서워서 낮에도 바깥을 돌아다니지 못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불안감이 극에 달한 주민들은 범인 검거 전까지 경찰이 실효성 있는 방범 활동을 펼쳐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이어 “경찰이 순찰을 돌며 근방을 방범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으니 내 입장에서는 안심이 안 된다”며 “마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불안을 덜 수 있도록 눈에 보이는 방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면서 매일 마음을 졸여야 하는 주민들의 정신적 피로감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주민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결국 용의자의 검거다.
마을 이장 D 씨는 “경찰이 마을에 CCTV를 더 설치해주고 방범을 강화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범인이 잡혀야 마을이 예전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며 “곧 좋은 소식이 들릴 것으로 믿고 경찰의 빠른 검거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잠시 내려놓았지만, 수사가 계속 겉돈다면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현수막을 다시 내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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