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면 작성도 이제는 AI로”… 로스쿨생 첫 AI 경진대회 가보니

김우영 기자 2026. 6. 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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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로스쿨 AI 챌린지’ 현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지난 24일 오전 10시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로스쿨 AI 챌린지’ 현장. 대회 시작을 알리는 안내가 끝나자 로스쿨생 400여 명으로 구성된 148개 참가 팀이 곧바로 문제 풀이에 들어갔다. 각 팀에 배포된 USB에는 로펌들이 출제한 사례형 문제 6개 중 1개가 무작위로 담겨 있었다.

로스쿨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AI 경진 대회가 국내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로앤컴퍼니, 엘박스, 법률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김앤장·광장·세종·율촌·태평양·화우·디엘지 등 로펌이 후원기관으로 참여했다. 주최 측은 법조 실무 전반에 AI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는 상황에서 예비 법조인의 AI 활용 역량과 법적 추론 능력을 함께 평가하기 위해 대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AI로 수사 기록 분석… “그대로 베끼면 0점”

6월 24일 ‘로스쿨 AI 챌린지’ 본선에 출제된 문제 일부. /로스쿨 AI 챌린지 홈페이지 캡처

이날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문제 중 하나는 인공지능(AI) 자율 주행 시스템이 탑재된 자동차를 운전하다 교통 사망 사고를 낸 의뢰인을 변호하는 과제였다.

참가자들은 슈퍼로이어, 엘박스, 아이렉스 등 법률 AI를 활용해 수사기관이 작성한 수사 보고서와 감정서, 피의자 신문 조서 등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의뢰인에게 적용될 혐의를 도출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에 대한 불기소 의견서를 작성해야 했다.

주어진 시간은 3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최종 답안과 함께 AI 활용 내역서도 제출했다.

참가자들은 AI 활용 내역서에는 문제 분석과 수행 절차, AI 도구별 실제 활용 내역, AI 답변 검증 항목 등을 적어야 했다. AI 결과물을 검토 없이 그대로 제출하면 AI 활용 전략 영역에서 0점 처리되는 방식이었다. 법률 지식뿐 아니라 AI가 제시한 결과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검증하는 능력까지 평가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로스쿨생들은 법조 실무에 AI를 활용하는 게 이미 익숙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참가자는 “평소 학교에서도 판례 분석에 AI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회 방식이 낯설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요즘 로스쿨생들은 AI 사용이 익숙하기 때문에 답안 완성도는 기본이고, 어떤 프롬프트를 사용했는지가 평가의 핵심 요소였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사고부터 건설 분쟁까지…6대 로펌이 문제 출제

참가자들이 받은 또 다른 문제는 건설도급계약상 하자보수 손해배상 사건이었다. 1심 판결문과 의뢰인 측 면담 녹취록, 1심 증인신문조서 등이 제공됐다. 참가자들은 18억72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시공사의 변호인으로서 항소이유서를 작성해야 했다. 1심 판결의 사실 인정과 법리 적용 오류를 분석하고, 손해배상액 감액 논거도 제시해야 했다.

이날 본선 문제는 후원사로 참여한 6대 로펌이 하나씩 출제했다. 평가도 각 문제를 출제한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맡는다. 단순히 AI가 뽑아준 내용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쟁점 간 관계를 정확히 잡아낸 답안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6월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로스쿨 AI 챌린지’ 현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법조 실무 바꾸는 AI…예비 법조인도 ‘검증 능력’ 경쟁

최근 법조계에서는 AI 등장으로 법조인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약서 검토, 판례 검색, 서면 초안 작성 등 법률 실무에 AI가 빠르게 도입되면서 예비 법조인에게도 AI 활용과 검증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법률 AI 시장 성장과도 맞물려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CMI는 지난해 세계 리걸테크 시장 규모를 292억달러(약 44조원)로 추정했다.

법률 AI 에이렉스 개발사인 A2D2의 장일준 대표는 “법률 AI의 정확도가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면서 “많은 로펌이 실무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로스쿨 AI 챌린지 결선은 오는 26일 열린다. 이날 본선에 참가한 148팀 중 선발된 12팀만 결선에 참가한다. 최우수 1팀과 우수 3팀에는 총 31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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