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젊은이들 낮은 근로소득에 결혼·출산마저 미룬다

【하노이(베트남)=부 튀 띠엔 통신원】베트남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생활비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상승률로 인해 결혼과 출산 계획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노동총연맹은 지난 23일 열린 '2027년도 국가임금위원회 지역별 최저임금 협상'에서 최저임금 인상안 제안의 근거 자료로 베트남 내 7개 성, 200개 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자 생활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미혼 노동자의 55%가 결혼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로 낮은 임금을 꼽았다. 이들은 생활비, 주거비, 자녀 양육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소득으로는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같은 근로자의 재정적 압박은 출산 계획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기혼 노동자 중 73%는 현재 임금 수준으로는 자녀 추가 출산 계획에 차질을 준다고 밝혔다. 치솟는 교육비와 의료비, 양육비 부담으로 인해 많은 가정이 출산을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동자의 55%는 현재 임금으로 자녀 교육비의 일부만 감당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상당수 노동자들은 교육 관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액을 쓰거나 대출을 받고, 친인척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낮은 근로소득은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 이용 능력마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소득으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이 40%에 그쳐, 2025년의 44%보다 더 낮아졌다.
주거 환경 역시 열악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의 약 32%는 사설 자취방에 거주하고 있다. 방 한 칸당 평균 면적은 23㎡ 남짓으로 이곳에서 평균 3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어 1인당 주거 면적이 8㎡에도 미치지 못했다. 베트남 노동총연맹은 전년 대비 임차 거주 비율은 증가한 반면 1인당 평균 주거 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적 고충은 대다수 노동자의 공통된 현실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54%는 소득이 '기본 생활비를 충당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답했고, 17%는 '극도로 소비를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부족한 소득을 메우기 위해 부업을 한다'는 응답이 21%에 달한 반면 '저축 여력이 있다'는 응답은 단 8%에 그쳤다.
특히 생활비 충당을 위해 '빚을 지거나 돈을 빌려야 한다'고 답한 노동자의 비율이 지난해 13%에서 올해들어 27%로 두 배 이상 급증해 생활비 상승 속도가 실질 소득 개선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음을 보여줬다.
올 초부터 노동자의 64%가 지역 별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았지만 상당수 기업이 사회보험 기준 충족을 위해 저임금 근로자에 대해서만 임금을 조정하면서 실제 수령액은 거의 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조사됐다.
이번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베트남 노동총연맹은 2027년 1월 1일부로 적용될 지역별 최저임금 인상안으로 각각 9.8%와 8.5% 인상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고용주 측을 대변하는 베트남 상공회의소(VCCI) 대표단은 "경제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인 만큼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목표와 기업의 생산 유지 및 고용 보장 능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 신중하게 임금 인상률을 도출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vuutt@fnnews.com 부 튀 띠엔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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