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가지 않아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으려면

비화 2026. 6. 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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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밖 인터뷰] 소규모 사업장 육아휴직의 구조적 장벽 연구한 양은선

[연구 소개] 양은선의 논문 「작동하지 않는 권리들: 소기업의 일·가정양립 지원제도 사용의 젠더 편중」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이용이 어떻게 조건화되고 제한되는지 밝힌 연구다.

▲ 육아휴직 기간, 아이와 함께 공원 산책에 나선 양은선 연구자의 모습. 석사 논문으로 「작동하지 않는 권리들: 소기업의 일·가정양립 지원제도 사용의 젠더 편중」(성공회대 시민평화대학원 실천여성학전공, 2026)을 썼다. (양은선 제공)

육아휴직 이용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구조의 문제

왜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를 잘 쓸 수 없는가?

 

-먼저, 해당 연구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노무법인에서 일한 지 15년 됐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인 2020년에 아이가 태어났어요. 대표님도 여성학을 전공하시고 육아휴직 관련해서 이해가 높은 노동환경 안에서 저는 육아휴직과 육아기 단축 근로를 할 수 있었어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죠. 지금도 회사에서 제도와 별개로 자체적으로 아이 돌봄의 시간을 더 보장해주셔서 일부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요.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데리러 오려면 짝꿍과 제가 서로 쓸 수 있는 제도를 모두 이용해도 부족한데, 그래도 제가 이런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서 다행이죠. 심지어 대표님이 아이 돌봄에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먼저 제안해 주셨고요.

근데 저의 경험과 달리, 제가 노무법인에서 일하면서 마주한 사업장, 특히 소규모 사업장들의 현실은 너무 다른 거예요. 어느 사업장의 관리자는 직원이 임신을 계획하고 있고 육아휴직을 쓸 것 같아서 미리 해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묻기도 하고요. 남자도 육아휴직을 보내야 하나 이런 질문들이 계속 들어오더라구요. 성별에 따라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제도에 대한 반응이 다른 것을 보면서, 그리고 소규모 사업장 관리자들의 인식 수준을 접하면서 이 문제를 논문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보장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불이익을 주려는 사업주나 관리자들에게 어떻게 안내를 하시나요?

“법에서 지켜야 할 것은 제대로 지키도록 안내하죠. 대신 부담스러워하는 사업장에 지원금 같은 것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요. 유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공백을 이용하거나 우회하려는 시도도 당연히 있겠지만, 그래서 제도가 촘촘해야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최근에 육아휴직 쓴 직원의 업무를 분담하는 동료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제도(업무분담자 지정에 대한 고용안정장려금)가 생겼잖아요. 취지도 좋고 방향성도 좋다고 봐요. 다만,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뽑지 않는 이상, 동료들이 해야 하는 업무에 비해 지원금이 너무 미미하죠. 한 사람의 업무를 오롯이 대체하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 업무의 양도 양이지만 업무를 맡는다는 건 그 일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오는 것인데 그게 과연 10만 원 이런 정도로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요.”

 

-논문에서 “제도에 접근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근로자의 개인적 의지나 선택 이전에 사업장 규모에 의해 구조적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부분도 사업장 규모에 따라 대체인력 충원 등의 조건이 다르기도 할 것 같네요.

“소규모 사업장은 규모가 큰 곳과 달리 업무분장이 촘촘히 되어있지 않거나, 한 사람이 이것저것 다 해야 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데 많은 걸 담당하던 사람이 부재할 때, 대체인력이 잘 구해지지도 않지만 대체인력이 그 공백을 메꾸는 데에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육아휴직을 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눈치 같은 것들이 작용하는 거죠. 소규모 사업장의 제도 이용은 결국 구조 문제인 거죠.”

▲ 기업규모별 육아휴직 사용률. 기업의 규모에 따라서, 성별에 따라서 눈에 띄게 차이를 보인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육아휴직 통계」 2015~2023. 2015년부터 2023년까지 기업체 규모별 출생아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률 변화를 선형회귀 기울기로 정리하였다. 선형회귀 기울기란 일정기간 동안의 변화 추세를 수치화한 지표로, 값이 클수록 사용률이 빠르게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대기업 가지 그랬냐는 말이 미래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데요.

