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도 런던 밖으로”… 英 차기 총리 후보의 파격 승부수

김효선 기자 2026. 6. 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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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앤디 번햄 하원의원이 총리실 기능 일부를 런던에서 북부 도시 맨체스터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런던에 집중된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다. 영국 역사상 총리실 조직을 체계적으로 지방에 분산하려는 첫 시도로 평가된다.

영국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앤디 번햄. /EPA

FT에 따르면 번햄 의원은 다음 달 총리 취임이 유력한 가운데 오는 30일 지방분권 구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핵심은 총리실인 ‘다우닝가 10번지’의 일부 기능을 맨체스터로 이전해 이른바 ‘북부의 다우닝가 10번지’를 만드는 것이다.

번햄 의원 측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FT에 “번햄은 지방분권에 대한 큰 구상을 갖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북부에 총리실 사무소를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번햄 의원 측은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적절한 시점에 지방분권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에서 총리실 기능 일부를 런던 밖으로 옮기려는 시도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총리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 10번지는 영국 행정부의 상징이자 권력의 중심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번햄 의원은 총리가 되더라도 상당한 시간을 맨체스터에서 보내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일부 이전 역시 이런 정치 철학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번햄 의원은 오랜 기간 런던 중심 정치의 한계를 비판해 온 정치인이다. 그는 2017년 중앙 정치를 떠나 광역 맨체스터 시장에 당선됐고, 이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재임 기간 교통 개혁과 도시 개발,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며 영국을 대표하는 지방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구상은 총리실 이전 자체보다 권한 이양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FT는 평가했다. 번햄 의원은 직업훈련과 일부 조세 권한 등을 지역 정부에 넘기는 등 영국의 강한 중앙집권 구조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총리가 런던의 정부 부처와 물리적으로 떨어져 업무를 볼 경우 각 부처를 조율하고 국정을 총괄하는 데 비효율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에도 비슷한 구상이 추진됐지만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재임 당시 총리실 인력 일부를 북부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실행되지 않았고, 존슨 전 총리가 상원(House of Lords)을 북부 도시 요크로 이전하는 방안 역시 무산됐다.

일부 성공 사례도 있다. 리시 수낵 전 총리는 2021년 재무장관 시절 잉글랜드 북부 달링턴에 재무부 경제 허브를 신설했고, 현재 2000명이 넘는 공무원이 근무하며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FT는 번햄 의원의 구상이 상징성은 크지만 현실적인 과제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한 전직 총리실 관계자는 “다우닝가 10번지는 웨스트민스터 권력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이 매우 강하다”며 “실제로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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