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정부안 없다” 김민석 발표에…자문위원들 “당대표 욕심에 책임 포기, 수많은 노력 물거품”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검찰개혁추진단이 마련한 검찰개혁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추진단 자문위원들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김 총리가 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승리하려는 정치적 욕심 때문에 총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자문위원은 이날 김 총리에 대해 “오로지 당대표가 되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해 준비한 법안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무책임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총리 산하에 지난해 10월 설치된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에는 교수, 변호사, 연구자 등이 참여했다.
A자문위원은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강행하는데, 제도가 잘못되면 자기네들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보지 않느냐”며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한 정당 선거에 묶여 버렸다”고 했다.
B자문위원은 “입법의 최종 책임은 국회에 있지만 김 총리는 국회에 정직하게 조언해야 하는 직업공무원의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구체적 입법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B자문위원은 “입법부가 현실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형사사법제도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입법을 강행하려 한다면 행정부가 경고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그렇게 수많은 인식조사, 공청회, 토론회를 하고 예산과 인력을 들여서 했던 일을 아무 정리 없이 끝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민주당 대표 선거 때문에 국회 논의에서 강경론만 득세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위 간부 C검사는 “어떤 정부안이든 제출이 됐다면 각 조항에 대한 토론과 검토가 이뤄졌을 텐데, 이제 소수 강경파가 주관한 괴물 같은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매우 당혹스럽고 두렵다”고 말했다.
D차장검사는 “민주당은 이미 ‘검사는 악’이라고 규정했는데, 정부가 수사 공백을 보정하는 어떤 대안을 내더라도 받아주지 않았을 것 같다”면서도 “검찰 입장에선 끝까지 합리적 대안 제시에 노력해야 어떤 형식이든 기록이 남고 향후 제도 개선에 반영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선 체념론도 나온다. E부장검사는 “일선 검사들은 이미 보완수사권에 관심이 떠난 지 오래이고 각자 자기 살길을 찾고 있다”며 “지금도 수사가 제대로 안 돼서 애타는 국민이 많지만 국회에선 별로 신경을 안 쓰지 않느냐”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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