“모두 다 대기업에 갈 수도 없고 갈 필요도 없죠. 사회가 대기업만으로 이루어져서 돌아갈 수 없으니까요. 소기업도 있고 소상공인도 있고 자영업자도 있어야죠. 다 각자의 자리에서 누구나 제도가 보장하는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하고요. 왜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를 잘 쓸 수 없는지 질문이 필요한 것이고요.”

 

-소규모 사업장에서 왜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가 잘 쓰이지 못하는가를 추적하면, 거꾸로 소규모 사업장에 뭐가 필요한지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네요. 당장 큰 규모 사업장과 같은 시스템이나 자본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쉽지 않은데요. 결국엔 경영진, 관리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부담스럽겠지만 일단 법에서 노동자에게 보장하고 있는 것을 지켜야 하겠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를 잘 인지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죠. 말 한마디라도 ‘육아휴직 갈 수 있다’, ‘쓰면 된다’ 이야기할 수도 있고요.

정부의 지원금의 경우에도 소규모 사업장에서 육아휴직 제도 이용을 촉진할 수 있도록 처음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 고안하거나, 동료들에게 분배되는 지원도 더 커져서 회사도 동료도 좀더 으쌰으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든지,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직원이 육아휴직 해도 사업주가 질 부담이 너무 크지 않아야”

소규모 사업장 갖출 수 없는 인프라를 정부·지자체가 적극 지원해줬으면

 

-요즘엔 비혼이나 1인 가구가 많고, 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퀴어 커플이나 다양한 가족형태도 있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육아휴직 같은 제도 이용에 따른 업무 부담을 왜 내가 져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 동료가 나를 위해 부담을 나눠 가질 것이라는 기대나 신뢰가 낮거나, 전반적으로 돌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돌봄에 필요한 부담을 모두가 나눠 가지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에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저의 경우, 저의 대체인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동료들이 일을 분담했어요. 소기업이다 보니 휴직 중이었지만 일은 했어요. 소기업일수록, 연차가 오래될수록 휴직이어도 나만 알고 있고 오래 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애 재우고 밤에 일하고. 뭐 근데 그게 되게 불편하거나 휴직 기간인데 내가 왜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기보단 내가 휴직을 함으로써 동료들이 일을 분담하게 됐고, 근데 그 안에서 처리하지 못한 것들은 내가 할 수 있다, 이렇게 그냥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휴직이라고 업무를 무 자르듯 딱 그만할 수도 없고요. 그런 측면에서 구성원 간의 신뢰나 협조 같은 것도 필요하지만, 육아휴직과 단축 근로 사이에 어느 지점의 근무 형태를 상상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휴직이라는 말이 뭔가 쉬고 온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있고요. 재택근무를 유연하게 할 수 있게 하거나, 꼭 양육뿐 아니라 누구든 타인이든 자신이든 돌봄이 필요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쓸 수 있게 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돌봄의 시간은 삶에서 갑자기 튀어나오잖아요. 우리는 예상치 못하게 서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기도 하고 미안해해야 하는 순간이 생기니까요.”

 

-그러게요.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에겐 아프거나 누구를 돌보거나, 살면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죠. 논문에도 나오지만 그런 것들을 고려해서 좀더 유연한 근무환경을 만들어가는 데에는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대표, 관리자들의 의사가 크게 좌우하긴 하죠.

“사업장 대표, 관리자들을 교육시킨다거나 외부 기관을 활용해서 제도에 대해 알려주고, 인사팀, 행정 인력이 부족한 사업장은 그런 업무나 역할을 해주는 인력을 지원해준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죠.

