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또 ‘경우의 수’ 따져야 하나”…패배에도 뜨거웠던 월드컵 남아공전 IM뱅크파크 응원 현장
남아공에 선제골 허용하며 짙은 탄식…최종 0대 1 패배에 분통·아쉬움 교차
실망감 안고 무거운 발걸음 돌린 시민들…주최 측, 해산까지 안전 관리 총력

"괜찮아, 따라가면 돼!"
25일 2026 북중미월드컵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을 맞아 대구 북구 고성동 iM뱅크파크가 이른 아침부터 붉은 물결로 출렁였다. 비록 경기는 0대 1 석패로 끝났지만, 대구 시민들이 뿜어낸 열기만큼은 그라운드보다 뜨거웠다.
대구시와 대구FC가 시민 화합을 위해 공동 주최한 이번 단체 응원전에는 오전 9시부터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응원 도구를 든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주최 측은 경기장 내부 정면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현장 생중계를 지원했다.
이날 현장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학생, 직장인까지 7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신원 확인과 소지품 검사 등 입장 절차를 거쳐 지정된 스탠드에 자리 잡았고, 저마다 붉은색 수건과 막대 풍선을 흔들며 응원 채비를 마쳤다.
오전 10시, 마침내 킥오프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고 대형 스크린에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이 송출되자 시민들은 일제히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에 불을 지폈다. 한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구호는 평일 아침 경기장을 단숨에 뜨거운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시민들은 저마다의 간절한 사연을 안고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직장인 이민수(32) 씨는 "동료들과 함께 응원에 참여하기 위해 오전 반차를 내고 곧바로 행사장을 찾았다"며 "국가대표팀이 남아공을 상대로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첫 승을 거두기를 기대한다"고 활짝 웃었다.
동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동훈(54) 씨 역시 "가게 문을 본격적으로 열기 전, 지역 상인회원들과 뭉쳤다"며 "오늘 통쾌한 승리로 시민들의 일상에 활력이 돌고, 얼어붙은 지역 상권에도 긍정적인 바람이 불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열띤 응원 속에서도 승리의 여신은 쉽게 미소 짓지 않았다. 한국 국가대표팀이 남아공에게 일격의 선제골을 허용하자, 붉게 일렁이던 관람석 곳곳에서는 짙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스크린을 바라보던 시민들은 머리를 감싸 쥐거나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좌절은 짧았다. 시민들은 이내 다시 막대 풍선을 거세게 두드리며 "괜찮아!"를 연호했고, 지구 반대편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에게 변함없는 지지와 격려를 보냈다.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과 90분간의 혈투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결국 대한민국의 0대 1 패배로 막을 내렸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행사장을 가득 채웠던 우렁찬 응원 소리는 순식간에 무거운 침묵과 짙은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기대했던 승전보가 울리지 않자 일부 관람객들은 저조한 경기력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고, 대부분은 허탈한 표정으로 서둘러 응원 도구를 챙겨 발걸음을 돌렸다.
대학교 종강 후 친구들과 경기장을 찾은 윤민아(22) 씨는 "아침 일찍부터 기대감을 안고 왔는데 이기지 못해 너무 아쉽다"며 "또다시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고 씁쓸해했다.
아쉬운 결과 속에서도 주최 측의 발 빠른 대처는 빛을 발했다. 대구FC는 당초 계획된 안전 관리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인파 통제에 돌입했다. 관람객이 일시에 몰리는 주 출입구와 가파른 계단 구역에 안전 요원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이동 동선을 안전하게 분리했다.



김정원 기자 k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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