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소재로 눈 돌리는 석화업계…고부가 전환 급가속

장애리 기자 2026. 6. 2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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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15조 R&D·롯데 반도체 소재 투자…첨단소재로 체질 개선
중국발 공급과잉에 범용 제품 수익성 한계…신사업 전환 압박 커져
고부가 소재 확대와 NCC 구조개편 병행 …“생존 과제”
ChatGPT(DALL·E) 제작 관련 이미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고부가 전환 전략이 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 소재와 전자소재를 중심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범용 제품 수익성 악화로 나프타분해시설(NCC) 중심의 기존 성장 공식이 흔들리면서, 스페셜티 소재 투자 방향이 진화하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화사들은 기초유분 대량 생산 중심의 사업 비중을 낮추는 대신, 반도체 패키징, AI 데이터센터용 기판 소재 등 고기능성 소재 영역으로 투자 방향을 틀고 있다.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공급망 진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다지겠다는 그림이다.

우선 LG화학은 수익성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전통 석유화학 사업에 새로운 방향타를 잡았다. 김동춘 사장은 최근 타운홀 미팅에서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를 미래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LG화학은 오는 2035년까지 R&D에 15조원을 투입하고, 이 중 70%인 10조원 이상을 신소재 산업 육성에 배정한다. 이미 사장 직속 신사업 개발 조직도 신설했다.

타깃은 AI 반도체 확산으로 급팽창하는 후공정 소재다. 감광성 절연재(PID), 칩 접착 필름(DAF), 동박적층판(CCL) 등 기존 핵심 소재 경쟁력 강화와 함께 패키징용 접착제, 저유전 소재, 열관리 소재, 유리기판 등 차세대 고부가 제품 개발에 나선다. 이를 통해 지난해 1조원 대 전자소재 사업 규모를 2030년 2조원으로 키우고, 회사 전체 영업이익률도 두 자릿수를 노린다.

롯데그룹 화학군도 전자소재 투자에 치중한다. 계열사 한덕화학은 최근 경기 평택 포승지구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현상액(TMAH) 생산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TMAH는 반도체 공정에서 미세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데 쓰이는 핵심 화학소재로, 첨단 공정일수록 높은 순도와 품질 안정성이 요구된다. 내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해당 공장은 완공 시 고순도 전자소재 국산화율을 높이는 동시에,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를 전자소재 등 스페셜티 영역으로 넓히는 축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HD현대케미칼과 대산 NCC 통합을 추진하는 등 범용 설비 효율화도 병행한다. 정부가 승인한 대산 1호 사업재편계획에 따라 양사는 NCC와 다운스트림 설비를 통합 운영하고, 중복·저수익 설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꾼다.

이와 함께 기초화학 소재를 고부가 수요처와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가성소다 등 기초화학 소재를 태양광·첨단소재 밸류체인과 연계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고부가 전환은 중장기 과제인 만큼 당장 실적을 떠받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소재 투자가 미래 먹거리라면, 범용 설비 구조조정은 당장의 생존 과제”라며 “노후 설비 효율화와 자율 감산이 동시에 이뤄져야 실질적인 체질 개선이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