소규모 사업장에서 다 갖출 수 없는 인프라를 정부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면 좀 나을 것 같아요. 처벌보단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요. 직원이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함으로 인해서 사업주가 지게 될 부담이 너무 크지 않도록 해야 사업주도 육아휴직을 못 가게 한다거나 육아휴직 쓰기 전에 해고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 대학원에서 여성노동연구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분이 논문 지도 교수(김경희)이기도 하다. (양은선 제공)

돌봄은 여자가? 성별화된 구조에 균열을 내야

 

-논문에서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이용이 성별화되어 있고, 소규모 사업장에서 남성의 제도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여러 요인이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운동적 측면에서 남성들도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 이용의 성별화나 제도 이용의 제약이 되는 구조들에 균열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 증가가 곧 성평등이 이루어진 것처럼 여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논문(정수빈 2021)도 있는데요. 거기서 지적한 대로 단순히 수치의 증가가 구조의 불평등을 없애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남성들의 육아휴직이 늘어나야 성별화된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것은 맞죠.

제가 육아휴직을 쓸 당시에 거래처 분(남성)이 처음에는 바로바로 소통이 안 되니까 불편해하셨는데, 시간이 지나니 적응하시더라구요. 처음에는 어렵지만 어디든 첫 사람이 있을 거고, 경험이 쌓이다 보면 늘어날 것이고, 늘어나다 보면 당연해질 것이라고 봐요. 사람들 간의 일이라 초반에는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도, 주변인들도 서로 양해해주고 유대가 쌓여야 하겠고요. 개인 한 사람이 투사가 되어 뭔가를 해야 한다고 하긴 어렵지만, 누군가 행동하고 움직임이 있다면 변화는 분명히 생긴다고 봐요.”

 

-육아휴직이 성별화되어 나타나는 기저에는 육아, 돌봄, 가사노동 같은 것이 여자가 하는 일로, 그래서 돈을 안 줘도 되는 일로 굉장히 오랫동안 굳어져 온 배경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제도가 만들어지고 보완되는 것만으로 돌봄, 재생산 노동의 저평가나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 이용의 성별화를 막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성별 분리, 성역할 고정관념,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살림하고 애 키우고, 여성이 하는 일은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너무나 뿌리 깊게 박혀 있죠.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은 반찬값 버는 정도라며 스스로도 내면화하는 여성들이 있기도 하고, 사람들이 아직도 ‘이모님 삼대장’(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건조기)이라며 가사노동에 필요한 가전제품에도 성별을 붙이잖아요. 가사노동에는 최저임금을 주지 말자거나, 최저임금 안줘도 되게 이주노동자를 고용하자고 하질 않나…

당연히 사회의 인식이 한순간에 바뀌지 않겠지만, 계속 조금씩이라도 그걸 거스르려는, 균열을 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돌봄에 대한 가치를 자꾸 평가 절하하는 것부터 바뀌어야 하겠고요. 우리는 누구나 다 아프고 늙고 병들기 때문에 돌봄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요새는 유명한 셰프들 요리도 비싼 돈 주고 먹는 시대잖아요. 내 몸,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 주변의 이웃들 돌보는 일이 그 정도, 아니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일 수 있잖아요. 결국 인식 변화와 제도는 함께 가야 하는 것 같아요.”

▲ 태어난 지 50여일 된 아이를 재우는 모습. 양은선 씨는 이 시간이 육아휴직의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또, 힘들 때마다 아이에게서 힘을 받고 포기하지 말라는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양은선 제공)

-제도가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이끈다는 말도 있고, 육아휴직 제도도 아직 과도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제도가 마련돼도 현실에서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니까요.

“제도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진짜 작동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교육도 시키고 점검도 하고 필요하면 처벌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법이나 정책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니까요.”

 

-일도 하고 양육도 하며 공부하고 논문까지 쓰게 만든 힘이 어디서 나셨나요?

“힘들 때마다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준 아이가 큰 힘이 되었어요. 그리고 소규모 사업장이든, 자영업자든 누구나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잖아요. 논문을 통해서 사람들이 지금의 어려운 상황이 자기 선택의 문제라거나 노력의 문제라거나, 자기 잘못이라고 여기지 않길 바래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그 안에서 작은 선택들을 하고 그 선택들이 결국에는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필자 소개]비화는 ‘비건 화이팅’을 줄여서 만든 별칭. 페미니스트이고 비건 실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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