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나 싶더니 더 센 놈 온다…"쌀값 100% 뛸 수도" 경고
"올해 엘니뇨 발생 확률 63%"
'슈퍼엘니뇨'에 亞 비상
쌀·설탕값 두배 뛰나
이상기후로 작황 부진 예상
비료가격 인상까지 겹악재
인도·베트남 등 농산물 수출 금지
인도네시아는 쌀 비축량 늘려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슈퍼엘니뇨’에 대비하고 있다. 적도 인근 태평양 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2.0도 이상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 각국에 가뭄을 비롯한 이상기후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올해 슈퍼엘니뇨는 1950년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농산물 가격 상승세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높다.
◇63% 확률로 ‘슈퍼엘니뇨’

미국 해양대기청(NOAA), 일본 기상청(JMA) 등은 지난 10일 전후로 엘니뇨 관측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2023~2024년 이후 2년 만이다. 엘니뇨는 대기 순환을 바꿔 동남아, 호주 등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가뭄·산불 위험을, 남미 연안에서는 폭우·홍수 위험을 높인다.
NOAA 기후예측센터는 이번 엘니뇨가 오는 11월부터 내년 1월 사이 역대급 강도로 발전할 확률을 63%로 내다봤다. 지구온난화로 따뜻해진 해수가 적도 태평양 수면 아래에 이례적으로 집중된 것과 서풍이 강해진 것이 주요 근거다.
이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은 슈퍼엘니뇨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 농업부는 23일 가뭄 대책을 논의했다. 이달 1일 이후 인도 전역의 몬순(우기) 강우량이 평년의 58%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국은 농민에게 콩류, 유채, 기장 등 재배 기간이 짧고 물이 적게 필요한 작물로 전환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달 13일에는 사탕수수 수확량 감소에 대비해 9월 말까지 설탕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1950년 이후 가장 강력한 2015~2016년 슈퍼엘니뇨로 심각한 피해를 본 동남아 국가도 긴장하고 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9%에 해당하는 161억달러(약 25조원) 규모 산불 피해를 겪었다. 베트남은 6억7400만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필리핀은 3억2700만달러의 농업 생산 손실을 봤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팜유 생산량이 약 13% 줄어 가격이 23%가량 상승했다.
인도네시아 농업부는 “고질라급 엘니뇨로 6개월간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식량 비축량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4월 초 기준 쌀은 440만t, 옥수수는 16만8000t까지 늘렸다. 필리핀은 벼 파종 시기를 앞당기거나 피해를 덜 받는 녹두 등으로 작물을 전환하는 방안을 내놨다. 강수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 인공 강우도 검토할 방침이다.
◇작황 부진, 동시다발 가능성
슈퍼엘니뇨가 현실화하면 세계 식량 공급 및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후 위험 분석 업체 리질리언스의 창업자 앤드루 코번은 “밀, 쌀, 옥수수, 대두 등 네 가지 작물은 세계 칼로리 소비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며 “전 지구적 엘니뇨가 발생하면 서로 다른 대륙에서 기상이변이 한꺼번에 일어나 작황 부진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코번은 핵심 원자재 전반에 10~50% 가격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엘니뇨에 취약한 쌀, 팜유, 사탕수수, 커피 등은 가격이 50~100% 또는 그 이상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도, 베트남, 태국 등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수출 금지에 나서면 관련 작물값이 세계적으로 급등한다.
호르무즈해협의 불확실성도 물가 충격을 더한다. 호르무즈해협이 통제되는 동안 비료로 사용되는 중동산 요소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 가격이 50%가량 떨어졌지만 올해 농산물 생산에는 적지 않은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온 상승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냉방 수요 확대를 예상한 것으로, 슈퍼엘니뇨가 에너지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은 여름철 전력 수요의 최고치가 전년 대비 약 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화력발전용 석탄을 30일분 이상 비축했으며, 4월까지 1억킬로와트(㎾) 규모 발전 설비도 새로 설치했다.
■ 엘니뇨
적도 부근 중부·동부 열대 태평양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올라가는 해수 온난화 현상. 페루 어민들이 크리스마스 무렵 나타나는 따뜻한 해류를 에스파냐어로 어린아이(아기 예수)를 뜻하는 ‘엘니뇨’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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