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대신 선의 택한 소녀…‘슈퍼걸’이 완성한 히어로의 성장

연승 기자 2026. 6. 2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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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슈퍼걸’
악 처단 대신 다른 선택지 배워
기존 슈퍼히어로물과 차별화
영화 ‘슈퍼걸’의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슈퍼맨이 희망을, 원더우먼이 정의를 상징했다면 ‘슈퍼걸’은 선의를 이야기한다. 절대악을 무너뜨리는 영웅담보다 복수 앞에서도 끝내 선한 의지를 택하는 소녀의 성장에 주목하며, 선의가 또 다른 선의를 일깨울 수 있다는 믿음을 그려낸다. 악을 처단하는 쾌감보다는, 흔들리고 상처 많은 존재가 자신의 선함을 지켜내는 과정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기존 슈퍼히어로물과는 다른 결의 서사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영화는 크립톤 행성의 파괴로 가족을 잃은 카라 조엘(밀리 앨콕)이 부모의 원수를 쫓는 루시(이브 리들리)를 만나며 내적 성장을 하는 과정을 그린다. 삶의 의미를 잃은 채 술과 음악에 빠져 살던 카라는 처음부터 루시의 복수에 선뜻 동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해적단 우두머리 크렘(마티아스 쇼에나르츠)이 카라의 마지막 가족 같은 존재인 반려견 크립토에 독침을 쏘고, 72시간 안에 해독제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서 위험한 여정에 나선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중한 존재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카라는 그 과정에서 타인을 위해 손을 내미는 법을 배우고, 원수에게 복수를 하려는 루시를 설득하며 성장 서사를 만들어 간다.

영화 ‘슈퍼걸’의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슈퍼걸’의 서사는 칸트의 ‘선의지’를 떠올리게 한다. 결과나 보상 때문이 아니라 옳기에 선을 선택하려는 의지다. 영화는 악을 무너뜨리는 힘보다 복수의 유혹 앞에서도 끝내 생명과 선의를 택하는 선택에 주목한다. 결국 카라와 루시가 서로를 통해 복수 대신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배우는 과정은, 이 영화가 말하는 영웅성이 힘이 아니라 선택에 있음을 보여준다.

DC 스튜디오가 ‘슈퍼맨’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DC 유니버스 영화인 ‘슈퍼걸’은 성장 서사뿐 아니라 볼거리도 풍성하다. 레트로한 색감과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비주얼, 개성 넘치는 크리처, 히트 비전이 폭발하는 액션은 동화 같은 온기와 블록버스터의 쾌감을 더한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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