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은퇴 70살로 늦추고 시간제 혜택 폐지 연금개혁안 발표…노동·산업계 반발

독일이 은퇴 연령을 70살로 늦추고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인 ‘미니잡’의 연금 납부 면제 혜택을 폐지하는 등 대대적인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독일 제조 산업의 부진에 따른 저성장과 고령화가 겹친 구조적 위기 속에서 정부는 “불가피한 개혁”이라며 속도를 올리지만, 노동계와 산업계가 동시에 반발하는 상황이다.
독일 연금개혁전문가위원회가 23일(현지시각) 발표한 연금 개혁 관련 최종 보고서에 담긴 33개 조항 중 현재 법정 67살인 은퇴연령 연장과 조기 은퇴제도 폐지 방침 등이 갈등의 최전선에 올랐다. 위원회 권고안은 기대수명 증가 추세를 반영해 2032년부터 10년마다 은퇴연령을 6개월씩 단계적으로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은퇴연령이 2041년에 67.5살, 2051년 68살, 2091년 70살이 된다는 의미다. 45년간 기금을 낸 사람에 한해 감액 없는 연금 수령이 가능했던 63살 조기 은퇴 혜택도 폐지된다.
좌파당은 “현실을 무시한 가혹한 연금 삭감”이라고 반발했다. 독일 최대 복지연합 베레나 벤텔레(VdK) 회장은 “기대수명은 소득과 직업에 따라 다르다. 건설 노동자, 돌봄 서비스 종사자 등 육체적 강도가 높은 저소득층의 평균 수명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공평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선은 노동시장 유연화의 핵심축이었던 ‘미니잡’ 관련 제안이다. 미니잡은 월 603유로(105만원) 미만을 받는 시간제 일자리로, 현재 독일에서 약 680만명이 종사하고 있다. 소득세와 건강·실업 보험이 면제되며 연금 기금을 낼 의무가 없다. 이에 은퇴 뒤 연금 수령액이 적어 노후 빈곤에 처할 수 있으며, 종사자의 절반 가까이 되는 주부들을 시간제 일자리에 묶어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위원회는 미니잡 연금기금 면제 혜택 등을 폐지해 기금 기여자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이를 사실상 미니잡 폐지로 보고 찬성하지만 경제계와 자영업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요식업계나 사설학원 등 미니잡 의존도가 높은 곳은 불법 고용이 늘거나 소상공인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미래 세대를 위해 “불가피한 조처”라고 강조하며, 다음 달까지 법안 통과를 목표로 제시했다. 세대별 반응은 상반된다. 20대인 이벨리나 스니케레는 “개혁이 미래 세대의 희생을 담보로 이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프랑크푸르트 고용지원센터 직원 세바스티안 스테거르트(55)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크게 반대하지 않고 동의한다. 내게 직접적 피해는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공영방송 체데에프(ZDF)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의 87%가 개혁 시급성에는 동의했지만 개혁으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겠다고 한 비율은 25%였다. 독일 유력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개혁 없이는 독일은 계속 추락하는 나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사회적 합의를 촉구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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