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서 폐지한 ‘마르크스경제학’ 시민 강의로 부활…첫 오프라인 수업 가보니

서울대학교가 과목 수요 부족을 이유로 폐지한 ‘마르크스경제학’ 강의가 학생들 주도의 시민 강의 형식으로 재개됐다. 강의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문적 다양성 차원에서 마르크스경제학 강의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83동 강의실에서 마르크스경제학 강좌인 ‘정치경제학입문’의 여름학기 첫 수업이 열렸다. 서울대가 지난해 12월 마르크스경제학 교과목을 공식 폐지한 후 오프라인에서 처음 진행된 ‘비공식’ 강의다. ‘서울대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 요구하는 학생들’(서마학) 주최로 열렸으며, 일반 시민들도 들을 수 있는 무료 시민 강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서울대 재학생 40여명을 포함해 155명이 수강 신청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강의는 과거 서울대에서 마르크스경제학 공식 과목을 가르친 강성윤 강사가 진행했다. 그는 자신을 서울대 경제학부 ‘전 강사’라고 소개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대학에서 수요가 공식 확인되는 게 못마땅했는지 아무런 설명이나 공지 없이 교과과정을 삭제했지만, 없는 과목이라고 해서 공부하는 내용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강의 개요를 설명하며 “마르크스경제학이 얼마나 끔찍해서 폐지해야 하는 과목인지 여러분이 직접 듣고 판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강의실에 모인 20여명의 학생들은 태블릿PC나 노트에 필기하며 강의를 들었다. 강의 중간중간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학생들은 “마르크스경제학에서 자본가의 노동은 어떻게 봐야 하나” “소설 <왕자와 거지>에 나오는 인물들이 자본주의 초기 열악한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는데, 노동자들의 실상은 어땠나” 등 질문을 던졌다.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대학 내 학문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타 대학교 재학생인 김민지씨(24)는 “다양한 학문을 알아가며 다양한 세상을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대학의 목적인데, 주류 학문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과목을 폐지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우연히 강의 포스터를 보고 수업에 들어왔다는 정진원씨(47)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류경제학의 반대에 있는 학문도 공부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강의를 왜 폐지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르크스경제학은 자본주의의 한계와 모순을 지적하며 ‘자본주의 다음의 사회’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평가된다.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세부 전공 분야 중 하나로 운영돼왔지만 2024년 2학기부터 “수요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식 강의가 개설되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12월 교과목에서 공식 폐지했다. 강 강사는 “교과 과정에 없는 강의이다 보니 학생들이 관심을 갖기 힘들어졌고, 과목에 대한 수요를 확인할 방법도 사라졌다”며 “학문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서마학이 주최하는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는 이날을 시작으로 다음달 30일까지 서울대 강의실에서 총 15회에 걸쳐 진행된다.

임주영 기자 z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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