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파업에 ‘美 20만대 이전·울산 재건축’ 빨간불 켜지나
美 생산 이전·울산 재건축 모두 내년 시행 앞둬
투싼 HEV·팰리세이드 북미 물량 20만대 이전 추진
울산 재건축 기간 40개월 인력운영 놓고 충돌
자동화 공장 전환에 따른 인력 감축 우려도
![지난달 13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5/ned/20260625100959657smjj.jpg)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 갈등이 임금협상을 넘어 생산 재편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 결의로 올해 임금협상과는 별개로 이어져 온 내년도 생산 재편 논의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18일 고용안정위원회 4차 회의를 열고 북미 수출 물량의 미국 생산 이전과 울산공장 재건축 문제를 놓고 논의를 벌였다. 지난 12일 노조의 교섭 결렬 선언으로 올해 임금협상은 중단됐지만, 내년 시행을 앞둔 생산 재편 현안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날 노조가 92%(투표자 기준)의 찬성률로 파업안을 통과시키면서 고용안정위 논의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는 향후 파업 국면에서 임금 인상뿐 아니라 미국 생산 이전과 울산공장 재건축 등 고용안정 현안까지 함께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당장 내년부터 실행하려면 임금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늦어도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에 앞서 ‘노사 합의’라는 내부 과제부터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최고경영진의 판단만으로 생산라인을 빠르게 바꿀 수 있는 테슬라 등 해외 경쟁사와 달리, 현대차는 노조 동의 없이는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 재편을 추진하기 어렵다. 현대차 단체협약 제41조는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가 고용안정위를 거쳐 심의·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선 현대차는 국내에서 생산해 북미로 수출하던 투싼 하이브리드(HEV)와 팰리세이드 물량 약 20만대를 미국 공장으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미국 공장 직원들을 국내에 불러 교육을 진행하는 등 기술 전수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핵심은 수요 대응이다. 현재 팰리세이드와 투싼은 주문량이 생산량을 웃돌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울산 4공장에서 생산 중이지만 물량 대응을 위해 2·5공장에서도 공동생산하고 있고, 투싼 역시 5공장뿐 아니라 3공장에서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울산공장 재건축으로 국내 생산라인을 추가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산량을 빠르게 끌어올리려면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관세 부담과 유가 급등에 따른 물류 리스크를 줄이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 미국 신공장의 낮은 가동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의 1분기 가동률은 38.2%에 그쳤다. 키움증권은 “HMGMA 가동률이 50% 미만으로 지속될 경우 연간 3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반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현대차 미국 공장 생산량은 내년께 66만대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해 42만대에서 올해 46만대로 늘었난 상황이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투싼과 팰리세이드의 국내 생산량은 총 41만대다. 이 가운데 미국 수출 물량은 20만8000대로, 전체 국내 생산의 51%에 해당한다.
차종별로 보면 투싼은 국내 생산 20만대 중 8만4000대가 미국으로 수출돼 비중이 42%였고, 팰리세이드는 국내 생산 21만대 중 12만4000대가 미국 수출 물량으로 60%에 달했다.
노조는 이 물량이 미국으로 넘어갈 경우 울산공장 생산량 감소와 조합원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내 공장의 연간 생산 물량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74만대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그동안 현대차 노사는 국내 공장 간 공동생산과 물량 조정을 통해 고용을 유지해 왔지만, 북미 수출 물량이 해외로 이전될 경우 국내 생산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울산공장 재건축도 과제로 남아 있다. 현대차는 내년 9월부터 울산 1공장과 4공장 재건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사 기간은 약 40개월, 3년 4개월에 달한다. 노사 모두 노후 공장 재건축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2022년 단체교섭에서도 단계적 재건축 추진에 합의했다.
문제는 공사 기간 동안 기존 공장 인력을 어떻게 운영할지다. 노조는 재건축 기간에도 조합원의 기존 일자리와 임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40개월 동안 유급 휴업을 보장하고, 일방적인 전환배치나 해고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요구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40개월에 달하는 장기 유급휴업을 전면 수용할 경우 인건비 부담과 생산 차질이 동시에 발생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논리다. 휴업 기간을 줄이거나 전환배치 등 다른 방식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다.
![현대차 울산공장 현황 [현대차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5/ned/20260625101000954wifh.jpg)
재건축 이후 공장 운영 방식도 쟁점이다. 현대차가 추진하는 울산 1공장·포터공장 재건축은 단순히 낡은 설비를 새로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생산방식 자체를 바꾸는 작업에 가깝다. 재건축 후 공장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여러 차종을 시장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는 ‘다차종 유연생산 자동화 공장’으로 전환된다.
생산 시스템도 사람 중심의 현장 조정 방식에서 데이터·소프트웨어 기반 운영 체계로 바뀐다. 로봇, 컨베이어, 검사장비, 물류·생산관리 시스템을 통합해 실시간 생산 데이터로 공정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사측은 생산 효율성과 전동화 대응을 위한 변화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무인화·자동화 확대로 인력 감축과 배치전환, 노동강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 라인 [현대자동차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5/ned/20260625101001242akrt.jpg)
올해 현대차 노사 갈등은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등 전통적인 임금협상 의제를 넘어 국내 생산 기반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고용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의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노조가 파업 과정에서 임금 인상과 미국 물량 이전, 울산공장 재건축 문제를 함께 묶어 대응할 경우 협상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생산 재편은 전동화와 북미 현지화 대응 차원에서 필요한 과제지만, 국내 공장 물량과 고용 문제를 건드릴 수밖에 없어 노사 간 충돌이 불가피한 구조”라며 “파업 국면이 길어지면 임금협상뿐 아니라 내년 생산계획과 공장 재건축 일정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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