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태로 드러난 TK의원들의 현주소

박형남 기자 2026. 6. 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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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선 의원을 비롯한 대구-경북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광주·전남권 제2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구·경북(TK) 정치권을 향한 지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역 현안 등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충청·호남 정치권의 부단한 움직임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대이동이 전망되는 가운데 정작 TK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25일 오전 TK의원들이 국회에서 광주·전남권 제2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반도체 산업은 정치적 논리가 아닌 경제성과 산업 논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세계 각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반도체 패권 경쟁에 나서는 상황에서 대한민국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린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과 기업, 그리고 국가 경쟁력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면서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된 모든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치적 영향력 개입 없이 산업 경쟁력과 경제성 원칙에 따라 추진해달라고 촉구했다. 각 지역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지역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모처럼 TK 의원들이 뭉쳐 한목소리를 냈지만 ‘뒷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않았고, 뭉쳐야 할 때 뭉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에 수백조원대 반도체 시설 구축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23일 전해진 뒤 지역의 시선은 TK정치권에 쏠렸다. 그나마 권영진(대구 달서병) 의원이 “이재명 정권의 노골적인 호남 퍼주기”라며 목소리를 냈을 뿐 다른 의원들은 사태를 관망하거나 침묵하는 태도를 보였다. 사업이 거론되는 정도일 뿐 대처할 단계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같은 관점은 지역민들과 큰 온도차를 보였다. 지역민들은 당장 지역 산업과 미래 먹거리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지역민을 대변하고 목소리를 내야 할 정치인들이 별다른 언행을 하지 않으면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민심을 위해 움직여야 할 지역 의원들이 뒷짐만 지고 있는 상태다. 사업 추진이 거론되는 단계는 맞지만 현실화되면 그때는 정말 늦는 것”이라며 “특히 현재 호남권에 몰리는 반도체 산업 현안과 관련해서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되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에서 TK는 소외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는 상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TK정치권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충청·호남권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TK정치권은 TK통합신공항, TK행정통합 등 지역 주요 현안들을 두고도 국가전략산업 유치 전략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특히 반도체 투자와 같은 초대형 산업이 호남권으로 흘러가는 양상에서 지역 정치권이 뭉쳐 공동대응하는 모습도 전혀 볼 수 없었다.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TK정치인들의 지금까지 행보에 대한 비판도 불거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였던 TK행정통합 사례를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TK의원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정부와 여당에 TK행정통합 추진 무산이라는 빌미를 제공했다. 그 사이 호남권은 똘똘 뭉쳐 전남광주통합특별시로 통합했고,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약속받았다.  

반도체 투자도 꼭 닮은 모습이다. 똘똘 뭉친 다른 지역 정치권과 달리 TK정치권은 하나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국회 원 구성에 있어서도 TK지역 의원들은 정무위원회 등 특정 상임위만 희망하면서 총선을 향한 전략적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심지어 지역의원들 1순위 희망이 그대로 반영될 시 국가예산반영, 지역 현안을 챙길 수 있는 상임위에는 지역 의원이 없게 된다. ‘지역을 위해 열심히 움직인다’ ‘진짜 보수정치를 한다’는 말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자기 살 길만 찾고 있다’는 비판만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원인을 ‘공천=당선’이라는 TK의 정치적 구조에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 TK지역에서는 공천받는 이가 당선되는 공식이 이어져 왔고, 이에 지역 정치권의 ‘정치다운 정치’가 실종됐다는 평가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대구시장 경선 때만 해도 장동혁 대표 퇴진에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이 지금은 침묵하고 있다”며 “각자도생에만 급급하면서 지역 정치권으로서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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