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향하는 달걀값…마트서 벌어진 '미국산 달걀' 오픈런[르포]
5000원대 미국산 달걀에 소비자 몰려
AI 여파에 생산 감소…10월 회복 전망
대형마트 할인 판매·물량 확보 안간힘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지금 달걀 한 판에 5000원대면 안 살 이유가 없죠.”
25일 오전 10시 서울 이마트(139480) 용산점. 개점 전부터 고객들이 매장 앞에 늘어섰다. 할인 상품을 먼저 구입하려는 ‘오픈런’ 줄이다. 문이 열리자 대다수의 발걸음은 곧장 달걀 코너로 향했다. 진열이 끝나기 무섭게 고객들은 국산과 미국산 달걀 가격표를 번갈아 살폈다. 이날 이마트는 국산 ‘이맛란’ 특란(30입)을 6284원, 미국산 신선란(30입)을 5780원에 각각 1인 1판 한정 판매했다. 늦으면 점심 무렵 물량이 동나는 탓에 소비자들은 서둘러 장바구니를 채웠다.

치솟은 달걀값…미국산까지 장바구니로
오전 9시부터 서둘러 집을 나왔다는 60대 주부 고모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6000원대 국산 달걀을 사려고 왔는데 저렴한 미국산도 함께 들어온 걸 보고 바로 집었다”며 “지난번에는 품절이라 못 샀는데 오늘은 운 좋게 잘 왔다. 한 판 5000원대로 계속 팔면 앞으로 달걀값 걱정은 없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산 이맛란과 미국산 달걀을 각각 한 판씩 카트에 담아갔다.

50대 주부 박모씨 역시 미국산 신선란을 집었다. 박씨는 “남편과 둘이 살아도 아침마다 달걀을 먹다 보니 한 판이 금방 없어진다”며 “요즘은 1000~2000원 차이도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미국산이라 낯설었지만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면 검사는 거쳤을 것 아니냐”며 “가격 차이가 이 정도면 한 번 먹어보고 괜찮으면 또 살 생각”이라고 했다.
물론 미국산 달걀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용산구에 사는 주부 이모씨는 부담을 느끼면서도 미국산 대신 국산 이맛란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는 “미국산이라니까 아무래도 신선도가 조금 걱정된다”며 “그래도 국산이 아직 6000원대라 조금 더 주고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달걀이 지금보다 더 올랐거나 품절이었다면 미국산이라도 샀을 것”이라며 “지금은 가격 부담이 너무 커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했다.

“10월 돼야 안정”…대형마트 물량 확보 총력
실제로 달걀값은 당분간 쉽게 안정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산란계 1134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산지 생산이 줄어든 여파가 여전한 데다, 6월 하루 달걀 생산량도 4705만개로 1년 전보다 3.3% 감소했다. 7월 학교 방학이 시작되면 식자재용 달걀 물량 일부가 소매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수급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평년 수준 회복은 10월께로 예상된다. 여기에 폭염이 길어지면 산란율이 떨어져 가격 안정 시점도 더 늦춰질 수 있다.
대형마트들은 공급 확보와 가격 안정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일 미국산 달걀 2만판을 5880원에 판매해 당일 오후 소진한 데 이어 이날 9000판을 추가 판매했다. 오는 27일에도 1만 8000판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산 달걀은 정부 공급이 이어지는 동안 지속 판매하며 태국산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산지 물량이 빠듯해 공급 확대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롯데마트도 전국 협력 농가와의 직거래 비중을 앞세워 달걀 수급 관리에 나섰다. 공급 리스크를 분산하고자 등급란과 동물복지란 매입량을 평년보다 10% 늘렸고, 이번 주까지 전국 106개 점포에서 미국산 신선란 1만 8000판을 판매한다. 다음달 1일까지 엘포인트 회원을 대상으로 ‘행복생생란’(특란·30입)을 6392원에 1인 1판 한정 판매하는 장바구니 부담 완화 행사도 연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고병원성 AI로 산지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소비 수요까지 늘어 당분간 가격 강세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7월 이후 산란계 생산이 회복되면 하반기부터는 점차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상 고온이 길어지면 산란율 저하라는 변수가 남아 있어 산지 수급과 시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진 (noretur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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