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지지층서 ‘반이스라엘’ 돌풍…중간선거 변수 되나

미국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던 이스라엘 문제가 극적인 반전을 보이고 있다. 뉴욕시의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반이스라엘’ 입장이 당락을 가르는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23일(현지시각) 치러진 민주당의 뉴욕시 연방 하원의원 예비선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 주민 권리를 지지하는 후보 3명이 친이스라엘 성향의 현역 의원 등을 꺾고 승리했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의 공개 지지를 받은 이들 후보는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을 지지한 미국의 대외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는 등 이스라엘 문제를 주요하게 내세웠다.
뉴욕은 미국에서 유대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로 이들의 영향력이 큰 곳이다. 그동안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에게 친이스라엘 및 친유대인 입장은 당선에 필수적이었는데, 반이스라엘 입장이 당선의 원동력으로 바뀐 것이다.
맘다니의 측근인 브래드 랜더(56) 전 뉴욕시 감사관은 브루클린과 맨해튼 남부의 제10선거구에서 30% 차이로 대니얼 골드먼 현역 의원을 꺾었다. 골드먼은 미국 대표적인 유대계 회사인 청바지 회사 리바이스의 상속자이며 유대인으로 친이스라엘 성향이다.
브롱크스·어퍼맨해튼의 13선거구에서 5선의 아드리아노 에스파이야트 의원을 꺾은 신예 대리얼리자 아빌라 셔발리에는 가자 전쟁 때 반이스라엘 시위의 진원지였던 컬럼비아대에서 시위를 주도한 활동가 출신이다. 퀸스·브루클린 7선거구에서 승리한 클레어 밸디스 후보는 뉴욕 주의원 출신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강력히 비난해왔다.
이 세 후보의 당선은 미국 정치권 내 이스라엘 및 유대인의 영향력과 위상의 극적인 변화를 상징한다.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은 전미총기협회(NRA)와 함께 미국 정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 위원회는 친이스라엘 인사 지원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후보 낙선 운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친이스라엘 성향의 5선 의원 에스파이야트가 이 단체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음에도 반이스라엘 시위의 상징인 셔발리에에게 패배했다.
이스라엘의 로비와 유대인 영향력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에스파이야트와 골드먼 의원은 이 단체의 기부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진보층 유권자의 거세 비판을 받았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이 단체 자금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 4월 퓨리서치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 성인의 60%는 이스라엘에 비호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53%였다. 특히 민주당 성향 시민 사이에서 이스라엘에 비판적 견해를 가진 이는 80%에 달했다.
유대인 공동체 내에서도 반이스라엘 입장이 뚜렷하게 늘고 있다. 당선된 랜더 후보는 유대인으로서 이번 선거에서 강력한 반이스라엘-친팔레스타인 의제를 내세웠다. 그는 당선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 대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정책은 “우리를 대량학살의 공모자로 만든 재앙적 실수”라며 “우리는 네타냐후의 전쟁에 계속 우리의 세금을 지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유권자들은 이를 더 크고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적인 유대인 단체들도 세 후보의 이번 선거에 적극 개입했다. 대표적인 반이스라엘 유대인 단체인 ‘평화적 행동을 위한 유대인 목소리’의 정치국장인 베스 밀러는 뉴욕타임스에 “오늘 밤 친팔레스타인이 뉴욕시를 석권했다”며 “민주당 주류들은 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맘다니 시장과 랜더 후보를 지지해온 진보적인 유대인 단체인 ‘인종 및 경제 정의를 위한 유대인’은 “이번 예비선거는 민주당과 유대인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싸움”이라며 “이번 싸움은 현실과 동떨어진 기성 정치 세력과 모든 사람의 존엄에 기반한 우리 공동체에 대한 진정한 비전을 가진 유대인 좌파 사이의 싸움이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에서 반이스라엘 의제의 부각은 미국 정치권 전체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대인의 70%는 민주당 성향이다. 반이스라엘 후보들의 등장은 유대인들의 민주당 이탈을 야기하고, 유대인의 막강한 정치자금을 공화당 쪽으로 쏠리게 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유대인의 민주당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고, 진보층의 민주당 결집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는 반론도 크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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