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울국제도서전 둘째날…뛰어야 산다, 굿즈![.txt]
오전에 굿즈 동난 부스들 적지 않아
정치인들 ‘평산책방’ 잇달아 방문

25일 오전 9시45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에 실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9시50분부터 관람객 입장이 시작되오니 참가사들은 입구를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곧 우다다다 뛰어들어오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마치 말발굽 소리처럼 위협적으로 들려왔다. 민음사 부스 앞이었다. 스태프들이 “사고 위험이 있으니 뛰지 말아주세요”라고 사람들에게 당부했다. 민음사에서는 서울국제도서전 기간 동안 귀여운 캐릭터를 그려 넣은 키링, 세계문학전집 표지를 담은 액정 클리너 등을 담은 가챠(캡슐 장난감)숍을 운영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세계문학전집을 손에 들고 줄을 섰다. 이한솔 민음사 편집자는 “전집 시리즈 중 500권째 출간된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가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출판사의 부스는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가장 접근하기 힘든, 가장 인기 있는 장소가 되었다. 인기 북튜버로 ‘유퀴즈온더블록’에 출연까지 한 김민경 편집자는 부스에 아예 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둘째날에도 각 출판사와 서점 등이 준비한 ‘굿즈’가 오전에 동났다. 12년 만에 서울국제도서전에 부스를 만든 교보문고는 하루 100개 교보문고 표지석 캔들을 판매했지만 오전에 곧장 품절됐다. 귤프레스의 수신지 작가는 “도서전 때 발간하려고 부랴부랴 마감했다”며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7권을 들고 도서전에 참여했다. ‘1등 양말’과 티셔츠, 모자 등을 도서전 기념 굿즈로 제작했고 일부 모자와 티셔츠 등도 곧 품절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행사장에 굿즈가 너무 많다지만, 책을 즐기는 방법으로 이미 자리 잡은 분위기였다. 굿즈가 책이고, 책이 곧 굿즈였다.

2030세대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활발하게 도서전을 즐겼다. 전날에 이어 고프로 등 디지털 장비를 들고 도서전을 찾은 젊은 세대들이 많았다. 유엑스(UX)디자이너로 일하는 방민아(33)씨는 “휴가 기간이어서 이틀째 참석했다”고 말했다. 디지털카메라로 도서전 풍경을 담고 있던 그는 “종교 서적과 최재천 교수의 책 등을 돌아봤고, 어제 사람이 너무 많아 오늘 다시 와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려고 찍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인스타그램 여러 피드에 도서전 첫날 오픈런 체험기, 필수 준비물, 각 출판사 부스 소개 등 각종 체험기가 연이어 올라왔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한 30대 여성 독자는 “친구와 둘이 와서 친구는 민음사에 줄을 서고, 나는 도서전 한정판 위픽 시리즈를 사려고 친구 몫까지 같이 들고 줄을 섰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몰리자, 정치인들도 적극적으로 도서전을 찾는 모양새다. 전날인 서울국제도서전 첫째날에는 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평산책방과 돌베개 콜라보 부스에 들렀다. 문 전 대통령과 정 전 대표가 함께 찍힌 사진은 25일 아침 거의 모든 일간지를 장식했다. 평산 책방은 둘째날 오후 2시에도 유시민 작가가 참여하는 북토크를 열었다.
정치인들의 도서전 방문이 드문 일은 아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도 유명 정치인들이 나와 독자를 직접 만나고 토크 행사를 열기도 한다. 대만의 타이베이도서전에는 대통령이 방문해 오랜 시간 머무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책이 아닌 정치인들에 시선이 집중되자, 출판인들 사이에선 “밤새워 부스를 만들고 준비했는데, 정치인들이 도서전을 이용하려는 게 눈에 보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치인을 둘러싼 부산스러움에도 출판사들은 각자의 색깔대로 독자에게 자신들이 만든 책을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출판사 난다 부스에서는 고명재 시인의 사인회가 열렸다. 다수의 관람객은 얼마 전 출간된 허수경 시인의 책을 손에 들고 계산을 기다렸다. 난다 대표인 김민정 시인은 “허수경 시인의 정말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 시인은 난다 티셔츠를 입고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유명 작가, 시인들이 스태프가 되어 함께 일하고 있었다.

행사장 한 편에 마련된 강연장에서는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아깝다, 이 책’으로 선정된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2022)의 작가들이 대담을 진행했다. 유아차를 끌고 온 관람객 등 다수의 여성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김나영 문학평론가는 “목을 가누지 못한 신생아를 두고 산후조리원에서 마감을 했다”고 했고, 김이설 소설가는 “글 쓰는 여성 작가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선배들은 말하지 않아 기혼 유자녀 여성의 위치에서 말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박혜진 다람출판사 대표는 “보석 같은 책이 재발견돼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좀 더 많은 사람이 읽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보적인 인문·사회과학서를 많이 내는 출판사 동녘은 평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장애인 이동 지원을 하고 있다. 이정신 편집장은 “굿즈를 제작하지 않는 대신 책이 잘 보이도록 하고, 휠체어가 잘 드나들 수 있도록 통로를 넓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책마당에서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대담이 열렸다. 그의 인기만큼 행사장 가득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한편, 26일 금요일 오전 11시30분 책마당에서는 소설가 정세랑과 박상영의 합동 북토크, 오후 5시 책만남홀 2에서는 서제인과 이주혜 두 번역가의 리디아 데이비스 이야기 등 공식 행사가 이어진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 그 외 ‘2026 서울국제도서전’ 현장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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