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개청 2년, 우주청의 화두는 '아직도' 조직

2024년 5월 27일 경남 사천에서 문을 연 우주항공청(우주청)이 개청 2년을 훌쩍 넘겼다. 파격적인 임기제 공무원을 대거 채용하는 등 기존 정부부처와는 다른 혁신을 표방했다. 한국형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사한 정체성으로 우주 개발의 핵심조건인 글로벌 협력에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시장 확대를 내세웠다.
그사이 '대통령급 연봉'을 받는다며 떠들썩하게 모셔온(?) NASA 출신 존리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이 짐을 쌌다. 일반직 공무원과 임기제 공무원 간 우주청 내부 갈등은 공공연하게 노출됐다. 개청 초창기에는 진통을 겪을 수 있을 법 하다. 하지만 '구원투수' 격으로 새롭게 부임한 우주청장이 24일 사천 우주청사에서 진행한 간담회의 화두는 여전히 '조직'이다. 심지어 조직을 어떻게 바꿀지 여전히 불분명한 데다 바뀐 조직으로 무엇을 달라지게 할지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우주청은 출범 당시 기존 정부 조직과 다른 실험을 내세웠다. 일반 공무원 조직과 국내외 우주 전문가 중심의 임무본부를 함께 두고 정책과 기술을 동시에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련 부처에서 넘어온 공무원 조직이 정책과 행정을 맡고 존 리 전 본부장이 이끄는 임무본부는 국가 연구개발(R&D)을 기획·조율하는 역할을 맡는 구조다.
취지는 분명했다. 우주항공 분야는 기술과 산업, 외교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기존 부처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공무원 조직의 행정 역량과 우주 전문가 조직의 기술 전문성을 결합해 국가 우주정책을 보다 유연하고 전문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출범 이후 우주청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일반 공무원 조직과 전문가 조직이 기대했던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임무본부장을 비롯한 주요 인력들이 조직을 떠났다. 내부 소통 문제와 조직 갈등도 여러 차례 외부에 알려졌다. 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책과 행정을 함께 이끌겠다는 '전문가 행정' 모델이 현실에서는 예상만큼 작동하지 못한 셈이다.
오태석 우주청장도 이를 인정했다. 지난 4월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그는 조직 구조와 인력 운영, 산업 진흥 미흡, 컨트롤타워 역할 부족 등을 우주청이 안고 있는 과제로 직접 언급했다. 특히 정책과 행정을 맡은 일반 공무원 조직과 기술 전문가 중심의 임무본부가 사실상 단절돼 있다고 진단했다. 임무본부장이 청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구조 탓에 두 조직 간 협업과 소통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오 청장은 당시 조직개편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만큼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달 뒤 열린 24일 간담회에서도 질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임무본부장 공석과 조직개편 진행 상황이 다시 화두였다.
오 청장의 답변은 4월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임무본부장 후임 인선은 조직개편 방향이 정해진 뒤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고 공석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개편 방향 역시 부처 협의 중이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물론 정부 조직 개편이 부처 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개청 2년을 넘긴 신생 정부조직의 간담회에서 가장 큰 관심사가 여전히 조직이라는 사실은 결코 가벼운 신호가 아니다.
조직에 대한 언급을 했던 이유는 조직 개편이나 조직도가 궁금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우주청이 언제쯤 내부 문제를 정리하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느냐가 궁금해서다.
본연의 역할 중 하나가 바로 국제협력이다. 실제로 우주청은 이번 간담회에서 국제협력을 조직개편의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오 청장은 양자·다자 국제협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국제협력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협력은 우주청이 존재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우주청은 연구기관이 아니라 국가 우주정책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연구기관과 산업계, 정부 부처, 해외 기관을 연결하고 국가 차원의 우주 전략을 조율하는 역할 역시 우주청이 맡아야 할 몫이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구체성이다. 국제협력 기능 강화를 조직개편의 이유로 제시했고 NASA와의 아르테미스 협력도 언급했지만 한국의 구체적인 역할과 참여 방식은 여전히 협의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조직개편이 어떤 모습으로 이뤄지고 그 결과 우주청이 국가 우주정책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는 여전히 선명하지 않았다.
누리호는 우주청이 생기기 전에도 날아올랐다. 우주청이 답해야 할 질문은 다른 데 있다. 우주청이 생긴 뒤 한국 우주정책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변죽은 충분히 울렸다. 이제는 북소리가 들려야 할 때다.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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