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목줄 풀고 우리집 댕댕이 신나게 뛰는 날"
개장식 갖고 이달 말부터 운영
대형·중소형견 이용공간 분리
배변 수거함 등 편의시설 갖춰
"성숙한 반려 문화 정착 계기"

"우리 강아지가 이렇게 마음껏 뛰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25일 오전 11시께 광주 서구 풍암생활체육공원. 출입문이 열리자 갈색 푸들 한 마리가 잔디 위를 힘껏 내달렸다. 뒤따르던 견주는 연신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고, 다른 반려견들도 하나둘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기 시작했다. 꼬리를 흔들며 서로의 냄새를 맡고, 공을 쫓아 달리는 모습에 견주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반려견이 목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광주 첫 공공 반려견 놀이터의 풍경이다.
숲속에 자리한 놀이터는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다. 총면적 864㎡ 규모의 공간은 대형견과 중·소형견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고, 그늘막과 휴게의자, 음수대, 배변수거함 등 편의시설도 곳곳에 마련됐다. 뛰어논 반려견들은 음수대로 향해 목을 축였고, 견주들은 그늘 아래 모여 반려견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반려견들의 표정이었다. 평소 목줄을 맨 채 짧은 산책만 하던 반려견들은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다른 반려견들과 어울렸다. 견주들도 오랜만에 목줄을 손에서 놓은 채 반려견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무안에서 왔다는 김지은(28)씨는 "SNS를 통해 광주에 공공 놀이터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왔다"며 "사설 운동장은 비용 부담이 있었는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반갑다"고 웃었다.
반려인들은 하나같이 "광주에도 꼭 필요했던 공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광주에는 올해 1월 기준 등록 반려동물이 8만5천77마리에 이른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그동안 반려견이 목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공공시설은 사실상 없었다. 일반 공원에서는 안전 문제와 비반려인 배려 등을 이유로 자유로운 활동이 어려웠고, 일부 사설 운동장을 제외하면 선택지도 많지 않았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광주 첫 공공 반려견 놀이터는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도시 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구는 이 공간 조성을 위해 사업비 2억4천만원을 투입했다. 단순히 시설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의견을 함께 반영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설명회와 설문조사를 실시해 다양한 의견도 수렴했다.
운영도 안전과 질서를 고려했다. 동물등록을 마친 반려견만 이용할 수 있으며, 서구청 홈페이지 통합예약시스템에서 이용 날짜와 시간을 예약한 뒤 QR코드와 본인 인증을 거쳐 입장하도록 했다. 대형견과 중·소형견 이용 공간을 분리해 안전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서구는 오는 27일 개장 기념행사를 연 뒤 30일부터 반려견 놀이터를 정식 운영한다.
전문가들은 공공 반려견 놀이터 확대가 반려동물 복지와 성숙한 반려문화 정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주 부천대학교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노는 활동은 반려견의 스트레스 해소와 사회성 발달, 문제행동 개선에 도움이 된다"며 "전국적으로도 반려견 놀이터는 수요에 비해 부족한 만큼 공공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인 인턴기자 youi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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