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추적]제주항공 참사 1년 반, 유족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 이유는?
사고조사위, 반년째 위원장 공석
검찰은 조사 결과 기다리며 손 놔

이날 시위에 나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 모임의 이름은 '총체적 부실에 대한 특별법 개정 및 국가위로금 추진 결사(총특위추)'로 무척 길다. 이 긴 이름엔 지난 1년 반 동안 이들이 겪은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부 조사를 신뢰하기 힘든 현실, 유족들의 불신 속에 지지부진하기만 한 조사,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 그리고 점점 지쳐가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유족들….
총특위추의 천병헌 공동대표는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6개월이 지나면서 유족들의 정신적 피해가 심각하다"며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쓰러지거나 세상을 떠난 분도 있다. 저희 부모님 역시 사고 이후 치매 증상과 저혈당 쇼크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천 공동대표는 제주항공 참사 당시 형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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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문제가 된 것은 항철위의 공정성 논란이었다. 국토교통부 산하 기구인 항철위는 전직 국토부 관료가 조사위원장을, 현직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사실상 국토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이 위원회가 국토부를 상대로 객관적인 조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게 첫 번째 의구심이었다.
유족들의 의구심은 불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7월 항철위는 비행기가 조류와 충돌한 직후 조종사가 손상이 큰 우측 엔진이 아닌 좌측 엔진을 끈 정황을 사고의 주요 원인을 발표하려 했다. 그러자 유족들은 국토부 책임을 축소하고 조종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중간 조사 결과 발표는 없던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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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독립기구화된 항철위는 반년 가까이 위원장 선임을 못하고 있다. 항철위 관계자는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위원장 결격 사유가 엄격해졌다"며 "특히 최근 3년 이내에 국토부의 용역 연구를 한 적 없어야 하는데, 항공 조사 분야에서 유능한 분들 중에 그런 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실 조사는 거의 다 됐고, 분석 평가가 남은 상황인데, 블랙박스 내용 중 마지막 4분 7초가 없어서 분석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항철위 안팎에선 위원장이 없는 상태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어렵고, 이제 와서 위원장을 새로 선임해 조사 결과를 발표해도 유족들의 불신을 해소하긴 힘들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아 취임하면 제주항공 참사 조사와 관련해 유족들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첫 번째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가영 기자 2ka0@sidae.com 유찬우 기자 coldmilk99@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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