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경험·직관의 시대는 끝났다“…부동산 개발업계, AI·인구 변화 맞춘 ‘데이터 혁신’ 시동

김선호 기자 2026. 6. 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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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를 진행하는 김한모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김선호 기자)

현장의 경험, 그리고 직관에만 주로 의존해 오던 전통적인 부동산 개발 산업이 인공지능(AI) 혁명과 초고령사회 진입을 맞아 ‘데이터 기반 기술 산업’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25일 공식 출범한 부동산개발업계 최초의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KREDII)’은 첫 공식 행사인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전통적 개발 방식 탈피와 산업 고도화를 화두로 던졌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합계출산율 저하와 1인 가구 급증,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단순 ‘인구 증가를 전제로 한 공급 확대’ 사업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업계의 냉정한 진단이 내려졌다. 인구 구조의 변화가 공간의 총량 수요 자체와 시장의 전제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첫 발제자로 나선 이진 KREDII 연구위원은 “AI 대전환이 입지 판단, 수요 분석, 사업성 검토 등 지식 노동의 의사결정 주기를 기존 주 단위에서 분 단위로 대폭 단축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이 분석과 예측 영역으로 비정형적으로 확장되면서 디벨로퍼에게도 AI 활용 역량이 생존 조건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의사결정 축은 이제 ‘무엇을 지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수요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분양 시점의 단기적 수요만 볼 것이 아니라, 향후 10~20년 유지 전환 수요까지 예측하는 정밀한 데이터 결합과 단순 건축물을 넘어서는 스마트 자산화가 미래 디벨로퍼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인 미래 공간 해법으로는 데이터센터, 첨단산업단지, 스마트시티 등 신성장 산업 공간의 선제적 공급과 유유시설 재편을 통한 기존 도시의 성능 개선을 제시했다.

1주제 발표를 맡아 진행한 이진 KREDII 연구위원. (김선호 기자)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경기 의존형 분양 상품에 치중된 국내 건설·개발 산업의 취약성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허 연구위원은 “현재 주거용에 지나치게 편중된 구조는 경기 변동에 취약해 미분양 리스크를 반복해서 낳고 있다”며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기술만 단순히 얹는 불완전한 활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글의 토론토 스마트시티(페이사이드) 프로젝트 무산 사례와 맨해튼 스타이브센트 타운의 부실화 사례를 통해 기술 만능주의와 자본의 논리만으로는 사회적·제도적 장벽을 넘을 수 없음을 실증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미국과 일본의 선진 사례를 들며, 공중권과 개발권이양제도 같은 ‘제도적 기반’, 비용을 통제하는 모듈러 공법 등의 ‘고도화된 기술력’, 리스크와 수익을 정밀하게 배분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삼위일체 균형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분양형 사업에서 벗어나 기획부터 시공, 임대관리, 매각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와 임대형 포트폴리오의 확충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발제가 마무리된 후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이상영 명지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했다. (김선호 기자)

마지막 발제를 맡은 신동수 한국리츠협회 연구원장(리츠연구원장)은 부동산 금융을 비생산적 자금 쏠림으로만 규정하는 금융 당국의 시각에 적극적인 논리적 반박을 펼쳤다. 신 원장은 “해외 선진국들은 부동산 금융, 특히 리츠(REITs)를 주거 공급 부족 대응과 국민 자산 형성의 핵심적인 생산적 금융 수단으로 유연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자산매각 이익의 사내유보 허용, 유상증자 절차 간소화, 대기업집단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빗장을 풀고 금융의 질적 전환을 유도해야 산업 고도화가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이상영 명지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은 패널 토론에서는 민·관·학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데이터 기반 혁신과 이를 뒷받침할 정책 대안의 실행 가능성을 치열하게 검토했다. 토론에는 김대건 리건그룹 회장(한국디벨로퍼협회 수석부회장), 박민용 삼성물산 본부장, 노현균 투게더투자운용 대표, 김지엽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업계와 학계를 대변했다.

김승배 KREDII 초대 원장은 “지금 우리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이제 경험과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정교하고 신뢰도 높은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객관적인 연구와 정책 언어로 전환해 산업의 전문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25일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개최된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KREDII) 설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김선호 기자)

김선호 기자 okcompu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