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개비가 기뢰보다 무섭네”…호르무즈 유조선 600척 발 묶였다

김광태 2026. 6. 2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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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한척당 청소면적만 1만4000㎡…전문 청소 거쳐야 출항 가능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유조선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장기간 발이 묶였던 유조선들이 이번에는 선체에 달라붙은 따개비 등 해양 생물로 인해 운항 재개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나, 선박 정비 문제라는 뜻밖의 악재가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CNN에 따르면 수개월간 해협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페르시아만에 정박했던 대형 유조선 수백 척의 선체 하부에는 따개비, 홍합, 조개, 해조류 등 각종 해양 생물이 대거 부착된 상태다.

해운업계에서 ‘생물 오손(biofouling)’이라 부르는 이 현상은 선박의 유체역학적 저항을 키워 연료 효율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선박 운항 비용의 절반가량이 연료비인 만큼 이는 선주들에게 직접적인 경영 부담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해양 생물이 냉각 시스템 흡입구 내부로 파고들어 장비를 고장 내거나 프로펠러를 망가뜨릴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 해양 안전 규정상 외래종 유입에 따른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모든 선박은 입항 전 선체 부착물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정상 운항을 위한 세척 작업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길이가 305m를 넘는 초대형 유조선(VLCC)의 경우, 청소해야 할 바닥 면적만 축구장 2개 크기에 달하는 약 1만4000㎡다. 전문 잠수부 5~6명이 고압 세척기와 스크레이퍼를 동원해 선체 보호 도료가 벗겨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작업해도 한 척당 최소 4~5시간이 걸린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에 멈춰 선 선박은 600여 척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 소재 해운서비스 업체인 프로미넌스 시핑 서비스 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잠정 평화협정 체결을 발표한 이후 선체 세척 의뢰가 평시 대비 30배 이상 폭증했다고 밝혔다.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선박 한 척당 세척 비용은 최대 60% 급등한 8000달러 선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된다.

선체 청소 외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선박 보험사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는 데다, 해협 중심부에는 여전히 기뢰가 매설돼 있어 소해함의 제거 작업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안전 통항이 불가능하다. 현재는 오만과 이란 연안에 인접한 일부 항로만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CNN은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석유 시장이 전등 스위치를 켜듯 단번에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공급망 정상화 지연의 서막이 따개비 제거 작업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광태 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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